시사

시사 > 전체기사

[사설] 포퓰리즘 공약, 유권자가 발 못 붙이게 해야

현명한 선택, 더 나은 미래 ⑥

모든 걸 다 해주겠다는 경쟁적 약속
정작 재원 마련 방안은 찾기 어려워
매표 후보 심판하는 것이 투표 혁명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탈모 치료의 건강보험 적용 확대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그러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당뇨병 환자에게 연속혈당 측정기를 건강보험에서 지원하겠다고 응수했다. 윤 후보가 암호화폐(가상자산) 투자수익에 대해 5000만원까지 비과세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후보는 윤 후보 공약을 받은 뒤 여기에 투자손실분에 대해서도 5년 동안 이월공제까지 하겠다고 덤으로 약속했다. 대선 후보들의 포퓰리즘 공약이 점입가경이다. 같은 종류의 공약이면 상대 당 후보보다 1개, 1원이라도 더 주겠다는 발언이 쏟아진다. 계층, 세대, 직종, 성별로 솔깃할 만한 약속은 총동원된다. 산타클로스처럼 원하는 선물은 무엇이든 주겠다는 달콤한 말속에서 국가 미래 경쟁력과 비전 제시는 끼어들 틈이 없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최근 각 후보들에게 받은 답변서를 보면 집권 5년 동안 공약 실천에 소요되는 비용이 최소 200조원을 넘는다. 이 후보는 270개 공약에 300조원, 윤 후보는 기초연금 인상 등 200개 공약에 266조원이 들어갈 것이라고 답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역시 201조원가량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역별 공약은 포함되지도 않았는데 이 정도다. 혜택에는 공짜가 없다. 혈세 누수를 막기 위해서라도 공약에 재원 마련 대책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하지만 이 부분이 너무 허술하다. 답변서에서 후보들은 세출예산 절감, 추가 세입 증대, 국세 행정 개선 등 추상적 방안만 내놨다. 어느 분야의 세출예산을 줄일 건지, 잠재성장률이 떨어지는 가운데 세수를 늘릴 방안이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공약별 재원 확보 계획도 밝히지 않았다. 19대 대선 때 일부 후보는 ‘중부담 중복지’가 필요하다는 등 최소한의 증세 필요성도 언급했지만 이번에는 그런 미약한 정공법조차 찾기 어렵다. 어느 누가 대통령이 돼도 공약은 공약(空約)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국민의 냉철한 판단이 필요하다. 진영과 호오를 떠나 진정 국익을 위한 공약, 실현가능성 있는 공약을 누가 더 많이 제시했는지를 투표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다행히도 국민들이 포퓰리즘 해악을 서서히 깨닫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 여론조사에서 여당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주장에 대해 “재정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지급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이 60.1%였다. 지원금 지급 시도는 철회됐다.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그리스 등 국민이 포퓰리즘의 유혹에 굴복한 나라는 어김 없이 쇠락의 길을 걸었다. 돈 다발과 감언이설로 현혹하는 후보에 준엄한 심판을 내리는 것이 진정한 투표 혁명이다. 우리 국민은 그런 역량이 충분하다.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