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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설교] 만물이 그 안에 함께 섰느니라

골로새서 1장 15~17절


지난 20년간 생태신학을 강의하며 생태파괴의 긴급성을 호소했습니다. 동아리 학생들과 토마토, 옥수수를 심기도 하고 들고양이를 돌보고 유리창에 부딪혀 죽은 새의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작은 행동들을 실천하며 조용한 변화를 꿈꾸기도 했지만, 교회의 의식전환과 신앙실천으로 이어지기에는 미약했습니다. 이제 너무 늦은 것이 아닐까, 지칠 때쯤 코로나가 발생해 인류에게 돌이킬 수 없는 지구의 아픔을 대면하게 했습니다.

생태적 관점에서 인류는 실패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역사는 완전하기에 인간의 실패로 하나님의 사역이 중지되거나 축소되지 않음을 신앙으로 고백해야 합니다. 인간의 눈으로는 멈추고 중지된 듯하지만, 하나님은 그 어떤 시대보다도 이 고통스러운 지구를 안으시고 감싸시며 돌보고 계신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저는 신학자, 목회자로서 아직도 계속되는 팬데믹을 통해 보여주신 이 지구의 현실은 하나님의 강력한 계시의 현장이라고 믿습니다. 한국교회는 인수공통감염병인 코로나가 던진 긴급한 주제인 생태문제에 응답하는 것이 바로 교회의 긴급한 사명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러나 코로나 충격 앞에서 여전히 성도들의 기후위기에 관한 관심은 미미한 수준이며, 설교와 교육에서 환경문제를 접하는 것도 드문 일입니다.

오늘 본문은 모든 피조물이 그리스도에게서 나왔고 그리스도를 위해 존재하며 그리스도를 향하고 있음을 말합니다. 그리스도의 구원 사역은 인간뿐 아니라 비이성적인 피조물, 무생물, 유기체, 무기체, 땅과 하늘과 강과 바다와 자연과 동식물 등을 포함할 뿐 아니라 로마서 8장 말씀대로 모든 피조물이 다 이제까지 함께 탄식하며 고통당하고 있으며 하나님의 아들을 간절히 기다린다는 것을 전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구원자이시며 창조자이신 그리스도로 인해 만물을 통해서 하나님을 알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러므로 오랫동안 영혼 구원을 세상과 자연으로부터의 분리로 생각해왔던 전통을 반성해야 합니다. 지구는 죄 많은 세상, 타락한 세계가 아니라 인간의 탐욕과 죄로 파괴된 하나님의 아름다운 창조세계입니다.

오랫동안 사람들은 자연을 그저 인간 구원을 위한 부수적 환경이라 생각하며 자연이 하는 일을 무시했습니다. 그러나 자연은 쉼 없이 일하며 비를 내려주고 바람이 불어주기도 하고 산의 바위와 나무는 산사태를 막아 수많은 생명을 지켜왔습니다. 사실 자연은 우리와 더불어 이 우주를 이루는 생명의 벗이었습니다. 기후체계는 살아 있는 유기체가 전혀 아니지만 마치 살아 있는 듯이 움직이고 반응하는 시스템입니다. 기후체계의 변화와 위기는 우리에게 ‘인간 중심적 개념’으로 생명 세계를 이해하던 사유를 근본적으로 재고하라고 요구합니다.

이제 우리의 신학은 생태를 넘어 비유기체적 존재들과 만물의 얽힘 속에서 만들어가는 하나님의 세계를 위해 ‘사물생태신학(theology of things)’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주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으실 때도 물과 양동이가 없었다면, 주님의 죽음과 부활을 기념하는 가장 거룩한 성찬식도 빵과 포도주가 없었다면 그 깊은 사랑이 전할 수 있었을까요. 모든 자연 물질과 사물들은 주님의 구원 사역에 소중한 개체들입니다. 팬데믹은 인간에게 혼자서 생존할 수 있는 길은 없음을 일깨워주었습니다. 이렇게 인간이 멈춤의 시간을 견뎌내는 동안 신음하고 있는 이웃 생명과 진정한 관계를 생각하게 했습니다. 그래서 팬데믹의 ‘멈춤과 제한의 삶’은 하나님이 허락하신 은총의 시간임을 믿습니다.

김은혜 교수(장로회신학대)

◇ 김은혜 교수는 장로회신학대에서 기독교와 문화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 설교문은 지난 3월 장신대 채플에서 전한 내용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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