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슈퍼사이클 오나… 원유 수요 늘며 ‘탱커’ 특수 기대

코로나 이후 물동량 증가 추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국 조선산업은 우리 경제의 발전을 이끌어온 국가 기간산업이다. 조선장려법(1958년), 조선공업진흥법(1969년) 제정 등의 정부 육성정책에 힘입어 1970년대에 조선소가 들어섰고 한국 조선산업은 본격적으로 세계시장에 진입했다. 빠른 속도로 기술력을 쌓아올리면서 선두 자리를 차지했다. 2020년 수주량 기준으로 세계 조선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37%에 이른다. 중국이 41%, 일본이 13%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조선·해운 산업은 2000년대 초반 중국의 고속성장, 글로벌 교역 확대 바람을 타고 ‘퀀텀 점프’를 했다. 이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주 절벽’에 맞닥뜨리며 위축을 경험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2000년대 초반과 같은 ‘슈퍼사이클(초호황)’이 찾아온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코로나19 이후 물동량이 증가 추세인 데다 조선산업 호황을 가늠하는 척도인 유조선 발주량이 늘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3일 클락슨리서치,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조선업 수주 실적은 1744만CGT(표준선 환산톤수)로 2013년(1845만CGT) 이래 8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년(823만CGT) 대비 배 이상 증가한 규모이자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958만CGT)보다 85%나 늘어난 수치다.

특히 ‘빅3’로 불리는 한국 대형 조선사들의 올해 1분기 수주액이 연간 목표량의 40%를 웃돌면서 탄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컨테이너선, LNG선 등의 고부가가치 선박 위주로 지난해부터 수주 호황을 잇고 있다. 한국 조선업계는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세계 선박 발주량(920만CGT, 259척)의 약 50%인 457만CGT(97척)를 수주했다. 국가별로 세계 1위다. 한 국가의 시장 점유율이 50%에 이르기는 클락슨리서치에서 데이터를 공개한 1996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그러나 아직 ‘슈퍼사이클’이라고 말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나온다. 대형 유조선 발주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조선업계는 올 1분기 세계에서 발주된 대형 컨테이너선(1만2000TEU급 이상) 38척 중 21척(55%), 대형 LNG선(14만m³ 이상) 37척 중 26척(70%)을 수주했다. 컨테이너선과 LNG선 등에 쏠려 있는 것이다.

다만 최근 국제원유 수송 수요가 늘면서 유조선 발주·수주가 꿈틀거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산 원유 공급이 줄어드는 대신 미국 등에서의 원유 수출이 증가세다. 영국의 해운 시황 분석 전문기관 MSI는 최근 발간한 분기 보고서에서 ‘유조선 운임이 러시아산 석유 대체수요에 따른 항해거리 증가, 대규모 선박 해체에 따른 공급 개선 등으로 올 2분기 이후 완만하게 상승 곡선을 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조선의 선가도 눈에 띄게 상승세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이달 유조선 신조선가지수는 186.53을 찍었다. 올 1월(182.66) 이후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또한 노후선박 수명규제, 환경규제 등으로 유조선 교체가 전 세계적으로 이뤄진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보통 선박의 수명은 15~20년 정도다. 호황을 누렸던 2000년대 초반에 건조한 선박의 교체가 시작되는 시기는 2025~2026년으로 예측된다. 여기에다 유조선도 환경규제 대상이어서 에너지 저감장치를 달거나 LNG 유조선으로 교체해야 한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23년부터 현존선박에너지효율지수(EEXI)와 탄소집약도(CII) 등급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EEXI를 충족하지 못하는 선박은 운항속도를 줄이거나 에너지 저감장치 등을 갖춰야 한다.

관건은 실제 발주다. 선가가 오르고 있지만 유조선 발주 수요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에 ‘슈퍼사이클’을 낙관하기는 어렵다는 진단이 나오는 것이다. 코로나19 완화, 세계 경제 리오프닝으로 해운 운임지수는 지난해부터 급상승세를 연출했지만 최근 들어 중국의 ‘코로나 봉쇄’ 영향을 받아 하락 반전했다.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선가 전망도 불확실하다. 이런 상황에서 대형 유조선 발주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아직 선박 프로젝트 계약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연초에 비해 유조선 발주 문의가 확실히 늘고 있다”면서 “최근 국제유가 변동세가 심하고 선가도 높게 형성돼 있어 선주들이 바로 유조선을 발주하기보다는 서로 ‘눈치게임’을 벌이면서 관망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선사들로부터 일단 유조선 발주가 시작되면 올해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부터 유조선 발주량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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