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낙태권 보장 판결 뒤집히면 최대 10년 이하 징역

13개 주 ‘방아쇠 법’ 살펴보니…
아이다호주도 5년 이하 징역 처벌
텍사스주는 작년부터 사실상 시행
최대 31주, 낙태권 즉각 박탈할 듯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미국 상원에서 여성의 낙태권 입법화 시도가 무산된 후 기자회견에 나서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슬프게도 여성의 신체에 대한 결정권을 옹호하는 데 실패했다”고 말했다. EPA연합뉴스

미국 연방 대법원이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한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결’을 폐기하기로 한 것이 알려지자 미국 전역이 들끓고 있다. 낙태권 입법이 연방 법률에 명문화되지 못한 상황에서 로 대 웨이드 판결은 사실상 1973년 이후 50년간 미국 사회에서 낙태권을 보장한 법의 역할을 해왔다.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뒤집힐 경우 미국 50개 주 가운데 최대 31개 주에서 여성의 낙태권이 박탈되는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공화당이 다수 장악하고 있는 13개 주에서는 이른바 ‘방아쇠 법(Trigger Law)’이 주마다 이미 마련돼 있다.

방아쇠 법은 현재 효력은 없지만 추후에 해당 법률의 제약 사항이 없어지면 효력이 발생하는 법을 뜻한다. 만약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뒤집히면 13개 주에서는 방아쇠 법이 효력이 발생하면서 즉각적으로 낙태가 금지된다.

낙태를 가장 강하게 금지하는 곳은 미 중남부 오클라호마주다. 오클라호마주 법안은 낙태가 임산부의 생명을 구할 정도의 중대한 사유가 아니면 낙태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이를 위반하면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1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한다. 성폭행 등에 따른 임신도 예외로 인정하지 않는다.

특히 오클라호마주는 임신 6주가 지나면 낙태를 금지해서 사실상 낙태를 전면 금지하는 법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케빈 스팃 주지사는 법안 서명 후 트위터에 “나는 오클라호마주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프로-라이프(Pro-life)’, 즉 낙태에 반대하는 주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아이다호주의 법안은 낙태를 허용할 경우 최대 5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게 했다. 다만 임산부의 건강이 중대하게 위협받거나 강간, 근친상간인 경우에는 낙태가 허용된다. 유타주도 임산부의 사망이 우려되거나 강간, 심각한 선천적 기형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한 예외의 사례를 제외하고 낙태가 금지된다.

텍사스주에서는 로 대 웨이드 판결 결과에 따라 30일 후 낙태를 금지하는 법이 시행된다. 낙태는 임산부가 사망하거나 심각한 부상을 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제한적으로만 허용된다.

이미 텍사스주에서는 지난해 9월부터 임신 6주 이후부터 낙태 시술을 사실상 전면 금지한 이른바 ‘심장 박동법’을 시행하고 있다. 텍사스주는 태아의 심장 박동이 감지된 후에는 성폭행이나 근친상간 등으로 임신한 경우에도 낙태할 수 없도록 했다.

민주당이 장악한 뉴욕과 캘리포니아 등 일부 지역에서는 대법원 판례가 뒤집히더라도 낙태권이 보장된다. 하지만 최대 31개 주에서 낙태가 불법이 된다면 임신중절을 원하는 여성은 낙태가 허용된 다른 주로 이동해서 낙태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낙태권 찬성 단체인 미 구트마허연구소에 따르면 루이지애나에 거주하는 여성의 경우 최장 539마일(866㎞) 떨어진 곳까지 낙태가 허용되는 주로 이동해야 한다. 플로리다 여성은 425마일(683㎞), 미시시피에서는 401마일(645㎞)이나 이동해야 한다. 결국 낙태에 있어서도 경제적 상황에 따라 양극화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중산층 이상의 여성이 아니라면 장기간 식비, 교통비 등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미 언론은 매년 약 86만건의 낙태가 미국에서 시행되고 있다고 추산한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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