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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 집 앞, 청와대 공원

온수진 양천구청 공원녹지과장


집 근처 새로 개방된 청와대 뒷길로 백악산(북악)을 올랐다. 1993년 문민정부 출범으로 처음 개방된 인왕산에 올라 감격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벌써 30년 전 일이다. 새 정부 출범과 동시에 대통령 집무실이 용산으로 이전하면서 2주 전부터 청와대가 개방됐다. 이르면 6월 중순부터 상시 개방한다고 한다. 그곳은 그 자체로 녹음이 잘 가꿔진 공원이다. 25만㎡ 청와대 안쪽 말고도 주변 군부대, 직원 관사까지 어마어마한 시설의 이전 또는 재배치가 이어질 수밖에 없어 동네일로만 치부하기엔 크고 깊은 변화가 이미 시작됐다.

동네 사람들끼리는, 처음이라 관심이 높지 곧 차분해지리라 예상한다. 야외 공간만 개방했을 뿐 기존 건물은 닫혀 있거니와 아직 용도도 미정이니, 지금 이 열기를 지속하긴 어렵다는 뜻이다. 다만 다양한 요구들이 분출된다. 지금처럼 ‘차 없는 거리’를 지속하면 가족과 함께 자전거를 타거나 산책하기 좋겠다는 의견부터 사직단 복원으로 철거된 어린이놀이터를 여기에 새로 확보하거나, 부지 내 기존 건축물을 활용해 접근성 낮은 종로도서관이나 노후된 어린이도서관을 이전하고 미술관 등 각종 문화 공간을 유치하자는 것까지 다양하다. 환경에 관심 있는 주민들은 철조망·벙커 등 군 시설을 숲으로 복원하고, 트램 같은 친환경교통을 도입해 접근성을 높이자 한다. 역사에 관심 있는 주민들은 청와대를 옛 경복궁 후원으로 복원하거나 고궁·민속박물관을 청와대로 이전하고 경복궁을 제대로 복원하자고 목소리를 높인다.

주민 의견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동네이기도 하지만 백악산 일원은 한양도성 일부이고, 광화문 일대는 서울의 중심이자 국가 상징축의 시작점이다. 정치가 빠져나간 공간을 자연과 문화로 채우는 건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기후위기 시대에 걸맞은 깊이 있는 공론화 과정과 도시의 미래를 읽는 사려 깊은 전문가들의 디자인 과정이 꼭 필요한 이유다.

온수진 양천구청 공원녹지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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