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품은 아이들 <52>] 큰 소리 나면 여전히 불안… 교회가 힘 돼줘

<52> 전쟁 피해 온 우크라 난민 김엘레나씨와 두 자녀

우크라이나 피란민인 김엘레나씨가 생후 11개월 된 아들, 올해 여섯 살인 딸과 함께 미소를 짓고 있다. 밀알복지재단 제공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 지역에 살던 고려인 김엘레나(28·여)씨가 피란길에 오른 날짜는 지난달 24일(현지시간)이었다. 김씨는 여섯 살 딸아이의 손을 잡고, 품에는 지난해 5월 태어난 아들을 안고서 이웃 국가인 슬로바키아로 향했다. 접경 지역까지 차를 타고 간 뒤 도보로 국경을 넘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김씨는 자녀들을 데리고 무려 5시간을 걸어야 했는데 문제는 날씨였다. 바람은 차가웠고 추적추적 비까지 내렸다. 당시 태어난 지 10개월밖에 되지 않았던 아들에겐 가혹한 환경일 수밖에 없었다. 결국 아들은 폐렴에 걸렸고 열은 39도까지 치솟았다.

지난 5일 한국에 입국한 김씨 가족은 현재 광주에 머물고 있다. 28일 온라인 화상회의 플랫폼인 줌(zoom)을 통해 만난 김씨는 “다행히 아들의 폐렴은 완치된 상태”라고 전했다. 하지만 모니터 너머에 있는 김씨의 얼굴엔 수심이 가득했다. 우크라이나에 남은 남편과 부모님 때문이었다. 지난 2월 전쟁이 발발하고 지하 방공호에서 보냈던 시간과 피란길에 오르며 겪었던 고충은 딸의 마음에도 커다란 상처를 남겼다고 했다.

“방공호에서 꽤 오랜 시간을 보냈어요. 바깥에서 큰 소리가 들릴 때마다 딸이 많이 불안해했어요. 그게 트라우마가 된 거 같아요. 요즘 딸은 밤에 잠을 자다가도 갑자기 깨서 혼잣말을 늘어놓곤 해요. 아빠가 보고 싶다는 말도 자주 하는데, 하루빨리 전쟁이 끝났으면 좋겠어요.”

김씨 가족이 머무는 곳은 그의 여동생이 사는 월세 아파트다. 49㎡(약 15평) 크기밖에 안 되는 이곳엔 현재 김씨 가족과 여동생 가족까지 무려 7명이 살고 있다. 경제적으로도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어가 서툴고 입국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탓에 직장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 의료보험도 없고 생필품도 부족한 상황이다. 그나마 이런 김씨 가족에게 힘이 돼준 곳이 교회였다. 김씨 가족은 입국 이튿날인 지난 6일부터 광주에 있는 갓플리징교회(전득안 목사)를 통해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화상 인터뷰에 동석한 전득안 목사는 “전쟁을 피해 최근 한 달 사이에만 광주로 온 우크라이나 피란민이 160명 넘는다”며 “이들의 다친 마음을 어루만져줄 심리 상담 프로그램 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인터뷰 말미에 전쟁으로 고통받는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관심을 둘 것을 당부했다. “우크라이나 국민은 정말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어요.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더 이상 죽지 않길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너무 많은 사람이 죽어가고 있어요.”

◇'기적을 품은 아이들' 성금 보내주신 분 (3월 24일~4월 27일/ 단위: 원)

△이윤미 50만 △김전곤 김정희 김병윤(하람산업) 각 20만 △도수경 윤혜경 조점순 박정진 조동환 전희향 황의선 한옥희 각 10만 △유재미 7만 △오영옥 주경애 연용제 장경환 강광표 신인목(주안에교회) 문애순 정연승 정인경 김덕수 송병옥 이순길 김영수 조병열 김덕수 각 5만 △지양숙 한승우 김정숙 임순자 각 3만 △구자옥 박노일 하은희 신영희 독고순 박병규 각 2만 △하나 김명래 곽성자 송복순 김애선 한영희 각 1만

◇일시후원 : KEB하나은행 303-890014-95604 (예금주 : 사회복지법인밀알복지재단)
◇후원문의 : 1600-0966 밀알복지재단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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