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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읽으니 어느새 자리잡은 절제

소설 읽는 신자에게 생기는 일/캐런 스왈로우 프라이어 지음/홍종락 옮김/무근검

‘위대한 개츠비’를 통해 성경이 말하는 절제의 덕목을 떠올린다. 사진은 2013년 개봉됐던 영화 ‘위대한 개츠비’의 한 장면. 국민일보DB

즐길 만한 글을 느리게 읽는다. 훌륭한 음식을 음미하듯 책도 천천히 맛본다. 인생은 너무 짧고 책은 너무 많다. 즐길 만한 소설을 차분히 읽으며 신앙의 깊이를 더할 수 있다.

‘소설 읽는 신자에게 생기는 일’(무근검)의 영어 원제는 ‘On Reading Well’이다. 문학 가운데서도 소설을 예술 작품 그 자체로 느긋하게 즐기며 성경의 덕목들, 이를테면 분별 절제 정의 용기 믿음 소망 사랑 정결 근면 인내 친절과 겸손을 발견한다. 잘 읽는 것(Reading Well)에서 시작해 잘 사는 것(Living Well)으로 나아가도록 돕는 책이다. 책을 머리와 논리로 이해하는 것을 넘어 소설이란 이야기 구조 속에 놓인 캐릭터에 대입해 보면서 육감적으로 얻게 되는 간접 체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12권의 위대한 소설들을 통해 좋은 삶을 발견하도록 돕는다.


저자는 캐런 스왈로우 프라이어 미국 사우스이스턴침례신학교 영어 및 기독교 문화 연구 교수다. 문학과 신앙, 둘 다 깊이 있게 해설할 실력을 갖춰야 이런 책을 쓸 수 있다. 저자는 “안 읽은 독자들에게 경고하자면 스포일러가 가득하다”면서도 “하지만 선택된 작품 모두 내용뿐 아니라 형식도 주목할 만한 불후의 가치를 지녔다”고 말한다.

베드로후서 1장 5~7절 “믿음에 덕을, 덕에 지식을, 지식에 절제를, 절제에 인내를, 인내에 경건을, 경건에 형제 우애를, 형제 우애에 사랑을 더하라”는 말씀 가운데 절제, 과도함과 부족함 사이에 놓인 균형인 절제를 말하기 위해 F 스콧 피츠제럴드(1896~1940)의 ‘위대한 개츠비’(1925)가 소환된다. 저자는 “절제는 우리에게 해방을 안겨준다”면서 “절제 덕분에 우리가 즐거움의 노예가 되지 않고 즐거움의 주인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반어적 의미로 위대한 개츠비가 반면교사로 등장한다. 대공황 발발 직전 슬프면서도 무모한 삶을 산 개츠비는 무절제를 통해 폭풍 치는 삶 한가운데로 들어가 끝내 가장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린다. 쾌락에 몰두하며 자유를 하찮은 것으로 여기고, 소비를 통해 소모를 경험하는 일을 보여준다. 이는 오늘날 부나 정치 권력이 아니라 욕망을 민주화한 현대 소비 자본주의를 떠올리게 한다. 저자는 “무제한 뷔페와 디톡스 다이어트, 포르노그래피와 순결 문화, 패스트푸드와 슬로푸드, 호화주택과 협소주택, 번영복음과 자기 부인의 복음 등 역사를 되돌아볼 때도 진자의 요란한 움직임이 드러난다”고 말한다. 위대한 개츠비가 오늘날에도 명작으로 불리는 이유다.

마크 트웨인(1835~1910)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1885)을 통해선 용기를 말한다. 저자는 용기를 “어려움에 잘 맞서는 힘”이라고 정의한다. 이어 “더 큰 선을 작은 선보다 우선시하는 것이 용기”라고 말하며, 용감한 사람은 “고귀한 일을 위해 굳게 버티는 사람”이라고 전한다. 소설 속 노예인 짐은 탈출하던 순간 톰이 총을 맞자 자유를 포기하고 소년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위험에 맞선다. 이성과 제대로 된 양심에 근거해 바르게 내리는 용기 있는 선택을 여기서 발견한다.

저자는 엔도 슈사쿠(1923~1996)의 ‘침묵’(1966)을 통해 믿음의 문제를, 레프 톨스토이(1828~1910)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1884)을 통해 사랑을, 존 버니언(1628~1688)의 ‘천로역정’(1678)을 통해 부지런함을, 조지 손더스(1958~)의 ‘12월 10일’(2013)을 통해 친절을 이야기한다. 책의 마지막 홍종락 번역가의 후기가 눈에 띈다. “독자들도 역자가 맛본 즐겁고 보람찬 배움과 만남, 사색의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 덕과 소설, 이야기와 캐릭터의 향연으로 오신 것을 환영한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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