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탄생한 자리 위에 손 얹고 기도하니 벅찬 감동”

[다시 열린 성지 이스라엘] <상> 예수 숨결 담은 성지가 깨어나다

서울 연동교회 권사회 성지순례 팀원들이 17일 요르단강 서안 베들레헴 예수탄생교회에 있는 예수 그리스도 탄생 기념 은색 별을 바라보고 있다.

“드디어 성지에 도착했습니다.”

서울 연동교회(김주용 목사) 성지순례 팀원들이 17일 이스라엘 텔아비브 벤구리온국제공항 입국장에 들어오면서 일행을 기다리고 있던 가이드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넸다. 팀원들은 13시간 넘는 비행에도 밝은 표정을 지으며 성지순례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교회 권사회 회원 34명으로 구성된 순례팀은 지난달 18일 코로나19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된 뒤 처음으로 이스라엘을 찾은 개별 지역교회 성지순례 팀이다.

가이드를 맡은 이강근 유대학연구소장은 “최근 미국의 한 한인교회가 이스라엘을 찾은 일이 있었지만, 한국에서 온 팀 중에는 연동교회가 첫 사례에 속한다”면서 “권사회가 발빠르게 성지를 찾으면서 2년 넘게 닫혔던 성지의 문을 활짝 연 한국의 교회로 기록될 듯하다”며 반색했다.

순례팀은 쉴 새도 없이 대형버스에 몸을 실었다. 차량은 성경에 등장하는 ‘벧호른 길’(수 10:10~11) 위에 놓인 443번 고속도로에 올랐다. 40분쯤 달렸을까. 버스는 팔레스타인 지역 요르단강 서안 도시인 헤브론의 막벨라굴로 향하는 진입로에 들어섰다.

헤브론 막벨라굴에서 팀원들이 유대인들이 기도할 때 사용하는 성물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예루살렘 남쪽에 있는 이 도시는 1995년 체결된 오슬로협정에 따라 이스라엘의 철군이 약속된 7개 도시 중 하나였지만 아직까지 이행되지 않아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막벨라굴은 아브라함이 아내 사라의 매장을 위해 헷 족속 에브론으로부터 400세겔을 주고 매입한 가족 묘지다.(창 23:9~20) 사라 외에도 아브라함 이삭 리브가 야곱 레아 등이 매장됐다. 이들은 오늘날 유대교와 이슬람교의 시조이기도 해 양측 모두 양보할 수 없는 지역이기도 하다.

서울에서부터 순례팀을 인솔한 박요한 연동교회 부목사는 “기독교의 조상들이 묻힌 유서 깊은 자리가 오히려 분쟁의 중심이 됐다는 사실이 안타깝다”면서 “평화를 지향하는 종교 본래의 가치가 회복되길 바라면서 막벨라굴을 둘러봤다”고 말했다.

굳게 닫혔던 성지의 문이 이제 막 열리다 보니 대부분 성지순례 지역은 코로나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한산했다. 이날 오후 방문한 예수탄생교회에서도 대기 줄을 찾을 수 없었다. 이곳은 코로나 이전까지 최소 30분 이상 기다려야 했던 유명 성지 중 하나였다.

팔레스타인 베들레헴 시내에서 남쪽으로 8㎞ 떨어진 이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가 태어난 장소로 알려진 곳 위에 세워졌다. 예수님이 공생애를 시작하며 세례를 받은 요르단강 세례터, 십자가에 달려 인류를 구원한 골고다 언덕(성묘교회)과 함께 기독교 3대 성지로 꼽히는 곳이다. 기독교가 공인된 이후 326년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어머니 헬레나가 지은 교회의 지하 동굴에는 예수 탄생 지점을 표시한 14개 꼭짓점의 은색 별로도 잘 알려져 있다.

팀원들은 유독 은색 별 곁을 떠나지 못하고 한동안 머물렀다. 순례객의 수가 적다 보니 가능했던 일이었다. 김경미(57) 권사는 “예수님이 태어나신 자리를 기념하는 별 위에 손을 얹고 잠시 기도하는데 눈물이 흘렀다”면서 “이곳에서 인류 구원이 출발했다고 생각하니 벅찬 감동이 밀려왔다”고 전했다.

마리아가 아기 예수에게 수유한 걸 기념하는 우유동굴교회에서 순례팀원들이 기도하고 있다.

가장 연장자인 이혜옥(77) 권사도 “예수탄생교회를 찾았을 때 내가 꿈을 꾸는 건 아닌지 잠시 의심이 들었을 정도로 흥분됐다”면서 “성지를 방문하니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걸 감사하게 되고 신앙인으로 더욱 진실하게 신앙생활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밝혔다.

오랫동안 닫혔던 성지순례의 문을 다시 연 순례팀원들이 느낀 감동은 남달랐다. 2018년 성지순례에 이어 두 번째 이스라엘을 방문했다고 소개한 석찬복(71) 권사는 “성경을 읽으면서도 늘 성경 속 배경을 한국식으로 생각했는데 성지순례를 할 때마다 성경의 실제 배경과 성경 본문을 연결하면서 이해의 깊이를 더하는 장점이 큰 것 같다”면서 “코로나가 완화된 이후 다시 찾은 성지를 걸으며 첫 번째 방문에서 발견하지 못했던 자세한 부분들을 보게 돼 유익하고 감격스럽다. 남은 일정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베들레헴(팔레스타인)=글·사진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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