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코인’ 루나 99% 폭락… 가상화폐 시장도 리먼 사태 오나

다른 코인도 급락 글로벌시장 영향
예치 시스템으로 당장 처분 불가
관련 법률도 없어 책임자 처벌 못해

12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에 암호화폐 시세가 실시간으로 표시되고 있다. 이날 국내 암호화폐 시장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9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4000만원 밑으로 떨어졌다. 연합뉴스

한국산 코인으로 주목받은 암호화폐(가상화폐) 루나와 테라가 고점 대비 99% 이상 폭락하며 글로벌 코인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이 여파로 비트코인과 다른 코인들까지 급락하며 가상화폐 시장의 ‘리먼 브러더스 사태’가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2일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루나는 이날 오후 5시 기준 개당 0.20달러에 거래 중이다. 지난달 116.39달러까지 치솟았던 종목이 99.83% 폭락해 휴짓조각으로 전락했다. 1달러 안팎으로 가치를 유지하던 테라도 0.58달러까지 하락해 반 토막이 났다. 전날 0.26달러까지 밀렸다가 간신히 가격을 회복했지만 여전히 낙폭이 크다.

테라는 미국 달러에 연동돼 1개 가치가 1달러에 고정되는 ‘스테이블 코인’이다. 루나는 테라의 가격을 1달러에 고정하기 위해 쓰이는 ‘자매 코인’이다. 테라 가격이 하락해 개당 1달러 시세를 맞추지 못하면 발행처는 보유자들에게 테라를 예치(스테이킹)받고 그 대가로 1달러 상당의 루나를 지급한다. 이렇게 하면 일시적으로 자사주 매입·소각의 효과가 나타나 테라 가격 반등을 이끌 수 있다.

스테이킹은 은행이 예·적금을 받고 이자를 지급하는 것과 비슷하다. 테라와 루나를 발행하는 테라폼랩스가 지급하는 이자 개념의 보상은 수익률이 최고 20%에 달한다.

이 같은 시스템은 테라의 시세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루나의 시세가 계속 상승할 것이란 믿음이 없으면 지속불가능하다. 하지만 금융상품 가격이 영원히 상승할 수는 없는 만큼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 당시 주택 거품이 꺼진 것처럼 순식간에 가격이 폭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진퇴양난의 상황이 닥치자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는 자체 보유한 비트코인을 풀어 루나와 테라를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량매도 우려가 커지자 투자자들의 패닉 셀이 이어져 비트코인 시세는 이날 3700만원까지 수직하락했다. 비트코인 시세를 추종하는 알트코인들도 급락해 개인 투자자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이번 사태는 금융감독원이 스테이킹 시스템의 위험성을 예견하고 실태조사에 나서는 와중에 발생했다. 테라 스테이킹 기간은 3주 남짓이다. 보상 비율은 연율로 따지면 2100%를 넘는 등 터무니없이 높다. 심지어 스테이킹이 종료될 때까지 해당 물량을 처분할 수 없는 일부 투자자는 실시간으로 테라 폭락 모습을 지켜보고만 있어야 한다.

개미들의 자산이 순식간에 증발했지만 투자자 보호나 책임자 처벌은 요원하다. 스테이킹 코인을 어떻게 규정할지, 투자자 보호 미흡으로 인한 부실 사태가 발생했을시 어떤 처벌을 내릴지에 대한 법률이 없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내부통제제도나 투자자 보호책을 가동할 의무가 있는 기성 금융권과 달리 현재로서는 암호화폐가 아무리 폭락해도 발행처나 관계자에게 법적 책임을 묻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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