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색’으로 거듭난 교회, 이웃과 하나되다

[건축주 하나님을 만나다] <9> 한마음열린교회

경기도 고양시 한마음열린교회는 회색빛 석재로 마감된 지하 1층, 지상 3층의 평범한 건물이었다.(아래 사진) 선교사들이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며 리모델링을 시작한 이 교회는 건물 외벽에 회색 징크패널을 덧대고 그 위에 노란색 ‘천국의 계단’을 만들었다. 십자가를 대신해 천국의 계단 끝에 세운 초록색 생명나무는 저녁 6시에 불이 켜진다.(위 작은 사진)

‘교회 건물’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뾰족한 첨탑 그리고 십자가. 그런데 이 교회, 첨탑도 십자가도 없다. 대신 무채색 건물 외벽엔 노란 계단이 사선을 따라 3층 높이 하늘로 올라간다. 계단 끝 파란색 투명창 뒤로 초록색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일산로 한마음열린교회다.

붉은 벽돌 건물들이 줄지어 서 있는 빌라촌 입구에 노란색, 파란색과 무채색이 조화를 이루는 교회 건물은 튀지도, 이질적이지도 않았다. 이 교회 담임 윤혜영 목사는 지난 22일 “마을 입구에 십자가 대신 세운 나무는 ‘생명 나무’다. 천국의 계단을 올라 만나는 이 나무는 생명의 하나님, 복음을 상징하는 나무”라고 말했다.

교회에 색을 입힌 사람은 홍익대에서 색채학을 강의한 장형준 전 교수다. 현재 필하우징 대표다. 이날 오후 6시, 노란 계단 끝 생명 나무에 불이 켜졌다. 마치 마을에 복음의 불을 밝히듯.

색채와 발상의 전환이 만든 리모델링

회색빛 석재로 마감한 20년 된 교회 건물은 이렇다 할 특색이 없었고 사용에 불편함도 컸다. 2017년 11월 선교사들에게 편안한 쉼터를 제공하겠다며 리모델링을 시작한 이유였다.

신축이 아닌 리모델링을 결정한 건 시간과 예산을 절약할 수 있다는 리모델링 자체의 장점, 그리고 2011년부터 눈물의 기도가 쌓인 장소의 특별함 때문이었다. 그러나 건축 시공 사업을 하는 윤 목사의 남편 임태성 장로는 리모델링에 반대했다. 건축 구조물을 그대로 둬야 해 생각만큼 리모델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고 시간과 예산도 예상보다 많이 들 수 있기 때문이었다.

실제 한마음열린교회는 건축 면적 143.94㎥(약 44평) 공간에 변화를 줄 수 없었다. 장 대표는 무표정한 빌라에 표정을 넣기로 했다. 공간을 재구성했고 색채로 이미지를 부여했다.

색채전문가인 장 교수의 특기는 외관부터 그대로 구현됐다. 회색빛 석재와 같은 색상의 징크패널을 덧댔고 그 위로 노란색 ‘천국의 계단’을 만들었다. 계단은 파란 창호 안 초록색 생명 나무로 연결됐다. 색채를 통제하는 무채색과 노란색, 파란색 등 보색이 조화를 이뤘다. 효과는 극적이었다.

윤 목사는 “교회를 방문한 선교사들은 마을로 들어선 순간 계단이 보이고 계단 끝 생명 나무를 보는 순간 위로를 느낀다더라”고 했다. 땅만 보던 사람들이 생명 나무 덕에 하늘을 보기도 했다.

색채의 조화는 지역 주민들을 1층 열린 공간으로 자연스럽게 이끌었다. 윤 목사는 “골목에 있는 동네 교회라 지역 주민과 소통하고 싶었다. 1층을 열린 공간으로 구성하고 싶었다”고 했다.

평범한 사무실이던 1층 공간은 층고를 높이고 색채를 덧입혀 열린 공간이 됐다. 보색인 파란색과 노란색으로 포인트를 줬고, 외부 화단의 민트색 차광막과 연결돼 외부인들도 부담 없이 교회로 들어온다.

교회 밖 테이블이 놓인 민트색 차광막은 자연스럽게 파란색 창으로 시선을 돌리게 했고 노란색으로 포인트를 준 내부 공간으로 이어졌다.

장 대표는 “노란색과 파란색은 보색이라 잘 어우러진다. 두 색을 더하면 초록색인데 민트도 초록색 계열”이라며 “외부와 내부 공간을 색으로 연결해 사람들이 편하게 교회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고 말했다.

마을을 오가던 주민이 차광막 아래에서 쉬다가 “여긴 어디냐”며 들어오기도 한다. 윤 목사는 “색이 사람들의 마음을 열어주는지 눈물을 흘리시는 분도 있었다”면서 “교회에 온 사람 중 믿는 사람은 예배당에서 기도했고, 믿지 않는 사람은 1층에서 커피를 마시거나 책을 읽는다”고 했다. 코로나19 이전엔 이 공간이 마을 주민을 위한 공연장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공간의 활용도 극대화했다. 먼저 층높이부터 변화를 줬다. 장 대표는 “보의 높이에 맞추다 보니 천정은 가정집 높이인 230㎝로 갑갑했다”며 “힘 받는 보는 두고 천장의 높이를 모두 올려 270㎝로 만들었다”고 했다.

예배당은 사각의 공간을 마름모꼴로 활용해 공간을 극대화했고, 지하라는 점을 고려해 난방기를 수시로 돌리며 공기순환장치도 배치했다.

예배당은 지하의 약점을 극복하는 동시에 영적 공간이 되도록 공을 들였다. 장 대표는 “지하는 조명과 색채를 밝게 해야 하는데 경건한 공간이 됐으면 한다는 윤 목사의 요청에 따라 색을 절제했다”고 강조했다.

발상의 전환으로 공간은 극대화했다. 사각형 구조의 공간을 마름모꼴 형태로 활용했다. 입구에서 마주 보이는 사각형 모서리에 강대상을 세웠고 의자도 강대상 각도에 맞춰 사선으로 배열했다.

장 대표는 “70석은 150평 정도의 면적에 나올 수 있는 좌석 수”라고 전했다. 윤 목사는 “리모델링을 고민하는 목사님들이 보러 오셨다가 사선을 활용한 예배당 공간을 보고 탄복한다”고 덧붙였다. 습기를 빼기 위해 수시로 난방을 했고 공기순환기도 설치했다.

리모델링을 고민하는 목회자들을 위해 경험담도 공유했다. 윤 목사는 “교회 건축 현장은 ‘영적 전쟁’이 일어나는 곳”이라며 “집들이 붙어 있는 이곳은 소음이 더 크게 느껴졌다. 현장에서 주민들의 마음을 달래주려 했다”고 전했다.

자칫 민원이 접수되면 공사가 지연될 수도 있는데 윤 목사의 노력 덕에 문제없이 예정된 기간에 공사를 마칠 수 있었다.

건축 폐기물 등 예상치 못한 비용에 대해 임 장로는 “5t 트럭 한 대당 60만~70만원인데 서른 대 정도 나왔다”면서 “리모델링은 변수가 많은 만큼 신경을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선교사 쉼터에서 지역 랜드마크로

윤 목사가 교회 공간 재구성에 나선 결정적인 이유는 선교사 쉼터다. 윤 목사 부부는 2008년 세계 50개국을 돌며 복음을 전하자며 ‘오십나라’라는 이름의 모임을 만들었다. 아프리카를 시작으로 중국 페루 등 20여개국에 선교하러 갔고 그곳에서 활동하는 선교사를 만났다. 그러면서 선교사들에게 위로와 쉼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이는 당시 평신도로서 선교 비전을 품던 윤 목사가 국내 목회로 방향을 바꾼 계기가 됐다. 2011년 하람월드미션을 설립해 지금의 자리에 선교사 게스트하우스인 ‘아버지의 집’을 개관했고 백석대 신대원생이던 2016년 4월 한마음열린교회를 세웠다. 그리고 한국에 들어온 선교사들이 편하게 안식하며 기도할 수 있도록 공간을 리모델링하기로 했다.

교회 건물 2층엔 원룸 2개, 투룸 2개로 구성한 선교사 게스트하우스 ‘로뎀나무’가 있다. 열린교회는 선교사들이 휴식하고 위로받기를 기대하며 게스트하우스를 마련했다.

2층 게스트하우스 ‘로뎀나무’는 원룸 2개와 투룸 2개로 구성했다. 윤 목사는 “비자 등 문제로 한국에 단기 방문한 선교사님은 원룸, 장기 투숙을 해야 하는 선교사님은 투룸에 머문다. 최장 3개월까지 가능하다”고 했다.

공간은 선교사들에게 위로가 됐다. 윤 목사는 “교단 상관없이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데, 놀랍게도 하나님은 선교사역에 지친 선교사님들을 보내주셨다. 이곳에서 휴식하고 예배하면서 선교사님들은 회복되어 다시 사역지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열린 공간과 예배당도 한국교회를 위해 사용하고 있다. 윤 목사는 “코로나 이전엔 교회학교 아이들이 두세 명 밖에 안 되는 6개 작은 교회가 이곳에서 연합주일예배를 드렸다”면서 “결혼식을 올리지 못하는 신혼부부에게 결혼식 공간으로 제공할 계획도 세웠다”고 말했다.

교회를 리모델링하면서 예상하지 못한 효과도 나타났다. 임 장로는 “주변에 카페들이 많이 생겼다. 한 카페는 라떼로 유명한데 서울에서도 사람들이 올 정도이고 대형백화점에 입점도 했다”며 “교회 건축 하나가 죽어 있던 동네에 활기를 준 셈인데, 이건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 목사는 “30일은 우리 교회 창립 6주년”이라며 “돌이켜보면 하나님이 세상의 결실이 아닌 다른 결실을 기대하며 리모델링을 시키신 게 아닐까 싶다”고 전했다.

고양=사진 신석현·열린교회 제공

고양=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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