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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전직 대통령 집 앞의 시위

남도영 논설위원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서울 연희동은 1980~90년대 대학생들의 시위가 잦았다. 88년엔 ‘전두환 체포조’가, 93년엔 ‘전·노 체포조’가 기습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500m 떨어진 두 전직 대통령의 집을 보호하기 위해 최루탄을 쏘며 시위대를 진압했다. 학생과 경찰이 대치하는 와중에 연희로 주변 상인과 주택가 주민들이 최루탄과 교통 통제로 고통을 겪었다.

2008년 경남 김해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 앞은 관광객과 지지자들로 늘 붐볐다. 노 전 대통령은 고향으로 돌아간 첫 전직 대통령이었다. 많은 사람이 봉하마을을 찾아왔다. 많을 때는 평일에도 1000명 이상, 주말엔 1만명 이상이 방문했다. 노 전 대통령은 주말엔 10번 정도 집에서 나와 관광객들과 만나 사진도 찍고 얘기도 나눴다. 김해시는 뜨거운 관광지가 됐다. 그러나 귀향 4개월 만에 국가기록물 유출 논란이 벌어졌고, 그해 하반기부터 검찰 수사가 시작됐다. 노 전 대통령은 12월 방문객 인사 일정을 없애고 칩거에 들어갔다.

2017년 10월 서울 논현동 이명박 전 대통령 집 앞에서는 매일 집회가 열렸다. ‘쥐를 잡자 특공대’라는 단체 이름을 내건 사람들이 점심시간마다 ‘MB 구속’이라고 쓴 플래카드를 들고 구호를 외쳤다. 이 전 대통령은 몇 개월 뒤 검찰 수사를 받고 이듬해 3월 22일 구속돼 아직 옥살이를 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10일 ‘잊혀진 삶’을 말하며 경남 양산 평산마을로 낙향했다. 그런데 한 보수단체가 사저에서 100m 떨어진 곳에 차를 세우고 밤낮없이 확성기를 틀어 논란이 됐다. 확성기 소리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정한 심야 소음 기준인 55㏈보다 낮아 제재할 방법도 없었다고 한다. 다행히 주민들과 경찰의 설득으로 확성기 집회는 중단됐다. 전직 대통령 집 앞은 조용하기보다 여러가지 이유로 시끄러웠다. 시위하는 사람들도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래도 국가를 위한 봉사를 마치고 낙향한 전직 대통령의 조용한 삶이 방해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남도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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