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연임 앞둔 시진핑 “과학적이고 효과적”… 제로 코로나 고집

‘위드 코로나’와 거꾸로 가는 中

중국 베이징의 한 길거리에 세워진 코로나19 임시 검사소에서 11일(현지시간) 한 여자아이가 검사를 받고 있다. 중국은 다른 나라와 달리 확진자가 나온 지역은 강도 높은 봉쇄에 들어가는 ‘제로 코로나’ 정책을 시행 중이다. AFP연합뉴스

중국의 코로나19 방역 정책은 전 세계 흐름과는 사뭇 다르다. 대부분 나라가 방역패스를 없애고 마스크를 벗는 등 ‘위드 코로나’를 선택하고 있지만 중국은 ‘제로 코로나’를 고집한다. 중국에서는 기차나 비행기를 타기 위해 유전자증폭(PCR) 검사 음성확인서를 제출해야 한다. 봉쇄 지역 거주자들은 슈퍼나 병원 갈 때가 아니라면 밖에 나오지 못한다.

중국의 이 같은 ‘제로 코로나’는 벌써 3년째다. 2020년 초 우한 사태 때부터 현재까지 단 한 명의 코로나19 확진자도 용납하지 않고 있다. 중국어로 ‘칭링(淸零)’ 정책이라고 한다. 확진자가 나온 지역은 강도 높은 봉쇄에 들어가고 거주민들에 대한 코로나19 전수조사를 하는 식으로 이루어진다. 이런 방식으로 중국은 우한 사태를 잠재웠고, 서구보다 빠르게 마스크를 벗는 모습을 보여주기까지 했다.

그러나 중국도 전파력이 높은 오미크론 변이는 피하지 못했다. 제로 코로나 정책에도 확산세는 쉽게 잡히지 않았다. 그 결과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4%를 차지하는 ‘경제수도’ 상하이는 지난 3월 28일부터 지금까지 봉쇄 중이다. 최근 집단감염이 발생한 수도 베이징도 봉쇄 노선을 밟고 있다. 지난 6일에는 9월 예정이던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연기했다. 연기 이유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지만 제로 코로나 정책의 일환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자 사전에 집단감염 발생 위협을 차단하자는 것이다.

중국은 왜 제로 코로나를 고수할까. 우선 중국의 ‘톱다운(Top-Down)’식 의사결정과 권위주의 체제가 만나며 낳은 한계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물론 한국이나 미국 같은 민주주의 체제에서도 방역 정책은 톱다운 방식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중국은 여기에 권위주의 체제라는 또 다른 특징이 함께 작동한다. 당의 정책에 문제가 있거나 부작용이 발생해도 쉽게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관료들이 시진핑 국가주석이 제로 코로나의 영향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태가 아닌지 우려한다고 이달 초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국 정책 고문은 FT에 “시 주석은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중국이 이룬 성과만을 자랑스러워할 뿐 (봉쇄로 인한) 경제 문제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는다”며 “제로 코로나 정책이 전파력이 높은 오미크론 변이는 견뎌내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시 주석이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 과제”라고 말했다.

게다가 시 주석은 올가을에 예정된 중국 공산당 제20차 당 대회에서 3연임 확정을 앞두고 있다. 이번 당 대회에서 3연임을 확정하면 시 주석은 27년간 종신 집권했던 마오쩌둥 사후 처음으로 15년 이상 집권하는 지도자가 된다.

3연임 확정을 앞둔 시점에서 시 주석에게 필요한 건 정치적 안정성이다. 그런데 코로나19가 시 주석에게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전염병 확산 통제에 실패한다면 ‘강력하고 유능한 지도자’로 쌓아온 자신의 위치가 흔들릴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듯 시 주석은 지난 5일 중국 최고위급 회의에서 “우리의 제로 코로나 정책은 이미 단계적인 성공을 거뒀다”며 “과학적이고 효과적인 제로 코로나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미·중 간 체제 경쟁 또한 중국이 제로 코로나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로 분석된다. 제로 코로나는 중국식 체제가 서구의 민주주의 체제보다 우월하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장치로 사용되고 있다. 옌중황 미국외교협회(CFR) 세계보건담당 선임연구원은 지난 4월 CNN에 기고한 ‘왜 시진핑은 제로 코로나를 그만두지 못하는가’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제로 코로나의 포기는 중국의 정치 시스템이 서방보다 우월하다고 주장해 온 정권의 정통성을 해치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7일 게재한 사설에서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가 100만명을 넘어선 것을 비판하며 중국식 체제의 우월성을 강조했다. 사설은 “중국 정부가 엄격한 예방과 통제 조치를 취할 때 미국은 코로나19 방역에 실패했지만 여전히 스스로 ‘민주적’이고 ‘자유로운’ 국가라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며 “미국이 코로나19로 사망한 100만명의 죽음을 ‘민주주의’와 ‘자유’로 정당화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제로 코로나의 부작용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상하이시 발표에 따르면 3월 상하이의 산업생산은 작년 동월보다 7.5% 감소했다. 봉쇄 여파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상하이가 40일 넘게 봉쇄에 들어가며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올해 중국의 경제 성장률을 4.5%로 예측했다. 이는 중국 정부의 목표인 5.5%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민심도 흔들리고 있다. 한때 중국 인터넷에는 상하이 봉쇄 중 벌어지는 비참한 일들을 고발하는 ‘4월의 목소리’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가 삭제되기도 했다. 팡커청 홍콩 중문대학 언론학 교수는 뉴욕타임스(NYT)에 “지난 몇 년 동안은 중국의 공식적인 선전이 꽤 성공적이었지만 여론의 온도가 많이 달라졌다”며 “이것은 일반적인 상황이 아니다”고 전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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