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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끝자락에 보는 연분홍 향연·노란 융단

적·황·녹… 삼색으로 물든 전남 장흥의 봄

철쭉꽃이 만발한 전남 장흥 사자산에서 사자두봉 쪽으로 본 풍경. 사자두봉 너머 장흥 읍내가 보이고 왼쪽으로 편백숲우드랜드가 있는 억불산이 시야에 잡힌다.

전남 장흥의 5월은 적(赤)·황(黃)·녹(綠)의 삼색으로 물든다. 제암산(帝岩山·778.5m)의 철쭉과 선학동 유채꽃, 그리고 억불산 편백숲이 그려내는 봄 향기가 마음을 힐링해 준다.

제암산은 전남 보성과 경계를 이룬다. 정상에 임금 제(帝)자 모양의 3층 형태로 높이 30m 정도 되는 바위가 우뚝하다. 수십 명이 한자리에 앉을 수 있는 이 바위를 향해 주변의 바위와 봉우리들이 공손히 절하는 모습이어서 임금바위(제암)로 불린다.

사자산 하단부에서 시작되는 철쭉은 사자산 등성이와 곰재, 제암산 정상을 지나 장동면 큰 산에 이르기까지 만발한다. 그중 사자산~간재3거리~곰재를 잇는 능선이 제암산에서 가장 유명한 철쭉군락지다. 20만㎡의 너른 땅에 소나무 몇 그루를 빼고는 잡목 하나 없는 진분홍빛 철쭉밭은 ‘천상의 화원’이다.

사자산에서 보면 멀리 사자두봉 끝에 장흥읍내가 보이고 왼쪽으로 억불산이 우뚝하다. 억불산은 정남진편백숲우드랜드로 유명하다. 편백 숲 사이에 산책로가 있어 봄 숲을 즐기기에 그만이다.

억불산 인근에 귀족호도박물관이 있다. 한국에 하나뿐인 이색박물관이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먹을 수 없는 호두나무가 자생하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호도’ 열매를 볼 수 있다. 입장료도 받지 않고 여행객에게 공개돼 있다. 전체 부지면적 1만3223㎡(4000평) 규모로 지상 1층 기획전시실엔 호두 500개 이상이 전시돼 있고, 2층 자료실엔 호두와 관련된 각종 자료가 비치돼 있다. 귀족호도 테마공원, 육종과 배양실, 자원식물관, 생약초 향수관, 생약초 분재공원, 생약초 인체모형 동산, 자연쉼터 등의 부대시설도 갖추고 있다.

귀족호도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시가 1억원 짜리 6각 호도.

호도(胡桃)는 호두라는 정식 명칭이 정해지기 전 사용되던 옛말이다. ‘귀족호도’는 세계에서 유일한 장흥군의 자생 품종으로, 특허청에 고유명사로 등록됐다. 매끈한 표면에 옅은 갈색을 띤 식용 호두와 달리 울퉁불퉁한 표면에 암갈색을 띠고 있다. 쇠망치로 내리쳐도 잘 깨지지 않을 만큼 강한 내구성과 특유의 단단함으로 손 운동과 지압용으로 좋다. 2각이 대세인데 4각과 6각 호도도 있다. 이곳 6각 호도는 시가 1억원이라고 한다. 300년 이상 된 나무에서 나오는 열매가 보물 노릇을 하고 있다.

회진면 선학동은 노란빛으로 봄을 장식한다. 선학동유채마을은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전형적인 농촌이었다. 농사지을 사람이 없어 비워둔 논과 밭에 보리를 심으려 했다. 하지만 정부에서 보리를 수매하지 않아 대체 작물로 유채를 파종했고 이 소문이 나면서 관광객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청준 작가의 ‘선학동 나그네’의 배경 선학동유채마을.

2014년 전남 경관우수시범마을로, 2015년 농림축산식품부 지정 새뜰마을로, 2017년에는 장흥 9경에 선정됐다.

유채밭 사이로 난 길을 따라 한 바퀴 둘러볼 수 있다. 30~60분 걸린다. 중간에 쉴 수 있는 정자도 있어 꽃밭의 운치를 더한다. 정자에서 내려다보면 유채꽃 너머 알록달록한 지붕을 한 마을이 그림처럼 어우러진다. 그 뒤로 쪽빛 득량만 바다가 펼쳐진다. 원두막에 가만히 앉아 유채꽃을 바라보면 마음마저 노랗게 물드는 듯하다. 유채밭은 가을이면 메밀밭으로 변한다. 9월 말부터 메밀꽃이 피기 시작해 10월 중순에 절정을 이룬다.

선학동마을은 장흥이 고향인 작가 이청준의 소설 ‘선학동 나그네’의 배경이 됐다. 이 소설이 영화로 제작된 것이 임권택 감독의 ‘천년학’이다. 선학동마을은 천년학의 영화촬영지로 유명한 곳이다. 마을 갯가 둑에 천년학 세트장이 있다. 방앗간 겸 선술집으로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찍었다.

인근 진목마을에 이청준의 생가가 있다. 이청준은 1960년대 중반 문단에 나와 40여년간 우리 소설계를 이끌며 장흥을 무대로 많은 작품을 썼다. ‘아제아제 바라아제’의 한승원, ‘녹두장군’의 송기숙 등과 함께 한국 현대문학을 빛낸 장흥 출신 문인이다.

여행메모
국내 유일 독립운동가 안중근 ‘해동사’
한우·표고버섯·키조개 ‘장흥삼합’

전남 장흥의 제암산 산행 코스는 다양하다. 장동면 감나무재에서 출발해 작은산~큰산~제암산 정상~곰재~사자산으로 이어지는 장거리 종주코스에서 제암산 철쭉을 만끽할 수 있다. 장흥 ‘정남진 편백숲 우드랜드’에는 통나무주택, 황토주택, 한옥 등 숲속에서 건강 체험을 할 수 있는 숙박시설과 생태건축을 체험할 수 있는 목재문화체험관, 목공 및 생태건축 체험장, 숲 치유의 장, 산야초단지, 말레길 등이 조성돼 있다.

대표 음식 장흥삼합은 한우와 표고버섯, 키조개 관자를 함께 구워 먹는 음식이다. 한우의 진한 맛과 표고버섯의 감칠맛, 관자의 부드러운 맛이 어우러져 들판과 산, 바다의 기운을 한 번에 맛보는 별미다. 장흥 읍내와 정남진장흥토요시장에 식당이 많다.

안중근 의사의 국내 유일 사당인 해동사.

장동면 만수리에 해동사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독립운동가 안중근 의사의 위패를 모셔놓은 사당이다. 1955년 장흥에 살던 유림 안홍천(죽산 안씨)이 순흥 안씨인 안중근 의사가 후손이 없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이승만 대통령에게 건의해 죽산 안씨 문중에서 건립한 것으로 전한다.





장흥=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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