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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서울시 적극 중재 나섰지만… ‘분상제’ 암초 넘어설까

[둔촌주공 갈등]
■ 공사중단 40여일 합동점검 착수
■ 사태 키운 ‘분양가상한제’

재건축 조합과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 간 갈등으로 공사가 중단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단지에 지난 18일 오전 타워크레인이 멈춰 서 있다. 시공단은 다음 달부터 타워크레인을 전면 해체할 예정으로, 현재 공사현장에는 총 57대의 타워크레인이 설치돼 있다. 7월 말쯤 모든 크레인이 해체·철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 포레온) 공사중단 사태가 40일을 넘겼다. 중재에 힘쓰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더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했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조합과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이 벌이는 진실 공방, 공사비 계약 효력 등을 들여다볼 예정이다.

하지만 점검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조합과 시공단 모두 마땅한 퇴로를 찾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합원 부담금, 시공사 공사비는 ‘분양가상한제’라는 장애물을 넘지 못하고 있다.

2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둔촌주공 사태는 국토부·서울시의 개입에도 당분간 해법을 찾기 어려울 전망이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지난 23일부터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장의 운영실태 전반에 대한 합동점검에 들어갔다. 조합의 용역업체 선정과 계약, 자금차입, 예산 편성·집행 등의 운영 전반을 훑어보자는 차원이다. 공사 중단 사태를 촉발한 조합과 시공단 간 갈등도 들여다볼 가능성이 크다.

조합과 시공단 사이 쟁점은 2020년 6월에 맺은 계약의 인정 여부다. 전 조합장과 시공단이 맺은 이 계약은 공사비를 2조6000억원에서 3조2000억원으로 증액했다. 새 조합은 계약 절차·내용에 하자가 있다며 무효를 주장한다. 공사비 5600억원 인상 자체에는 동의하지만(추가 검증 후 검증 결과 반영 조건), 공사변경계약서 효력을 무효로 하고 다시 계약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맞서 시공단은 협상 재개를 위해 조합에서 공사변경계약 무효소송을 취하하고 전임 조합장 때 맺은 계약을 인정하라고 한다.


양측은 마감재 비리 등 여러 의혹과 주장을 거론해 왔다. 합동점검에서 진위를 따질 수 있다. 합동점검이 강제력을 갖지 않지만 조합 비리를 발견하면 집행부를 압도적으로 지지하는 조합원들의 여론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 반대의 경우 시공단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집행부는 최근 조합원들에게 “비리와 무관하고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이 (합동점검에서) 밝혀질 수 있을 것”이라는 문자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둔촌주공 사태는 정부와 지자체의 개입에도 2007년 ‘트리마제 사태’와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당시 지역주택조합 사업 조합원들과 시행사, 시공사 사이에 얽힌 갈등은 파국을 불러왔다. 상당수 조합원이 자격을 잃었고, 일부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비극이 벌어졌다. 사업주체 간 갈등을 제대로 해소하지 못한 데다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외부 충격에 분양가상한제라는 암초가 발목을 잡았었다.

정비업계는 둔촌주공 사태에서도 분양가상한제를 활용한 과도한 분양가 통제를 하나의 이유로 본다. 분양가상한제는 택지비와 건축비, 가산비를 합한 금액보다 분양가를 낮게 책정하는 제도다. 실제로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은 2020년 12월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받은 3.3㎡당 분양가 2900만원이 너무 적다며 분양을 미룬 적이 있다. 당시 주변 시세는 4000만원이었다.

이 때문에 분양가상한제가 이번 사태에서 가장 유력한 해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이번 사태는 조합과 시공단이 자재값 인상, 분양수익 감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더 커졌다”면서 “분양가상한제 심의 기준을 변경해 가격 상승 요인(주변 시세 등)이 발생할 때 현실에 맞게 반영하면 문제는 해결된다”고 말했다.

다만 둔촌주공 사태의 해법으로 분양가상한제 개선을 논의하는 걸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특히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분양가상한제 폐지를 언급하면서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이 이를 의식해 시간을 끈다는 의혹마저 제기된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합동점검과 관련해 “6월 초까지 (서울시와) 합동점검을 진행해 (현재 공사 중단이) 조합의 문제인지, 시공사 문제인지, 분양을 늦춰 이익을 확보하려는 것인지를 명확하게 가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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