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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시평] 정치 도구가 돼버린 전기요금 문제

김희진 법무법인 대륙아주 외국변호사


한국전력이 올해 1분기에만 8조원에 육박하는 영업 적자를 냈다고 밝혔다. 2021년 연간 적자 총액이 5조8601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작년 1년 동안 적자를 올해 3개월 만에 이미 초과해 버린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한전의 영업손실을 많게는 30조원까지 예상하기도 한다. 한전의 무자비한 영업손실 이유는 간단하다. 한전이 조달해 오는 연료비, 전력구입비 등의 원가는 무섭게 치솟았다. 하지만 한전이 판매하는 전기요금은 그에 비해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팔면 팔수록 적자만 쌓인다.

윤석열정부는 인수위원회에서부터 이미 연료비 연동제와 전기요금 현실화를 약속해 왔다. 지난 4월 당시 인수위에서 발표한 에너지정책 정상화를 위한 5대 정책 방향에 대해 전기요금 체계에 원가주의 원칙을 확립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한전의 전기요금에 한전이 전기를 구매해 오는 연료비를 연동하겠다는 것이다.

연료비 연동제는 전력 생산 원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연료비 변동분에 따라 전기요금을 산정하는 제도다. 관세청이 고시하는 LNG, 석탄, 유류의 무역 통관 가격을 기준으로 직전 3개월의 평균 연료비를 과거 1년간의 평균 연료비와 비교해 분기별로 전기요금을 올리거나 내릴 수 있다. 단 급격한 전기요금 변동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 방지를 위한 보호 장치가 있다. 직전 요금 대비 최대 3원까지만 인상 또는 인하 가능하게끔 한도를 둔 것이다.

연료비 연동제는 윤석열정부에서 새롭게 도입하는 정책은 아니다. 이미 지난해 문재인정부 당시 전기요금의 예측 가능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됐다. 하지만 실제 적용은 순탄치 않았다. 연료비 연동제에 따라 한전이 2020년 12월부터 현재까지 전기요금 인상을 요청했지만 문재인정부는 지난해 4분기 단 한 차례만 전기요금을 인상했다. 물가 안정을 위해서라는 이유였다.

물가 안정과 국민 부담을 줄이기 위한 목적도 분명히 있겠지만 배후에 정치권 입김이 작용해 왔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한전이 전기요금을 인상하기 위해선 전기사업법에 따라 전기위원회 심의를 거쳐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물가 안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사전 협의 역시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선거와 같은 굵직한 정치권 이벤트를 앞두고는 정치권 영향으로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해 왔다. 제도가 마련돼 있는데도 정치적 필요에 따라 취사 적용해선 안 된다. 선거철마다 전기요금 동결로 표를 얻으려 하는 것도 일종의 포퓰리즘이다. 수십년 묵은 전기요금 현실화 문제의 원인이 여기에 있다. 문제를 개선해 보고자 도입된 연료비 연동제라는 제도적 장치가 제대로 작동해 보기도 전에 전기요금 문제는 정치 도구가 돼버리고, 나아가 민영화냐 아니냐의 이념 싸움으로 번진다.

언제까지나 원가는 무시하고 모든 손실을 한전에만 떠넘길 순 없다. 한전이 운영비 조달을 위해 올해 발행한 채권액만 13조원에 달한다. 공공재 성격이 강한 전기요금이 온전히 시장경제 논리로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될 순 없다. 그렇다고 해서 조달 비용인 연료비를 고려하지 않은 ‘묻지마 가격 동결’은 지속 가능성이 없다. 마냥 전기요금 청구서를 미래에 미루는 것일 뿐이다. 전기요금이 원가보다는 높거나, 적어도 지금보다 어느 정도는 현실화돼야 한전이 스스로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나아가 원가는 높지만 친환경인 대체에너지가 성장할 수 있는 사회적 여유도 생길 수 있다. 이제라도 연료비 연동제를 적극 활용해 객관적 기준으로 전기요금을 책정해야 한다.

김희진 법무법인 대륙아주 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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