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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 저 진짜 경찰입니다”… 보이스피싱에 경찰 ‘골머리’

출석 요구하며 악성코드 링크 보내
진짜 경찰 전화 끊거나 문의 폭주
“서면 요구서 안 받았을 때는 사기”


서울 마포경찰서는 지난달 사건 관계인인 A씨에게 서면으로 출석요구서를 발송하고 그 뒤 문자메시지로도 출석을 요청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수사가 지체되자 경찰은 A씨 모친에게까지 문자를 보냈다. 하지만 묵묵부답이었다.

담당 경찰관은 할 수 없이 모친에게 자신의 공무원증 사진을 찍어 보냈고, 이후 전화를 걸었다. “아드님 관련 사건으로 연락했다”고 말했지만, 상대방은 “당신이 경찰이라는 걸 어떻게 믿나”는 반응을 보였다. 결국 경찰이 사건 접수 내용을 상세히 설명한 뒤에야 A씨와 모친은 “그동안 보이스피싱인 줄 알았다”며 수사에 협조했다.

경찰 등 수사기관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범죄가 늘면서 진짜 경찰의 연락까지 불신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경찰이 조사 일정 조율을 위해 직접 사건 관계자들을 찾아다니면서 수사가 지연되는 사례도 생기고 있다.

전북에 사는 B씨 역시 지난달 걸려 온 경찰의 수사 협조 요청 전화와 문자를 보이스피싱으로 의심했다. 경찰이 신분을 증명한 후 재차 사건에 대해 설명한 뒤에야 조사에 응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17일 “경찰이라고 하면 전화를 그냥 끊어버리거나 신분을 증명해 달라는 요구가 늘었다”며 “피싱 사기가 기승을 부리다 보니 재차 확인하려는 시민들 상황도 이해는 간다”고 했다.

보이스피싱 사기 전화를 받은 뒤 경찰에 확인하는 전화도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송파경찰서에는 “정재원 경위가 실제로 있냐”는 내용의 전화가 연이어 걸려왔다. 보이스피싱 조직이 자신을 “송파서 정재원 경위”라고 소개한 뒤 “보이스피싱에 당신의 통장과 신분증이 도용됐다”며 접근해 왔다는 것이다. 강남경찰서의 경우 최근 “이세준 경위를 바꿔 달라”는 전화에 시달리기도 했다. 보이스피싱 의심 전화는 개인 휴대전화 번호로 위장한 ‘010’으로 시작하는 발신 번호로 걸려왔다. 두 경찰서는 ‘해당 경찰관은 없으니 주의하라’는 안내를 하고 있다.

개인정보를 묻지 않고 곧장 경찰 출석을 요구하는 식의 보이스피싱 수법도 등장했다. 피해자가 속는 것 같으면 그제야 경찰 출석요구서로 위장한 링크를 열어보게 한 뒤 악성코드를 깔아 개인정보를 빼내는 방식이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이 출석 통보를 위해 개인번호로 전화를 거는 경우는 없다”며 “먼저 서면으로 출석요구서를 보내기 때문에 신중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실제 경찰이 전화를 건 경우 휴대전화에 ‘경찰’ 표기가 별도로 뜨는 ‘발신정보 알리미’ 서비스도 확대할 계획이다.

박민지 양한주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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