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나 쪽박’ 보고도… 개미들 ‘제2 루나’에 몰려들어 단타

28만명이 700억개 보유 추정
사고 후에도 일부 거래소 방치
“감당할 만큼 투자해라” 경고만

루나 등을 개발한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테라 홈페이지

한국산 암호화폐 ‘루나’ 가격이 고점 대비 99% 이상 폭락하며 세계 시장을 뒤흔들자 금융당국이 뒤늦게 실태 파악에 나섰다. 소비자 보호 장치가 미흡하다는 비판이 나오자 부랴부랴 움직이지만 사전 예방에 실패했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최근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에 루나 관련 거래량과 투자자 수 등 현황 파악을 요청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루나 관련 투자자는 28만명이고 이들이 700억개가량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암호화폐 거래소 등이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조치하려고 한다”고 했다.

정은보 금감원장도 이날 임원 회의를 열고 루나 사태 대응을 주문했다. 금감원은 피해 상황과 발생 원인을 파악해 향후 제정될 디지털자산기본법에 재발 방지 방안이 충실히 반영되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일주일간 증발한 루나 관련 시가 총액이 450억달러(약 57조3750억원)에 이르고 국내 피해자가 최소 20만명일 정도로 피해 규모가 크지만 암호화폐 거래소마다 대응 방식은 제각각이다. 고팍스와 업비트, 빗썸은 지난 13일 루나를 상장 폐지(거래 종료)하겠다고 밝히면서 시점을 제각기 다른 16·20·27일로 예고했다. 루나 상폐 관련 방침을 밝히지 않은 코인원에서는 루나 시가가 13일 한때 0.031원까지 내렸다가 16일 오전 0.385원까지 12배 이상 치솟았다.


대부분 암호화폐 거래소는 투자자의 루나 ‘단타’ 거래를 내버려 두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 이 순간에도 암호화폐 거래소는 루나 관련 거래 수수료를 수십억원씩 벌어들이고 있을 것”이라면서 “소비자 보호는 뒷전에 둔 거래소를 금융당국 차원에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관련 법령이 정비돼 있지 않아 투자 판단의 책임은 전적으로 개인에게 있다.

언제든 제2, 제3의 루나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크다. 다단계 금융 사기 위험성을 지녀 ‘제2의 루나’로 꼽히는 스테이킹 암호화폐는 200개 이상 존재한다. 스테이킹 암호화폐를 거래소 등에 맡기는 투자자는 ‘추가 발행에 기여했다’는 보상으로 이자를 받을 수 있는데, 이자율이 터무니없이 높다. 암호화폐 정보 사이트 스테이킹리워즈에 따르면 스테이킹 규모 상위 10개 종목 중 폴카닷(13.94%), 아발란체(8.98%), BNB체인(7.24%), 솔라나(5.26%) 등은 은행권 예·적금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이자율을 제공한다. 이날 현재 솔라나 한 종목에만 26조8820억원이 예치돼 있다. 400.79%라는 실현 불가능한 이자율을 내세우는 암호화폐 팬케이크스와프나 시프체인(205.50%), 올림푸스(173.67%) 등에도 수천억원이 몰려 있는 상황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각 암호화폐의 사업 구조 등을 꼼꼼히 검토한 뒤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
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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