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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성폭력으로 제명된 박완주, 늑장 징계한 민주당

더불어민주당이 12일 비상대책위원회를 열어 성폭력 혐의를 받는 박완주 의원을 제명했다. 3선 중진으로 송영길 대표 체제에서 당 정책위의장을 맡았던 의원이 성폭력을 저질렀다니 어처구니없다. 박 의원은 학생운동권 출신인 86그룹에 속하고 당내 진보·개혁 성향 의원 모임에서 활동해 왔다. 위선도 이런 위선이 없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 박원순 전 서울시장 등 소속 단체장들이 직장 내 성범죄로 잇따라 중도 하차해 비난이 빗발쳤고 지난해 4·7 재보선에서 민주당 참패의 빌미가 됐다. 그런데도 얼마 지나지 않아 성폭력 사건이 또 발생했으니 민주당의 성도덕 불감증은 고질이라는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박 의원은 물론이고 민주당의 사건 처리 과정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성폭력 행위가 당에 접수된 게 지난해 말인데 5개월이 지나서 제명키로 한 것은 늦어도 너무 늦은 조치다. 은밀한 조사가 강조되는 사건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의 굼뜬 대응이다. 성폭력 신고가 접수됐는데도 박 의원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대선 때까지 2개월여를 정책위의장으로 활동한 후 대선 패배에 책임을 지고 지도부가 교체될 때 함께 물러났다. 민주당은 이후 2개월이 더 지나서야 박 의원을 제명하고 사건을 공개했다. 파장을 우려해 뭉개려다 더 감추기 어려운 막다른 상황에 몰리자 마지못해 공개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윤호중·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사과하고 엄정한 조치를 약속했는데 말에 그쳐서는 안 된다. 공언한 대로 박 의원을 국회 윤리특위에 신속하게 제소해 의원 제명을 추진하고 수사기관에 고발해야 한다. 당의 사건 처리 과정에서 잘못이 있었는지도 조사할 필요가 있다. 2차 가해 방지와 피해자 보호를 내세워 사건 덮기에 급급해선 안 된다. 철저히 조사해 사건을 축소하고 무마하려 한 사실이 드러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물어야 마땅하다. 최근 당내 온라인 회의에서 성희롱 발언을 한 최강욱 의원, 성 비위 의혹이 제기된 이모 의원 등 다른 성 연루자들도 엄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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