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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소금] 세상 속에서 함께하는 교회

김재중 종교국 부국장


국민일보와 사귐과섬김 부설 코디연구소가 올해 3월 31일부터 4월 4일까지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독교에 대한 대국민 이미지 조사’ 결과 한국교회 신뢰도가 18.1%로 나타났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보다 13.7% 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2020년 1월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조사에서 31.8%였던 한국교회 신뢰도는 지난해 1월 목회 데이터연구소 조사에서 20.9%로 하락하더니 올해 10%대로 추락했다.

기독교(개신교)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교회의 성장과 부흥이 멈추고 가나안 성도가 늘어나면서 위기의 경고등은 이미 켜져 있었다. 특히 미래세대에 대한 전망은 암울하다. 청소년 중 기독교 인구는 3% 초반이다. 미전도종족 기준인 복음화율 5%에도 못 미친다. 한국교회가 세속화되면서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지 못하고 ‘그들만의 교회’로 비판받아온 지도 오래됐다. 이런 현상이 팬데믹을 거치면서 증폭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한 교계 반응은 다양했다. 한 신학대학원 교수는 “몸이 안 좋은 걸 자각한 뒤 병원에서 검진을 받았으나 생각보다 훨씬 안 좋다는 말을 듣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어서 무척 슬펐다”고 토로했다. 한 목회자는 “젊은이들과 사역하다 보니 이번 결과가 예상했던 범위 안에 있었다”고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그러나 더러 의심하는 이들도 있었다. 국민일보 종교국에 전화를 해온 한 독자는 “여론조사 대상 1000명이 너무 빈약하고, 데이터의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설문조사가 현실을 100% 반영할 수는 없다. 그래서 모든 조사에는 신뢰수준과 오차범위가 있게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여론의 대체적인 흐름과 경향성을 파악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기독교의 신뢰도는 계속 떨어지는 추세이고,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추락의 속도가 빨라진 건 부인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이번 조사에서 주목할 대목은 기독교인 중 기독교를 신뢰한다는 비율이 63.5%인 데 반해 비기독교인들 중 기독교를 신뢰한다는 답변은 8.8%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일반인들이 기독교를 바라보는 시각이 냉담하다는 방증이다. 이처럼 교회의 공신력이 떨어지면 전도의 문은 닫히게 된다.

기독교의 신뢰도가 왜 이렇게 추락했을까. 임형규 라이트하우스 서울숲 목사는 국민일보 좌담회에서 “자본주의라는 자동차가 폭주할 때 제동을 걸어주는 역할을 교회가 해야 하는데 오히려 욕망을 강화하다 보니 외면당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기채 중앙성결교회 담임목사는 “교회의 세속화와도 맞닿아 있다. 예수의 제자로 살며 세상에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높였다.

교회 이미지가 배타적이고 물질적이고 이기적이라는 평가는 뼈아프다. 이에 한기채 목사는 “세상과 담을 쌓고 우리끼리만 잘하면 된다는 식의 인식을 버려야 산다”고 조언했고, 정재영 실천신학대학원 교수는 “우리의 선한 의도가 이기적으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교회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조사에서 응답자 절반(50.2%)이 교회 지도자들의 윤리적인 삶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배타적이고 독선적인 언행 자제(34.0%), 재정 투명성 제고(28.9%), 교인들의 윤리적인 삶(26.2%)이 뒤를 이었다.

위기일수록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한국에 첫 복음이 전파될 때 교육과 의료 등 공공 분야에서 선교사들과 초기 기독교인들이 빛과 소금의 역할을 잘 감당했기 때문에 한국교회가 세계에서 주목할 만한 교세로 성장한 것이다. 한국교회의 공공성 회복이 절실한 이유다. 하나님은 세상과 구별되는 교회가 아니라 세상 속에서 함께하는 교회를 선포하도록 이끄셨다. 교회 담장을 넘어 지역 공동체와 함께하는 교회, 믿음을 삶 속에서 실천하며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하는 교회가 될 때 하나님 나라는 세상 속으로 확장될 것이다.

김재중 종교국 부국장 j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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