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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 우리 아빠, 어쩌다 이 지경’… 속타는 자녀들

요양병원·시설 면회 재개 이후
환자 관리소홀 반발 퇴소 사례↑
정부, 접촉면회 기간 연장 검토

요양병원의 관리 소홀로 피부병이 생긴 김모씨 아버지의 팔. 가족 제공

코로나19 유행으로 보호자 접근이 제한된 사이 요양병원·시설에서 지내는 환자 건강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다는 호소가 꾸준히 제기된다. 이달 들어 접촉면회가 한시적으로 허용되면서 오랜만에 마주한 부모의 모습이 처참한 정도라 가슴을 치며 시설을 옮긴 자식들도 있다.

50대 김모씨는 지난 12일 7개월 만에 만난 아버지의 상태에 놀라 이틀 만에 급히 다른 요양원으로 옮겼다고 한다. 부친은 2020년 10월 수도권의 한 요양병원에 처음 입원한 뒤로도 80㎏의 체중에 체격이 좋았다. 그런데 코로나 탓에 자주 못 보는 동안 살이 빠지는 기미가 보이더니 지난해 추석 접촉면회 때는 휠체어를 타고 나왔다. 그때까지만 해도 원하면 유리창 너머로 면회를 할 수 있었고 요양보호사가 아버지의 상태를 자세히 알려줘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는 게 김씨 얘기다.

하지만 이번에 마주한 아버지는 전혀 다른 사람이 돼 있었다. 아예 몸을 가눌 수 없어 이동식 침대에 실려 나왔고 전에 없던 피부병도 생겼다는 것이다. 습진과 진물이 굳어 만들어진 각질이 움직일 때마다 온몸에서 우수수 떨어질 정도였다. 김씨는 19일 “긁지 못하도록 손에 장갑을 껴둔 탓에 아버지가 가려움에 온몸을 흔들고 손으로 침대를 ‘탕탕’ 치고 계셨다”고 말했다.

그의 가족은 지난해 9월 이후로는 아버지를 전혀 볼 수 없었고, 담당 요양보호사가 외국인으로 바뀌면서 상태 설명도 제대로 듣지 못한 상황이었다.

‘더이상 이렇게 둘 수 없다’는 생각에 김씨 가족은 아버지를 급히 모시고 나왔다. 가까이서 살핀 부친의 몸 상태는 더욱 심각했다고 한다. 소변받이장치(기스모)가 아닌 일회용 비닐봉투가 주요부위에 둘둘 감겨 있고, 그 위로는 기저귀가 세 겹 채워져 있었다고 김씨는 전했다.

병원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간병인 한 명이 다수를 돌보는 ‘공동 간병’에서 기스모를 사용하기에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코로나만 없었어도 내가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내버려 두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한스러워했다.

아예 퇴소를 고민하는 보호자도 있다. 50대 노모씨는 최근 접촉면회에서 만난 79세 어머니의 모습이 앙상하게 뼈만 남은 데다, 와상환자가 아닌데도 엉덩이 윗부분에 욕창으로 곪은 상처가 난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모친은 흑갈색뇨까지 봐 현재 치료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노씨는 집으로 모시고 오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그는 “보호자와 제삼자의 눈길을 받지 않는 사이 관리를 소홀히 한 것 아닌가 싶다”고 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가뜩이나 외부 출입이 적은 데다 코로나로 인해 단절돼 있던 상황에서 보호의 질 저하로 나타났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용호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결국 인력 부족으로 문제가 발생한다”며 “요양시설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정부는 오는 22일까지 한시적으로 허용했던 요양병원·시설 접촉면회 기간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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