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창궐 북한에 尹대통령 “백신 지원”

해열제·진단키트 등 의약품 포함
구체 지원 방안 北측과 협의키로
北 화답 땐 꽉 막힌 남북관계 물꼬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서울 중구 국제금융센터에서 열린 거시금융상황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첫 대외 행보인 이날 회의에서 “경제는 바로 우리 국민의 삶, 그리고 현장에 있는 것”이라며 “새 정부는 현장에서 답을 찾고 더 나은 정책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북한에 백신과 의약품을 지원하기로 13일 전격 결정했다. 북한이 윤 대통령 제안에 긍정적 입장을 나타낼 경우 꽉 막힌 남북 및 북·미 관계에 해빙의 물꼬가 트일 수도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북한 주민에게 코로나 백신을 비롯한 의약품을 지원할 방침”이라며 “구체적인 지원 방안은 북측과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도 용산 대통령실 국민소통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백신 지원을 위한 실무접촉을 제안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당연하다. 기본적으로 통일부 라인으로 해서”라고 답했다. 대통령실은 우선 해열제와 마스크, 진단키트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코로나 상황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판단 하에 백신 및 의약품 지원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북한 코로나 상황에 대해 “간단하지 않다. 생각보다 심각하다”고 말했다. 앞서 노동신문은 “5월 12일 하루에 전국적 범위에서 1만8000여명의 유열자(발열자)가 새로 발생했고 현재까지 18만7800여명이 격리 및 치료를 받고 있으며 6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사망자 중 한 명은 스텔스 오미크론(BA.2)에 감염됐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북한의 열악한 보건의료 시스템을 고려하면 확진자와 사망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윤 대통령은 오는 2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대북 백신·의약품 지원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진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이날 화상 통화를 갖고 한·미 정상회담 관련 의견을 교환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특히 양 장관은 북한 코로나 발생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국제사회와 함께 대북 인도적 지원 방안에 대해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다만 백신 지원과 관련해 미측과 논의한 것은 없다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정치권에서도 대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인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 회견에서 “북한이 최대 비상방역체계로 전환한 이상 서둘러 인도적 차원의 지원을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북한이 윤 대통령 제안을 수용할지 여부다. 문재인정부는 여러 차례에 걸쳐 북한에 백신 지원 등 남북 간 방역·보건의료 협력을 제안했지만 북한은 끝내 호응하지 않았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아직 (백신·의약품 지원과 관련해) 북한의 연락은 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확산세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경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윤 대통령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대통령실은 북한이 7차 핵실험 준비를 마쳤고, 실험에 앞서 여러 종류의 미사일 시험발사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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