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올리버 비어의 ‘소리 회화’ 혹은 프리드먼 ‘반상식의 유희’

서른 일곱 신예작가의 발칙한 도전
조각에 대한 반전·엇박자의 즐거움

타데우스로팍갤러리에서 전시하는 영국 작가 올리버 비어와 전시 전경.

지난해 서울 용산구 독서당로에 서울점을 낸 이래 독일 신표현주의 화가 게오르그 바젤리츠, 미국 팝아트 작가 알렉스 가츠 등 현대미술 거장을 소개해온 타데우스로팍은 이번에 37세의 신예인 영국 현대미술 작가 올리버 비어를 소개한다. 그의 첫 번째 한국 개인전 ‘공명- 두 개의 음’(6월 11일까지)에 가보면 청화백자가 공중에 매달려 있고, 도자기 입구에 마이크가 부착된 희한한 광경을 볼 수 있다. 도자기 안에서 들리는 소리를 관람객이 걸어가면서 체감하게 하는 설치 작품이다. 소라고둥에 귀를 갖다 대면 소리가 나는 것처럼 도자기에서 소리가 나는 원리를 이용했다.

2015년 뉴욕 메트로폴리탄에서 작업하던 작가는 동료의 도자기 컬렉션을 구경하다 우연히 도자기에서 소리가 난다는 걸 알게 됐다. 이번 전시에선 설치 작품을 통해 자신이 들었던 소리를 함께 듣자고 제안하면서도 그 소리를 회화로 발전시킨 작품들도 선보였다. 벽에 걸린 추상화는 얼핏 여느 화가들이 붓으로 그린 작품과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인간의 손이 아니라 신의 손길이 작용한 듯 깃털 구름이나 바람이 만든 물결같이 오묘하다. ‘공명 회화’로 이름 붙은 이 추상화 작업은 음악적 현상을 시각적 언어로 치환한 것이다.

작가는 수평으로 배치된 캔버스 위에 파란색 안료 가루를 뿌리고 캔버스 아래에는 대형 스피커를 설치했다. 도자기 안에서 나는 각각의 소리를 채집해 증폭시킨 음향이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면 그 음파에 따라 캔버스 위 안료 가루가 춤추듯 움직인다. 작가는 만족할 무늬가 만들어지면 자신이 개발한 기술로 안료를 정착시킨다. 작가는 “붓을 들지 않고도 이렇게 음으로만 그림을 그릴 수 있다”면서 “고음과 저음을 내는 한 쌍의 음을 사용했는데, 작업과정이 마치 뮤지컬 퍼포먼스 같다”고 말했다.

전시장에선 산산 조각난 청화백자 조각들이 무늬처럼 박힌 ‘오브제 회화’도 선보인다. 청화백자 조각을 평면 위에 배치한 뒤 그 측면이 잠기게끔 검은색 레진을 부어 독특한 효과를 낸다.

리만머핀갤러리에서 개인전을 하는 미국 작가 톰 프리드먼과 전시 전경.

2017년 서울에 지점을 낸 미국의 리만머핀갤러리에선 미국 중견 작가 톰 프리드먼(57)의 개인전 ‘많은 것을 동시에’(6월 25일까지)를 하고 있다. 지난해 전속 작가로 합류한 뒤 한국에서 갖는 첫 개인전이다. 구겐하임재단이 운영하는 휴고 보스상 최종 후보에 오른 프리드먼은 하늘을 올려다보는 인물을 표현한 대표작 ‘룩킹업’으로 유명하다. 이 작품은 지난해 미국 록펠러센터 채널 가든에 전시됐다.

전시작들은 조각에 대한 상식을 뒤엎는 반전을 통해 시각적 유희로 이끈다. 인체 조각을 등신대보다 작게 설치함으로써 낯선 느낌을 유발하는 식이다. 신작 ‘듣는다’는 잘 듣기 위해 애쓰는 포즈를 취한 연초록 인체가 흰색 좌대 위에 설치된 작품이다. 좌대를 자세히 보면 흰색으로 움푹 파인 흔적이 있다. 이를 통해 소재가 방음재로 쓰이는 스티로폼임을 넌지시 알려준다. 재료가 갖는 속성과 주제의 엇박자가 보는 즐거움을 준다. 종이컵, 수건, 찌그러진 도시락 상자 등 쓸모가 다한 쓰레기를 갖고 만든 인간 조형물 ‘빙’(Being)도 눈길을 끈다.

완두콩 모양의 벌집무늬 조형물은 양귀비 씨앗을 수백 배 확대한 것이고 실물보다 더 실물 같은 호박벌은 실제보다 확대한 것이라 크기에 대한 상식을 뒤엎는다.

‘모빌 회화’도 흥미롭다. 캔버스처럼 칠한 하늘색 벽면에 주렁주렁 물건들이 매달려 있는데, 자세히 보면 앤디 워홀의 작품에 나오는 바나나, 호안 미로의 작품에 나오는 유기체, 쿠사마 야요이의 점 등 미술사의 아이콘 같은 이미지들이다. 이것들이 공중에서 서로 겹쳐져 3차원 드로잉 같은 효과를 낸다. 손엠마 대표는 “프리드먼의 작업은 맥시멀리즘과 미니멀리즘의 미학을 아우르며 조각의 전통을 부수고 조각이 어디로 나아갈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글·사진=손영옥 문화전문기자 yosohn@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