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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주4일제’ 실험… “생산 효과” “임금 감소” 의견 팽팽

정부 차원서 실험… 효과 제각각
근무시간-생산성 상관관계 논란
노동시장 양극화 불러일으킬수도


전 세계 각국에서 ‘주4일제’ 열풍이 불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 원격근무, 유연근무 등 다양한 형태의 근무가 도입된 데 이어 주4일제를 시행하는 국가와 기업이 급격히 늘기 시작한 것이다.

주4일제는 과다한 업무 스트레스에 대한 해결책인 동시에 생산성까지 담보하며 기업은 물론 정부 차원에서 이를 실험하는 국가도 나오고 있다. 근무 시간과 생산성의 상관관계에 대한 다양한 찬반 양론이 오가는 가운데 주4일제가 정착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미 미국과 일본, 독일 등은 주4일제 근무 도입을 본격화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 의회는 500명 이상 규모의 사업장을 대상으로 기존 ‘주5일·40시간’을 ‘주4일·32시간’으로 근무시간을 줄이는 법안을 발의했다.

법안은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삭감을 금지하고, 초과근무에 대해선 정규 급여의 1.5배 이상의 수당이 지급돼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 발의를 이끈 민주당 소속 크리스티나 가르시아 캘리포니아 주의원은 “더 많은 근무시간과 더 나은 생산성 사이엔 상관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 법안에 대한 노동자들의 반응은 뜨겁다. 컴퓨터 소프트웨어 관련업체 퀄트릭스가 1000여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가운데 92%가 주4일제에 찬성했다. 이 중 37%는 주4일제를 위해 5%의 임금 삭감까지 감수할 의향이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미 CNBC방송은 “올해 미국과 캐나다의 38개 기업이 영국 옥스퍼드대의 주4일제 영향 측정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로 했다”며 “대기업도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전했다.

일본 최대 전자업체인 히타치는 도쿄 본사 등 직원 1만5000명을 대상으로 주4일제를 포함한 유연근무제를 올해 안에 도입할 예정이다. 히타치는 새로운 근무제도에 맞게 월 노동시간과 임금은 유지하되 직원들의 상황에 맞게 근무시간을 바꿀 수 있는 안을 마련했다. 히타치는 “주4일제는 다양한 인재 확보, 직원들의 동기 부여, 생산성 향상 등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미국 경제지 블룸버그에 따르면 독일 정보기술기업 아윈은 올 1월부터 급여나 복지혜택 등의 삭감이 없는 주4일제를 시행하고 있다. 아윈은 급여나 복지혜택을 유지한 채 휴일을 하루 더 늘렸다. 코로나19 이후 아윈은 직원들에게 매주 금요일 점심시간 퇴근을 권고했고, 실험은 직원과 고객 모두를 만족시켰다.

아이슬란드는 2015년부터 정부 차원에서 주4일제를 실험해 정착시켰다. 노동자의 약 85%가 임금 감소 없이 주4일제를 실시하고 있다. 수도 레이캬비크 시의회와 중앙 정부가 2015~2019년 약 2500명의 노동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주4일 근무제’ 실험에선 근무시간이 줄어도 업무생산성이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높아졌다는 결과가 나왔다.

반면 주4일제 도입에 대한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노동자의 임금 감소와 기업의 노동비용 증가 등이 대표적인 문제로 꼽힌다. 노동자는 잔업 수당과 같은 초과근무 수당이 줄어들어 임금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현실적으로 주4일제를 시행하면서 직원들의 임금을 기존 임금과 동일하게 유지시킬 수 있는 기업은 대기업을 제외하곤 많지 않다. 이 경우 주4일제는 노동시장의 양극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노동시장의 양극화는 자연스럽게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는 사람과 쉬고 싶어도 쉬지 못하는 사람의 ‘휴식의 양극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미 캘리포니아 상공회의소는 주4일제 법안에 대해 “노동비용을 너무 높여 되레 ‘일자리 킬러’가 될 것”이라며 “기업을 죽이는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니컬러스 블룸 스탠퍼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법안이 통과될 경우 캘리포니아의 일자리들은 네바다·오리건주로 옮겨갈 것이며, 고용주들은 수년간 임금인상을 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4일제로 직원들의 소속감과 안정감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아이슬란드의 주4일제 실험 보고서에도 관리자가 직원 교육이나 단체활동을 통한 유대감 향상을 이루기 어렵고, 직원들 간 소통이 줄어 정보 전달·공유가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가 전한 런던의 홍보 담당직원 코레이 캄고츠의 예가 대표적이다. 캄고츠는 주4일 근무제를 시작한 이후 휴일에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냈지만 그의 상사들은 주4일제에 대해 만족하지 않았다. 결국 6개월 뒤 그는 주5일 근무로 돌아가는 조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근무시간과 생산성의 상관관계에 대한 찬반 논란도 여전히 뜨겁다. 독일 쾰른 경제연구소의 홀거 슈퍼 분석가는 “근로자는 일을 많이 할수록 더 효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한다”며 “노동시간 단축으로 생산성이 실제로 향상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국내에서도 주4일제는 뜨거운 감자다. 교육기업 에듀윌, 레깅스 업체 뮬라웨어, 게임회사 엔돌핀커넥트와 카카오게임즈 등이 주4일제를 실시하고 있고,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과 핀테크 회사 토스의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 등은 과도기적으로 주4.5일제를 시행하고 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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