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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R 규제 완화 대신 만기 연장… 50년 초장기 주담대 검토

5억 빌리면 이자 4.7억 → 8.6억 ↑
해외선 은퇴 시기에 일시 상환
저소득층엔 ‘조삼모사’ 될수도

서울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건드리는 대신 주택담보대출 만기를 연장하는 방식의 규제 완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30년 안팎이던 주택담보대출 만기를 40년으로 연장하는 가운데 50년 만기 초장기 상품 도입까지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만기 연장의 경우 당장 더 많은 대출금을 확보할 수 있지만 같은 돈을 빌리더라도 갚아야 하는 총이자액 부담이 늘어난다는 단점이 있다.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줄이지 않으면서도 대출 한도를 늘려줄 정교한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9일 은행권 만기별 주택담보대출 상환 부담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시중은행에서 5억원을 30년 만기, 금리 5%로 빌릴 경우 매월 갚아야 하는 원리금은 268만원이다. 이때 대출금과 한도 조건은 그대로 두고 만기만 50년으로 연장한다면 월 원리금 상환액은 227만원으로 감소한다. 1년 동안 갚아야 하는 원리금이 3216만원에서 2724만원으로 500만원 가까이 줄어드는 것이다. 현행 40%인 DSR 규제하에서 30년 만기로 5억원을 빌리려면 연봉 8000만원 직장인이어야 하지만 50년 만기로는 연봉 6900만원도 대출이 가능하다. 만기가 50년인 주택담보대출을 출시하면 DSR 규제를 풀지 않고도 대출 문턱을 낮추는 효과를 낼 수 있는 셈이다.


문제는 만기를 연장할 경우 갚아야 하는 총이자액 부담이 급격히 불어난다는 점이다. 만기 30년 주택담보대출의 총이자액은 4억7000만원이지만 50년의 경우 8억6000만원으로 증가한다. 같은 5억원을 빌리지만 총이자액 부담이 4억원 가까이 늘어나는 셈이다. 만기 50년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30년 대비 월 상환액이 적지만 대부분이 이자다. 1년(1~11회)차 상환액의 경우 227만원 중 원금은 19만원으로 전체의 8.4%에 불과하다. 반면 30년 주택담보대출은 1년차 상환액 268만원 중 22.4%인 60만원이 원금이다.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하다가 10년 뒤 중도 상환한다고 가정할 경우 50년 상품을 썼다면 그동안 갚은 원금은 3201만원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30년 주택담보대출을 썼다면 이보다 3배 이상 많은 1억265만원의 원금을 상환하게 된다.

이 때문에 일본 등 다른 국가에서 이뤄지고 있는 ‘40/30 주택담보대출’ 같은 상품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상품은 40년 분할 상환 조건으로 산출된 원리금을 매월 갚도록 하되 30년이 도래할 경우 남은 원금을 전액 상환하도록 하는 상품이다. 당장 매월 갚는 원리금 규모를 최소화해 지출이 많은 젊은 시기에 가처분 소득을 최대한 확보하고 자산이 축적되는 은퇴 시기에는 빚 상환 부담을 한꺼번에 털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단순히 만기만 늘려 대출 한도를 늘려주는 방식은 소득이 상대적으로 적은 MZ세대 입장에서 ‘조삼모사’로 느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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