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목·회… 목회자 3인의 어버이 사역

☞ 아버지의 마음으로 교회와 성도를 섬김

그래픽=이영은·게티이미지뱅크

림인식(97·아래 사진) 노량진교회 원로목사는 지난 15일 스승의 날 기념 주일을 맞아 ‘아비(어버이) 같은 목회자가 절실한 시대’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아비목회’는 아버지의 마음으로 교회와 성도를 섬긴다는 림 목사의 목회철학이다. 그는 먼저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내가 복음으로써 너희를 낳았음이라’(고전 4:15)는 성경 말씀을 언급했다. 바울 사도는 유모(乳母)와 아비가 자기 자녀에게 하듯이 즉 어버이가 자녀를 낳아 키우는 것(살전 2:7~12) 같이 목회했다는 내용이다. 림 목사도 바울 사도처럼 어버이 같은 목회자가 되리라고 기도하며 평생 목회했다고 회고했다. 1950년 6·25전쟁이 한창일 때 목회를 시작한 림 목사는 예수 안에서 교우 하나하나의 심령을 살리려고 힘썼다. 하지만 지난 세월을 돌아보면 참 어버이로서의 목회는 미흡했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고 했다.


“무당이 끌려 나와 열심 있는 권사가 된 이, 이론적으로 핍박하던 교만한 애국지사가 변화되어 충성하는 겸손한 장로가 된 사람, 기타 놀라리만큼 완전히 신자로 변화되는 모습들을 보며 기뻐 피곤도 모르고 열심히 뛰었지요. 그런데 ‘목사님이 나를 영적으로 다시 나게 해 주셨습니다. 나에게는 목사님이 영적 어버이십니다’는 말은 지극히 적게 들었습니다. ‘신자’는 적고 ‘교인’만 많이 생기는 목회를 한 셈입니다. 나는 참 어버이로서의 목회는 미흡했다는 증거로 느껴져서 아쉬움이 많습니다.”

림 목사는 후배 목회자를 향해 바울 사도처럼 어버이로서 삶의 모범을 보여줄 것을 권면했다. 부모는 비록 실패했다고 하더라도 그럴수록 자기 자식은 옳고 바르게 아주 깨끗하게 자라기를 바란다고 했다. “‘어떻게 목회하느냐?’보다 먼저 ‘어떤 목회자이냐?’가 중요해요. 이 땅에 모든 후배 목회자에게 ‘어버이 같은 목회자가 되십시오’라고 권면하겠습니다.”


아비목회(두란노)를 펴낸 권태진(73·사진) 군포제일교회 목사는 경기도 군포시 금정동 복지센터 ‘베들레헴예배당’을 기반으로 성장을 거듭했다. 또 다른 성전인 비전센터 ‘예루살렘성전’을 인근 당정동에 설립, 군포시 지역을 복음의 센터로 만들며 군포제일교회를 지역의 신뢰와 내실을 갖춘 교회로 성장시켰다.

무엇보다 한국의 대표적인 복지 성공사례로 주목받고 있는 ‘성민원’을 설립해 이웃을 살피고 돌보는 역할을 감당해오고 있다. 성민원은 섬김과 나눔, 사랑의 실천을 모토로 기독교의 사명을 감당하고자 하는 권 목사 뜻에 따라 1998년 군포제일교회 부설기관으로 설립됐다. 아동과 청소년, 노인, 장애인 등 사랑과 돌봄이 가장 필요한 대상들에게 전문적인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며 성공적인 복지 롤모델로 한국교회 안팎의 관심과 본보기가 되고 있다. 특히 성민원은 2018년 기준, 단체에 종사하는 직원이 400여명(2022년 5월 기준 320여명)에 이르고, 거쳐 간 자원봉사자만도 3만여명에 달한다. 또한 사역을 함께 한 기업이 650여 기업, 누적 후원자는 1만 7000여명에 이른다. 그동안 성민원을 통한 수혜자 역시 22만여명에 이르는 등 웬만한 국가 복지기관의 규모를 훌쩍 넘어서고 있다. 교회의 사명과 이웃 사랑 정신을 묵묵히 실천하고 있는 권 목사는 성경의 원리대로, 사랑이 흘러가는 대로 따르다 보니 복지가 모습을 갖추고 조직이 체계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했다.

권 목사는 “부모와 같은 사랑으로 시작된 복지는 그 본질이 변하지 않는다”면서 “입양해서 키운 아들딸도 사랑으로 잘 양육하면 키워준 사람을 아버지 어머니라고 부르듯이, 진심으로 대하니 성도들이 저를 아버지라 부르고, 누군가 그 모습을 보고 아비목회라 불렀다”고 밝혔다.

“일만 스승이 있되, 아비는 많지 아니하다는 말씀이 있어요. 스승은 공부 잘하는 아이들, 자기를 잘 따르는 아이들을 먼저 챙깁니다. 그러나 우리 군포제일교회는 소외되고 버림받은 사람들과 지금까지 함께했습니다. 아비니까 힘들다고 버리지 않는 것이지요. 이런 복지와 사역을 유지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많은 인내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들이 회복하고 장성하면 엄청난 에너지가 됩니다. 사랑이 흘러가는 힘은 바로 여기에서 나옵니다.”

권 목사는 다른 사람들이 ‘교회와 복지’라는 두 기둥으로 목회하는 것을 생각지도 못할 때, 교회는 복지와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신념을 세웠다. 권 목사는 세상에서 복지를 할 수 있는 최고의 사람이 목회자라고 단언한다. 목회자라면 당연히 복지사역을 해야 마땅하다는 주장이다. 왜냐하면 예수님이 보여 주신 목회자의 표본이 바로 복지사로서의 목회자이기 때문이다. 권 목사는 교회가 복지에 헌신할 각오가 되어있는 무형의 교회인 성도들과 유형의 교회가 있으므로 마음만 먹으면 복지사역이 가능하다고 자신 있게 얘기한다.


대전시 유성구 노은동 노은침례교회 김용혁(70·사진) 목사도 아비목회로 대전지역에서 명성이 자자하다. 대표적인 프로젝트는 ‘처치 플랜팅’(교회 세움)이다. 김 목사는 “목회의 기본적인 사역은 주님의 양떼를 푸른 초장 쉴 만한 물가로 인도하는 목양과 같다”면서 “따라서 궁극적인 목적은 주님의 지상명령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영적 아비가 없으면 성도들은 떠도는 인생이 돼 공허한 삶을 살게 되지요. 아비는 인공지능(AI)이 대신해 줄 수 없어요. 탕자를 품고 함께 울어줄 아비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1967년 중3 때 아버지를 여읜 김 목사는 꿈 많은 학창 시절 대학을 세 번이나 떨어져 인생의 깊은 좌절을 느꼈지만 끝내 포기하지 않고 역경을 극복했다. 제대하자마자 체신부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그는 75년 한국통신공사(KT)에서 10년 가까이 직장선교 활동을 펼쳤고 밤엔 일하고 낮엔 공부하는 ‘야경주독’(夜耕晝讀)의 힘겨운 시절을 보냈다. 82년엔 세상 학문에 미련을 버리고 대전 침신대에 입학, 86년 졸업과 동시에 퇴직금 1400만 원으로 교회를 개척해 오늘에 이르렀다.

“능력 많으신 주님이 12명의 소수 제자만 선발하여 그들에게 집중 훈련해 땅끝 사명을 맡기셨습니다. 바울은 주님의 마음을 이어받아 고린도 교인들에게 일만 스승은 많으나 아비는 많지 않다(고전 4:15)며 개척해 세운 교회마다 아비의 마음을 전수했지요.”

김 목사는 코로나19로 한국교회가 마치 폭탄을 맞은 형국이나 다름없다며 마스크로 입을 막자 눈과 귀도 막혀버렸다고 안타까워했다. “현대 교인들은 음식점 맛집 찾듯 조금만 입맛에 거스르면 미련 없이 교회를 떠납니다. 내 직장, 내 집, 내 가족은 다 있는데 내 교회, 내 목자는 없습니다. 영적 고아들이니 정작 힘들고 괴로워도 찾아갈 곳이 없습니다. 그래서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라는 오명을 벗어나기 어려운 것이죠. 세상은 코로나 사망 숫자는 관심이 많은데 하루 43명 자살 숫자엔 관심이 없습니다.”

김 목사는 자식이 시집 장가들어 가장이 돼야 철이 드는 것과 같아서 부교역자들에게 원하는 대로 동역자를 붙여서 이제까지 6개 교회를 개척시켰다. 50여개 목장마다 선교지 이름을 붙여 자체적으로 선교사들과 교류하며 협력 선교를 했다. 지역사회에 필요한 교회가 되기 위해 복지 목회에 관심을 두고 지역아동센터와 요양원을 운영했다. 또 층높이가 높은 체육관을 지어 배드민턴과 탁구 동호회원들에게 도움을 주고 지역 문화공간으로 카페를 개방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연말에 은퇴하는 김 목사는 “은퇴를 리-타이어(Re-tire)라 생각하면 폐기당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차원의 사역을 위해 준비하는 것”이라면서 “그동안 교단 해외 이사회에 몸담고 있어서 건강이 허락하는 한 순회 선교사로 활동하려 하고 지역 목회자들과 함께 ‘예닮원’에서 그동안의 목회 경험을 나누고 독서모임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중식 종교기획위원 yun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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