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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0세부터 쓴다” 선전 학습교구… “페인트 묻어나” 민원 속출

관계기관, 안전 검사 일부 누락 확인
행정 처분 검토… 원인 조사 이어가
업체 “소비자 관리 부실 가능성 커”

붉은색 페인트가 아동용 영어 교재에 묻어 있는 모습(붉은색 동그라미). 피해자단체 측은 아동용 ‘미키(미니)펜’에서 페인트가 묻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피해자단체 제공

수백만원에 달하는 유아용 영어교육 상품 판매 업체가 안전성 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관할 구청이 행정 처분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소비자들은 0세부터 사용하는 유아 교구에서 페인트가 묻어나온다며 집단 민원을 제기했고, 관련 기관과 경찰 조사를 통해 업체가 건전지 관련 실험을 누락한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영어교육회사 ‘디즈니월드잉글리쉬’가 판매한 유아용 상품에 대한 안전성 실험이 일부 진행되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고 최근 강남구청에 수사 결과를 행정 통보했다고 24일 밝혔다.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제품안전관리원은 지난해 4월 어린이제품 안전 특별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업체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고발 대상은 2018년에 판매된 ‘미키(미니)펜’ 2312개다. 교재에 특정 펜을 가져다 대면 책을 읽어주거나 음악을 들려주는 제품이다. 전기를 사용하는 유아용 완구의 경우 감전 등 건전지와 관련된 안전 실험을 해야 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찰은 관련 법 위반 혐의로 담당 직원을 같은 해 6월 검찰에 송치했으며, 검찰은 ‘관리·감독 절차를 개선하겠다’는 사측 입장을 감안해 기소유예했다. 하지만 업체는 여전히 상품 회수 및 보상 조치 등의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회사 관계자는 “현재 판매하는 상품은 안전성 실험을 완료했다”고 말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행정처분 등 적절한 조치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전관리원이 안전성 검사 과정을 들여다본 건 애초 ‘미키(미니)펜에서 페인트가 묻는다’는 소비자 민원이 빗발쳤기 때문이다. 피해자단체까지 꾸려져 157명이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교구가 포함된 세트 상품 가격은 300만~600만원 상당이다. 피해자단체 측은 “방문판매직원이 ‘갓난아이가 물고 빨아도 상관없다’고 설명해 비싼 값에 샀는데 페인트가 묻어나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안전관리원 관계자는 “페인트 벗겨짐 민원이 워낙 많아 원인 등을 들여다보는 중”이라며 “조사 중에 명백한 위법 사항(건전지 안전성 실험 누락)을 발견해 먼저 수사의뢰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소비자 관리 부실로 페인트가 묻어났을 가능성이 크다. 상품 자체 문제는 없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피해자단체 측은 “0세부터 사용할 수 있다”며 홍보한 부분에 대해서도 안전관리원과 경찰에 민원을 넣은 상태다. 피해자들은 “0세부터 사용 가능하다는 말만 믿고 구매한 상품 대부분이 ‘3세 이상 KC인증’을 받은 상품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3세 이상과 달리 3세 미만 유아용 KC인증은 가연성 물질, 유해 원소, 납 함유량, 포름알데히드 등 20여가지 항목을 까다롭게 검사해야 한다. 안전관리원에 조사 결과 본 제품 대부분은 3세 이상이 사용할 수 있고, 사은품 일부가 0세부터 사용할 수 있는 교구였다. 회사 측은 “안내문을 통해 성장 단계에 맞는 교구를 안내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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