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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플란트 주변 2 ~ 3주간 지속되는 염증… 혹시 악성 종양?

[희귀암에 희망을] <8> 치은암

맞지 않은 틀니 오래 껴도 위험
구강암 중 세번째… 70대 이상 많아
치주·구내염 오인 많고 예후 안좋아
잇몸 붓고 백태 나타나면 의심을

국립암센터 박주용 전문의가 한 여성의 구강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57세 여성 김모씨는 몇 년 전 왼쪽 아래 어금니 2개가 빠져 임플란트를 심었다. 그런데 지난해 임플란트 부위 잇몸에 생긴 염증이 잘 낫지 않아 치과를 찾았고 큰 병원에 의뢰됐다. 조직검사 결과 생소한 ‘치은암’ 진단을 받았다. 영상검사에서 암이 하악골(아래턱 뼈) 일부에 침범했으나 목 임파선으론 번지지 않은 것으로 관찰됐다. 김씨는 “임플란트를 한 곳에서 암이 생길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고 했다.

크게는 구강암으로 분류되는 치은암은 말 그대로 구강 내 치은(잇몸)에 생기는 암이다. 치은은 위·아래턱에서 치아와 주변 뼈를 덮고 있는 분홍색 점막 조직을 말한다. 최근 상실된 치아를 대신하는 임플란트 치료가 보편화되면서 임플란트 주변에 치은암이 진단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국립암센터 구강악 안면외과 박주용 전문의는 23일 “임플란트 주변에 잘 낫지 않는 염증이 2~3주 지속되면 단순히 ‘임플란트 주위염’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한 번쯤 악성 종양, 즉 치은암일 수 있다고 보고 정밀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잘 맞지 않은 틀니를 오랫동안 끼고 있을 경우도 마찬가지다. 틀니에 의해 치아가 없는 잇몸에 상처가 생기는 등 만성적인 자극을 받으면 치은암으로 진행될 수 있다.


치은암은 구강암 가운데 설암(혀암), 협점막암(뺨암)에 이어 세 번째(10.1%)로 많이 발생한다(1999~2010년 중앙암등록통계). 2015~2019년 통계를 보면 매년 최저 168명에서 최대 199명까지 새로 발생했다. 연간 200명도 채 발생하지 않는 희귀암이다. 구강암 전체적으론 여성보다 남성에서 약 4배 많이 발생하지만 치은암은 남녀 비율이 2대 1 정도로 상대적으로 차이가 크지 않다. 또 설암의 경우 40세 미만 젊은 층에서 종종 볼 수 있는데 반해, 치은암은 70세 이상 고령에서 많이 발생한다. 예후는 썩 좋지 않다. 중앙암등록본부가 1993~2010년 발생한 치은암 환자 1286명을 분석한 결과 5년 생존율은 48.4%였다. 2006~2010년 발생한 506명 조사에서는 55%로 다소 올랐지만 다른 암에 비해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

박 전문의는 “치아 부위는 눈에 잘 보이는 곳이라 이상 병변의 발견이 어렵지 않은데, 치주염(잇몸병)이나 구내염인 줄 알고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다. 암보다는 입병이 났다고만 생각하고 고식적인 잇몸 치료를 받다 진행된 상태로 늦게 오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치은암을 비롯한 구강암은 조기(1·2기) 발견 비율이 의외로 낮다. 대한구강악안면외과학회 구강암연구소가 구강암 환자의 초기 진단 시 병기를 조사했더니 70% 이상이 3·4기의 진행된 상태였다. 치은암 등 구강암 검진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지 않은 점도 한몫한다. 현재 국가건강검진에 구강검진 항목이 있지만 형식적인데다 충치나 치주질환 발견에 치중돼 있다. 반면 미국의 경우 21세 미만은 3년 마다, 40세 이상은 매년 정기 구강암 검진을 받도록 구체적으로 권고하고 있다. 캐나다도 흡연자 등 구강암 고위험군에 한해 매년 구강검진을 받게 하고 있다. 구강암도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진행된 상태로 발견되면 완치율이 20% 정도지만 조기에 진단되면 90% 이상 된다.

치은암 제거 수술 후 잇몸과 치조골 재건을 위해 보철장치를 착용한 모습.

치은암은 거의 대부분 잇몸 점막 병변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발견이 쉽다. 잇몸이 빨갛게 붓고 피가 나는 등 염증이 오래 가고 하얀 백태 같은 게 보여지거나 잇몸 표면이 균일하지 않다면 한 번쯤 암을 의심하고 조직검사로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치은암은 위쪽보다 아래쪽 치아와 턱에 빈발하고 치은에 움푹 파이는 궤양을 만들거나 바깥쪽으로 볼록하게 증식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임파선 전이는 아래쪽 치아에 발생한 경우 더 빈번하다.

다만 치주염이 심하지 않은 30~50대에서는 돌출된 종괴(암덩어리)가 없으며 치근막으로 암이 진행되고 병변이 노출되지 않는다면 진단이 쉽지 않을 수 있다. 또 치은암이 치아를 뺀 자리가 장기간 낫지 않고 염증이 지속되는 ‘건조와(dry socket)’나 골수염의 형태와도 비슷해 오인될 수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치은암의 1차적 치료는 수술이다. 방사선 치료는 치은이 위·아래턱뼈와 근접해 고선량의 방사선을 쪼일 시 골·점막 괴사 등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1차 치료로 고려되지 않는다. 진행된 병기에서는 필요에 따라 수술 후 부가적으로 이뤄지기도 한다.

아래쪽 치은암 수술의 경우 침범 정도에 따라 잇몸은 물론 잇몸뼈(치조골), 그 아래 턱뼈 전체를 제거해야 하기 때문에 좌우 연결돼 있는 아래턱뼈의 연속성이 상실되기도 한다. 이땐 연속성 재건을 위해 수술과 동시에 환자의 다른 부위(다리, 어깨, 갈비)에서 뼈와 피부를 떼와 이식해야 한다. 위쪽 치은암 수술은 절제 범위에 따라 상악동(코 양옆의 위턱뼈 속에 비어있는 공간)이나 비강(코)으로 개통이 되기도 해 구멍을 막는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

박 전문의는 “치은암은 틀니 등 보철물에 의한 만성적인 자극 외에도 유전적, 환경적 요인에 의해 발생한다. 특히 흡연은 직접적 원인이고 음주와 함께 하면 발생 위험이 훨씬 높아진다”면서 금주·금연을 권고했다.

글·사진=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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