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에 길들여진 삶… 괜찮을까요?

[커버스토리] ‘쓰레기 박사’ 홍수열 소장의 물음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이 지난 10일 서울 관악구의 한 공유오피스에서 일회용컵 너머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홍 소장은 ‘쓰레기 해설가’를 자처하며 20년 넘게 폐기물 처리 문제와 순환경제 정책 등에 목소리를 내온 환경 전문가다. 이한결 기자

내가 버린 쓰레기는 어디로 갈까. 매일 쓰레기를 버리면서도 이 단순한 질문에 답하기가 쉽지 않다. 눈에 보이지 않으니 ‘알아서 잘’ 처리될 거라고 믿고 넘기기에는 그 양이 너무 많은 게 문제다. 매립지와 소각장은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쓰레기 대란은 현실로 다가왔다. 수십, 수백년간 썩지 않고 남아 있을 쓰레기에 한 사람 한 사람이 책임감을 느껴야 할 시점이 됐다.

일명 ‘쓰레기 박사’로 통하는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결국 생산과 소비를 줄여야 한다고 말한다. 꼼꼼하게 분리배출 하고 재활용률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무분별한 소비에 길들여진 생활 양식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0일 국민일보와 만난 그는 “자원 소비량을 줄이면서 재생원료 공급량을 늘리는 게 순환경제의 전략”이라며 “물건을 덜 만들어도 다른 분야에서 일자리가 창출되도록 경제 시스템을 완전히 새롭게 바꿔야 하는데 이것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전망이 없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는 11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며 ‘재활용을 통한 순환경제 완성’을 제시했다. 재활용 선별 시설에 광학 선별기 설치를 의무화하고, 플라스틱을 재생원료로 사용하는 과정에서 열분해 방식을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이전 정부가 공표했던 ‘K-순환경제’ 계획을 답습한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지난 3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일회용품 규제를 유예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일회용품 정책마저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게티이미지

홍 소장은 이제 막 출범한 새 정부의 자원순환 정책을 평가하기에는 시기가 너무 이르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명확한 정책 방향과 입장을 언급하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짚었다. 그는 “지금 시점에서는 일회용품 규제 등에 대한 입장이 무엇인가라는 것을 집요하게 물어야 한다”며 “방향을 설정하고 기존 정책들을 빨리 견인하는 게 과제”라고 말했다.

홍 소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내인 2026년부터 수도권 지역에 생활쓰레기 직매립이 금지된다는 사실도 강조했다.

홍 소장은 “서울에서 나오는 생활쓰레기의 10%가 매립되는데 그 쓰레기를 해결해야 하는 시급한 상황”이라며 “새로운 소각장을 짓는 건 절차에 따라 최소 5년, 주민 민원이 계속되면 10년까지도 걸린다. 일회용품 규제가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의 대안이 되기에는 부족하지만 현 정부로서는 여러 방면으로 노력했다는 흔적을 남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자원순환 체계 구축에서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


“목표가 중요하다고 본다. 예를 들어 페트병을 어느 정도의 품질로 몇 % 재활용하겠다고 하면 생산, 소비, 수집, 선별, 재활용 등 각 단계를 어떻게 바꿔야 할지 보인다. 분리배출 방법도 고정된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전체 시스템에 따라 달라진다.”

-정부가 명확한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미인가.

“현재는 2030년까지 어떤 방식으로, 어떤 수준으로 재활용할 건지 정부의 목표가 구체적이지 않고 불확실하다. 정권이 바뀌면 목표도 바뀔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에 시장도 신뢰하지 않는다. 유럽연합의 경우 2030년까지 모든 플라스틱 포장재는 재사용·재활용돼야 한다고 목표를 잡았다. 여기에 맞춰 이해관계 주체자들이 플랫폼을 만들고 재활용이 가장 안 되는 비닐 포장재 생산 기준을 바꾸고 있다. 이렇게 차곡차곡 변화가 진행돼야 하는데 우리는 우왕좌왕하는 느낌이다.”

-탄소중립 정책에서 폐기물 분야가 홀대받는 이유는.

“온실가스 인벤토리(온실가스가 어디에서 얼마나 발생하는지 조사한 자료)에서 폐기물 분야는 소각장이나 매립장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만 본다. 전체 배출량의 2~3%밖에 되지 않아 주목받기 힘들다. 순환경제는 덜 먹고 덜 소비하기, 자원과 에너지의 총소비량을 줄여야 가능한데 이걸 건드리기가 힘들다. 온실가스 감축량에서도 성과가 잘 보이지 않으니 기후위기 대응 관점에서 순환경제가 과소평가 되는 부분이 있다.”

-플라스틱 열분해처럼 신기술이 접목되면 상황이 나아질까.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이 지난 10일 서울 관악구의 한 공유오피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2018년 폐비닐 대란을 계기로 많은 사람이 짧은 시간에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게 됐다”며 “포털사이트나 메신저 앱에서 분리배출 정보를 검색하면 바로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정보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한결 기자

“방향성은 맞지만 기술 중심주의적으로 바라보는 게 문제다. 더러운 쓰레기를 집어넣어도 열분해를 통해 다 해결할 수 있을 것처럼 여겨진다. 고품질로 재활용하려면 열분해가 잘 될 수 있도록 재질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게다가 비싸도 재생원료를 쓰는 수요처가 뒷받침돼야 경제가 굴러갈 수 있다. 순환경제는 산업 정책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재생원료를 많이 쓰겠다’ 이렇게 자원순환 정책에만 국한돼서는 안 된다.”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변화도 필요한가.

“순환경제의 시작이자 종착지는 생산자다. 잘 만들어서 재활용이 잘 되면 다시 재생원료로 사용하는 거다. EPR 제도의 원형인 독일은 생산자가 수거 업체를 직접 선정하는 등 수거, 선별, 재활용까지 모든 단계에서 역할을 한다. 우리도 생산자가 책임지는 부분을 재활용이라는 마지막 단계가 아니라 수거·선별이라는 앞 단계로 옮겨야 한다. 나아가 분리배출해 재활용되는 모든 품목에 EPR을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음달 시행될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어떻게 평가하나.

게티이미지뱅크

“보증금제는 소비자와 판매자를 오염 원인으로 보고 가장 높은 수위로 책임을 묻는 제도다. 보증금제 시행 전과 후로 나눌 수 있을 정도로 우리 사회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거라고 본다. 카페뿐만 아니라 다른 음식점에서도 다회용기를 쓰고 보증금을 받는 방식으로 확대될 수 있다. 다회용기 사용 경험을 쌓고 새로운 인프라를 구축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다른 방향에선 페트병이나 화장품 용기 등에도 보증금 시스템이 도입될 수 있다. 제로웨이스트나 순환경제는 굉장히 어려운 과제고 훨씬 더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 우리의 이해와 실천이 좀 더 깊어져야 할 때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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