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액만 50조원’ 루나 패닉, 권도형 처벌도 어렵다

‘폰지사기’ 판박이 피해 대책
권도형 “새 코인 발행해 피해보상”
당국 “개입 권한 없다” 모니터링만

루나 등을 개발한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테라 홈페이지

암호화폐(가상화폐) 루나가 1주일 새 99% 폭락하며 50조원이 넘는 피해를 불러일으켰지만 사태를 책임지는 개인이나 기관은 없다. 루나를 발행한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에게 비난의 화살이 돌아가지만 제도상 그에게 책임을 묻기는 어려운 구조다. 권 대표는 피해를 보상하겠다며 새로운 코인 발행 구상을 밝혔으나 과거의 ‘폰지사기’와 판박이라는 지적이다.

15일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에 따르면 루나는 이날 오후 3시 현재 개당 0.0003달러(약 0.39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116달러를 넘던 시세가 수십만분의 1토막 난 것이다. 루나 시가총액이 지난달 52조7000억원에서 이날 3조8000억원으로 고꾸라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투자자 피해액은 50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루나 사태가 천문학적인 피해를 주며 암호화폐 시장을 뒤흔들었지만 책임지는 이는 전무하다. 권 대표를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지만 관련법이 마땅치 않다. 현재로서는 특정 암호화폐 종목 시세가 아무리 폭락해도 발행자가 투자자를 기망하거나 부당한 이익을 얻으려 했다는 의도를 입증하지 못하는 이상 책임을 묻기 어렵다.

암호화폐 주무 부처인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루나 폭락 사태에 대한 긴급 동향 점검에 나섰지만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법적 권한이 없어 테라폼랩스에 자료 요구를 하거나 검사·감독에 나서지 못하는 실정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코인 거래는 민간 자율에 맡겨져 있어 정부가 개입하거나 대응할 근거가 없다”며 “상황에 대해 모니터링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제2의 루나 사태’를 막기 위해 잠재적 리스크를 가진 종목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시가총액·거래량 등 기준을 세워 일정 수준에 이르면 해당 종목에 대한 사업구조의 위험성을 분석하는 등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태가 커지자 권 대표는 전날 트위터를 통해 “새로운 코인을 발행해 테라 생태계를 보존하겠다”고 밝혔다. 신생 코인 10억개를 발행해 루나 투자자들에게 5억개(50%)를, 테라 투자자들에게 4억개(40%)를 보상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신뢰를 잃은 테라폼랩스의 신생 코인이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주요 거래소가 새 코인을 상장한다는 보장도 없다.

보상안이 과거 폰지사기 업체들이 썼던 수법과 똑같다는 지적도 나온다. 폰지사기 업체 상당수는 법적 시비에 휘말리는 경우를 대비해 형식적으로라도 피해보상책을 내놓는다. 유사수신업체 ‘이더트레이드(ethtrade)’는 비트코인·이더리움을 예치하면 월 25%의 수익률을 보장한다고 홍보하다가 2017년 사업 실패를 선언하고 투자자 예치금을 ‘먹튀’했다. 국내 피해액만 5000억원이 넘었다.

이더트레이드는 먹튀 직후 고객 예치금의 40%를 ‘크립토불코인’이라는 신생 코인으로 보상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미 신뢰를 잃은 기업에서 발행한 코인이라 가치가 제로에 가까워 실질적인 피해 보상은 이뤄지지 못했다.

머지포인트 사태와도 전개가 유사하다. 머지포인트 운영사 머지플러스는 포인트를 자사 발행 머지코인으로 환전해주겠다고 보상책을 내놨지만 이를 사용하려면 이 회사가 개설한 인터넷쇼핑몰에서 시중가보다 훨씬 비싼 값에 제품을 사야 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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