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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린저컵 우승 목표… 남자배구 잘한다는 말 들어야죠”

임도헌 한국 대표팀 감독

임도헌 한국 남자배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지난 17일 서울 강동구 대한민국배구협회 사무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임 감독이 이끄는 남자배구 대표팀은 오는 7월 28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리는 2022 국제배구연맹(FIVB) 챌린저컵에 나선다. 권현구 기자

한국 남자배구 국가대표팀 임도헌 감독에겐 학창 시절 짧지 않은 공백이 있다. 배구 명문 경산 하양초 창단 멤버인 그는 중학교에 진학하며 배구를 그만뒀다. 당시 키가 154㎝였는데 배구 좀 한다는 친구들은 170㎝를 훌쩍 넘겼다. “배구는 키가 중요하잖아요. 아버지가 ‘운동은 1만명 중에 1등 해야 먹고 사는데, 공부는 100등만 하면 된다’고 해서 공부하겠다 했죠.”

배구는 취미로 남았다. 방과 후 활동이나 동네 배구 정도만 했다. 그런데 중학교 3년간 33㎝가 컸다. 동네에 키 크고 배구하는 애가 있다는 소문이 나 경북체고에서 스카우트가 왔다. 집안 반대는 심했다. 3년의 공백으로 선수로선 성공하기 힘들 거라는 우려였다. 자칫 키 크고 힘센 집안 장손이 나쁜 길로 빠질까 걱정도 했다.

“아버지가 가방을 불태워버린다고…(웃음). 제가 아버지 팔목을 잡고 팔씨름을 해도 못 이길 만큼 힘세고 무서운 분이셨어요. 반항 한 번 못해봤는데 그땐 무슨 생각이었는지.”

다시 배구를 시작한 임 감독은 “밥 먹고 배구만 했다”고 한다. “운동에 미쳤다는 소리를 들으며 죽기 살기로 했죠. 1년 만에 청소년대표가 됐고 2년 만에 국가대표팀에 뽑혔어요. 다시 잡은 기회에 최선을 다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2년여 만의 국제대회

지난 17일 서울 강동구 대한민국배구협회 사무실에서 만난 임 감독은 “경기를 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결과는 어떻게 될지 지금으로선 알 수 없지만, 주어진 기회 안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게 돼 정말 좋습니다”라는 말부터 했다.

임 감독이 이끄는 남자배구 대표팀은 오는 7월 28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리는 2022 국제배구연맹(FIVB) 챌린저컵에 나선다. 약 2년 만의 국제대회다. 임 감독은 2019년 5월 30일 감독으로 선임됐지만 2020년 1월 도쿄올림픽 아시아 대륙 최종예선이 마지막 대회였다. 올림픽 본선 진출은 좌절됐고, 코로나19로 2021 챌린저컵이 무산됐으며, 아시아선수권대회는 국군체육부대(상무)가 대신 파견됐다.

그 동안 임 감독은 해외 국가들의 배구 영상을 보며 분석을 했고 국내 선수들의 성장 과정을 지켜봤다. 어떤 선수단으로 어떤 전략을 짰을 때 영상 속 외국팀을 이길 수 있을지 궁리했다. 하지만 답답함은 가시지 않았다. “구상했던 선수들로 경기를 뛰고 시행착오도 해보면서 실수를 줄이고 완벽에 다가가는 건데 기회조차 없으니까 많이 힘들었죠.”

그가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기회”를 재차 강조한 건 ‘실전 공백’에서 온 간절함이다. 고교선수 임도헌이 그랬듯 최선을 다하는 건 자신이 있었다. 물론 챌린저컵이 감독에게 주는 부담은 크고 책임감도 무겁다. 한국에는 올해 랭킹포인트가 주어지는 유일한 대회다. 2024 파리올림픽 출전을 위해서도 천금 같은 기회다. 우승하면 2018년 강등된 VNL(발리볼네이션스리그)에 다시 진입할 수 있다. “당연히 목표는 우승입니다. 남자배구가 침체기라는데 모처럼 ‘한국 남자배구 잘한다’는 말을 들어야죠.”

쿠바(13위) 튀니지(14위) 터키(18위) 카타르(20위) 칠레(27위)와 2022년 유럽배구연맹(CEV) 골든리그 우승팀, 2022 VNL 강등팀이 나서는데 한국(33위)에게는 모두 만만찮은 상대들이다. 그는 조직력과 팀워크를 강조했다. “야구에서 시속 150㎞ 투수만 잘하는 게 아니잖아요. 높이와 힘은 당장 따라가기 힘들다면 한국 배구가 잘하는 조직력과 정교함을 더 강화해야겠죠. 합이 잘 맞으면 1+1이 3도, 4도 될 수 있다 생각합니다.”

2년 전 마지막 경기는 그 가능성을 보여줬다. 한국은 2020년 1월 11일 도쿄올림픽 아시아 대륙 최종예선 준결승에서 아시아 최강 이란에 2대 3으로 석패했다. 많은 사람들이 0대 3 참패를 예상했지만 5세트 13-15까지 몰아붙이는 투혼을 보였다.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늦은 저녁까지 연습했어요. 사람들은 쉽지 않을 거라 했지만 전 자신 있었어요. 결국 져서 아쉬움은 크지만 그 또한 교훈이 됐어요.”

듣고 싶은 한마디

어릴 적부터 대표팀 감독이 그의 꿈이었다. 남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쳐주는 게 좋았다고 했다.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하는 게 그의 주된 역할이다. “스스로 즐겁게 할 수 있게 환경을 만들어줘야죠. 그냥 웃자는 게 아니라 성취감을 얻을 수 있게. 프로는 공 하나 때리고 받는 게 아니잖아요. 원하는 공격을 하고 다양한 기술을 구사할 수 있게 도와야죠.”

선배 선수들에겐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라. 그게 다 연봉에 들어가 있다”고 자주 말한다. “연예인도 마찬가지잖아요. 쉬워 보이지만 사는 데 제약이 많죠. 응원을 받는 만큼 사회적 책임도 따르죠.” 지도자로서는 언젠가 ‘저 선생님 나를 진심으로 지도해줬다’는 말을 듣는 게 꿈이라고 했다. “그 한 마디면 돼요. 그런 건 돈 주고도 못 사니까요.”

마지막으로 챌린저컵을 앞둔 각오도 밝혔다. “대표팀 선수들이 자부심과 책임감을 함께 가졌으면 좋겠어요. 기량을 마음껏 펼쳐서 팬들이 ‘진짜 좋은 경기 봤다’ 할 수 있게 저도 노력하겠습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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