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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국의 ‘둔촌주공’… 조합원 한명당 1.2억씩 상환 위기

조합·시공단 갈등해결 기미없어
8월 만기 7000억 대출금이 변수
빚 못갚으면 사업권 뺏길수도

서울 둔촌주공 재건축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7000억원의 사업비를 내준 대주단(대출 금융사 단체)은 조합과 시공 사업단 간 갈등이 봉합되지 않는다면 대출을 연장하지 않을 방침이다. 사진은 지난 18일 오전 사업 현장 모습. 연합뉴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조합과 시공 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이 이견을 좁히지 않으면 오는 8월 만기가 도래하는 7000억원 규모의 사업비 대출을 갚아야 한다. 이 경우 조합원들은 1인당 1억원이 넘는 돈을 당장 마련해야 한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둔촌주공 사업에 사업비를 내준 대주단(대출 금융사 단체)은 대출 연장 조건으로 ‘조합과 시공단 간 갈등 봉합’을 내걸었다. 대주단은 조합이 원만하게 합의를 하지 못할 경우 시공단에 속한 대형 건설사가 선 연대 보증 효력이 없다고 보고 있다.

현재로서는 양측 간 갈등은 좁혀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시공단은 지난달 15일 공사를 중단한 뒤 일부 공사 현장에서 타워 크레인 철거 작업을 진행 중이다.

공사 중단 한 달여 간 현장의 유지·관리비가 150억~200억원에 이르러 손해가 크다는 것이 시공단 측 설명이다. 조합은 시공단이 연대 보증 철회·타워 크레인 철거를 운운, 으름장을 놓고 있다며 “선전전에 휘둘리지 않고 서울시 중재를 기다리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대출 연장 실패 시 조합이 사업비를 갚아야 한다는 점이다. 조합원 1인당 1억2000만원가량이다. 또 공사 기간 거주할 집을 마련하기 위해 받은 이주비 대출 1조4000억원도 상환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조합이 갚지 못할 경우 대주단은 시공단에 대위 변제를 요구할 예정이다. 이 경우 시공단은 각자 연대 보증을 섰던 금액(현대건설 1960억원, HDC현대산업개발 1750억원, 대우건설·롯데건설 각 1645억원)만큼을 상환하고 조합에 구상권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조합이 빚을 갚지 못하면 사업권은 시공단으로 넘어간다. 조합원이 모든 것을 잃게 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서울 성동구에 지어진 고급 아파트 ‘서울숲트리마제’가 선례다. 이 아파트 건축 사업은 2000년 지역주택조합 사업으로 처음 추진됐는데 일부 토지주의 알박기와 분양가 상한제, 미국발 세계 금융 위기 등이 겹치며 시행사 남경아이종합개발이 파산했다.

이후 성수1지역주택조합과 두산중공업(현 두산에너빌리티)이 사업을 이어받았지만 공사비를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두산중공업은 자체 자금을 투입해 사업장을 인수, 기존 건축 계획을 초기화하고 고급 아파트로 설계를 바꿔 전량 일반 분양했다. 조합원은 투자금과 토지 권리 등을 모두 날리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실의에 빠진 조합원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안타까운 일도 생겼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둔촌주공 갈등을 지켜보면 ‘공사비를 올려달라’는 시공사와 ‘그럴 수 없다’는 조합이 맞서다가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결국 조합원이 막대한 피해를 본 서울숲트리마제 사태와 판박이”라면서 “양측이 원만히 합의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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