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나 사태로 암호화폐에 대한 신뢰 다 잃을까 걱정”

[경제 초대석] 이석우 두나무 대표이사

이석우 두나무 대표이사가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사옥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 대표는 “암호화폐 루나 폭락 사태로 다양한 암호화폐 프로젝트를 만드는 도전이 멈춰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한형 기자

그가 맡은 서비스는 ‘대박’이 난다. 카카오톡을 ‘국민 메신저’로 키운 이석우(56) 두나무 대표이사는 2017년 12월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로 옮겨 또 다른 성공 스토리를 쓰고 있다. 두나무는 지난해 매출 3조7000억원, 영업이익 3조2000억원이라는 경이적인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두나무 사옥에서 만난 그는 “암호화폐 거래소는 단순한 중개상이 아니며 미래 산업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블록체인 기술의 길을 제대로 터주면 국제적인 금융 중심지가 미국 뉴욕이 아닌 대한민국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최근 논란을 빚은 루나 폭락 사태에는 “손해 본 투자자들에게 면목이 없지만 이 사태로 암호화폐 생태계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갈까 걱정”이라면서 “다양한 암호화폐 프로젝트를 만드는 도전이 멈춰선 안 된다”고 말했다.

-루나는 ‘듣보잡’ 코인이 아닌데 이런 일이 생겼다.

“처음부터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사기)를 의도한 건 아닌 것 같다. 수요 공급 조절을 알고리즘으로 개당 1달러에 수렴하게끔 하는, 참신한 도전이었는데 결과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무너졌다. 여러 다양한 시도 중 하나가 실패한 건데 이런 아픔 때문에 (암호화폐에 대한) 신뢰를 다 잃게 될까 걱정이다.”

-거래소가 상장 단계에서 걸렀어야 했다는 지적이 있다.

“이런 일은 예견할 수 없다. (횡령 사건이 일어난) 오스템임플란트 왜 상장했는지 안 묻지 않느냐. 상장 당시를 돌아보면 루나는 좋은 프로젝트였다. 그때로 돌아가도 그런 프로젝트는 계속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빨리 대처하지 않고 거래를 방치해 수수료 수익을 올렸다는 비판이 있다.

“가격이 오르든 떨어지든 중개소는 수수료를 받는다. 주식이 폭락했을 때 한국거래소도 돈을 벌지 않느냐. ‘투자자는 손해 봤는데 거래소는 이득을 봤다’는 건 정당한 비판이 아니다. 이번 사태에서 다른 거래소는 입금을 막았는데 그러면 물량이 줄고 가격이 올라가는 현상이 나타난다. 거래소가 하나가 아니고 전 세계에서 24시간 실시간 거래되고 있는데, 우리가 막으면 보호가 되는 걸까. 시장에 개입해 입출금을 막으면 오히려 투자자 피해가 커진다.”

-어디든 책임을 물어야 하니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다.

“안타깝다. 그렇지만 손해는 보전해드릴 수 없다. 다른 방법으로 투자자를 보호하고 시장을 성숙하게 하는 접근을 하고 있다. 지난달 ESG 경영위원회가 출범해 여러 청년 지원사업을 한다. 2030을 대상으로 학자금 대출 상환을 돕고, 올바른 투자방법을 알려주는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걸음마 단계지만 그런 식으로 사회적 책임을 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

-현실에서 쓰이지 않는 암호화폐, 앞으로 어떻게 쓰인다고 봐야 하나.

“지금은 블로그에 글을 올리면 돈은 포털이 번다. 이걸 블록체인으로 돌리면 글을 올린 개인이 코인이라는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나아가 댓글에 코인을 주고, 악플에는 코인을 빼앗을 수 있다. 이런 식의 보상체계 안에서 수익 분배가 저절로 굴러가게 하는 것이 가능하다. 특히 음악 산업은 이해관계가 복잡한데 블록체인화하면 프로그램에 의한 분배가 가능하다. 모든 게 그런 식으로 될 수 있는데 다들 눈이 코인 가격에만 가 있다.”

-블록체인이 만든다는 탈중앙화 세상이 머리에서 잘 그려지지 않는다.

“산업 초기여서 예견하기 참 어렵다. 1990년대 말을 생각해보자. 창업 붐, 닷컴 붐이 불 때 사기 조심하라는 경고가 많았다. 그때나 지금이나 기술 갖고 사기 치기 제일 좋다. 그런데 모든 걸 사기로 보고 때려잡았으면 지금의 네이버 카카오 NC소프트 같은 회사가 있을까. 블록체인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와 달리 우리 경쟁력이 충분하다. 게임에 익숙한 현세대가 디지털 아이템의 가치를 체험적으로 알고 있고, 개발자들 실력도 구글이나 페이스북 엔지니어와 붙어도 밀리지 않을 정도로 좋다. 정부가 제대로 길을 터주면 국제적인 경쟁력이 있을 것이다. 싱가포르, 스위스는 블록체인을 국가핵심전략사업으로 만들고 있다. 우리도 때를 조금 놓치긴 했지만 지금이라도 법, 제도를 제대로 갖추면 글로벌 금융 허브가 되는 게 가능하다.”

-새 정부가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만든다고 한다. 법에 들어갔으면 하는 내용은.

“국회에 상정된 법안은 다 자본시장법을 베낀 것이다. 이 법안에 공시 제도가 있다. 비트코인을 공시한다고 생각해보자. 누가 만들었나. 사토시 나카모토? 실존 인물인지도 모른다. 이더리움 만든 비탈릭 부테린은 한국 사람이 아니다. 공시하라면 따를까. 자본시장하고 다른데 자꾸 자본시장하고 똑같이 보니까 이상해지는 것이다. 가상자산에 대한 정의가 굉장히 막연해 빨리 법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지만 업계와 논의하고 업계 특성을 고려해 만들어야 한다. 법 만드는 것 자체보다 좋은 법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업비트 거래 수수료가 비싸다는 지적이 있다. 지나치게 돈을 많이 버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수수료는 우리가 제일 낮다. 해외는 0.25%가 기준인데 우리 원화 마켓은 0.05%다. 작년에 운 좋게 많은 분이 거래해주신 덕분에 수익 많이 올렸다. 의미 있게 쓰자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사회 공헌하고 (가상자산) 생태계를 위해서 의미 있게 돈 많이 쓰겠다. 일관성 있고 꾸준하게 사회적 임팩트를 내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권기석 김지훈 기자 key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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