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증권사 4년간 실적파티 벌이고 고객보호는 뒷전

국민일보, 전자공시시스템 분석
이전 17년간 순익보다 더 벌어
대부분 수수료 등 ‘후진적 영업’
금융사고·투자 민원은 되레 늘어


최근 유례없는 호황을 누린 증권사들이 지난 20여년 동안 벌었던 돈보다 최근 4년간의 수익이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수수료 수익이 대부분인 후진적 영업 관행은 고쳐지지 않고 있고, 금융사고와 투자 민원이 늘어나는 등 투자자 보호에는 소홀하다는 지적이다.

국민일보는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서 10대 증권사의 2000년 이후 사업보고서를 취합, 분석했다. 그 결과 이들 증권사의 최근 4년간(2018~2021년)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 합계는 20조3454억원으로 이전 17년간(2001~2017년) 누적 당기순이익(20조3438억원)보다 많았다. 분석 대상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메리츠증권 하나금융투자 키움증권 대신증권 신한금융투자이다.

최근 4년간 증권사 수익이 급증한 배경에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각국 정부의 유동성 확대 및 금융투자상품 투자 수요 증가가 있다. 특히 증권사들은 지난해 한 해에만 8조2663억원을 벌어들였는데, 이는 2001년 이후 21년간 누적 순익의 20%나 된다.

이들 증권사의 최근 4년간 평균 당기순이익은 5조864억원으로 이전 17년간 평균치(1조1967억원)의 4.3배에 달했다. 증권사별로는 메리츠증권이 7.2배로 4년간 당기순이익 평균과 17년 평균 차이가 가장 컸다. 증권업계 1위(자기자본 기준)인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이 수치가 4.3배였고, 신한금융투자는 2.3배로 가장 낮았다.

증권사들이 매해 실적 파티를 벌이며 덩치를 키웠지만 이에 상응하는 투자자 보호 조치 등 체질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금융투자 민원(9168건) 2건 중 1건 이상은 증권사 관련 민원(5212건)이었다. 또 전체 금융민원은 1년 전에 비해 3.5% 감소했지만 증권사 민원은 오히려 7.5% 증가했다. 민원 중 내부통제·전산장애 유형이 전체의 44.6%를 차지했다. 늘어난 투자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홈트레이딩시스템(H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장애 관련 민원이 증가한 데 따른 결과다. 금융투자 관련 금융분쟁조정 접수 건수도 빠르게 늘고 있다.

부당·위법 행위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상위 10개 증권회사의 부당·위법행위 적발 및 조치 현황’에 따르면 증권사들의 부당·위법 행위는 5년 사이 75건이었다. 대부분 규정 위반을 통해 부당한 이익을 얻거나 고객에게 거짓 내용 및 불확실한 사항을 알리며 상품을 판매한 경우였다. 상품을 판매하며 알려야 할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은 경우도 다수였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증권사들이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에 따른 개인투자자 유입으로 실적 증가를 이뤄냈지만 그에 걸맞는 전산 시스템 정비 및 투자자 보호는 수준이하”라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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