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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2057년 바닥”… 노인빈곤·재정 고갈 굴레 풀어낼까

尹정부 '3대 개혁' 과제 점검 ① 밀린 숙제 연금개혁

'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개혁은 늘 좌초될 위험에 처한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려 목표에 도달하기 어렵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6일 첫 국회 시정연설에서 밝힌 연금·노동·교육 개혁 역시 그간 필요성에 비해 진척이 더뎠던 분야들이다. 새 정부가 제시한 3대 개혁 과제의 현주소와 쟁점을 국민일보가 3회에 걸쳐 분야별로 짚어본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회 연설은 희망보다 절박함에 방점이 찍혀 있다. 윤 대통령이 위기 극복 과제로 첫손에 꼽은 건 ‘연금개혁’이다. 연설에 담긴 “미뤄놓은 개혁”이란 표현대로 이 문제는 언젠가, 반드시 해야 할 숙제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그 필요성과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역대 정부의 연금개혁 관련 노력은 ‘헛손질’에 불과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용돈’이라는 비아냥

연금개혁의 주 대상은 국민연금이다. 노인빈곤 문제 등을 해결하려는 ‘복지’ 제도지만, 갈수록 목적과 멀어져 왔다. 받을 연금을 생애 평균소득과 비교한 ‘소득대체율’은 1988년 제도 도입 때 70%였으나 현재 43%로 뚝 떨어졌다. 받는 돈이 소득에 비해 현저히 적어 ‘용돈 연금’이라는 비아냥이 나온 지도 오래다.

받는 돈을 늘려야 주는 돈도 많아지지만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1998년 기존 3%에서 9%로 높인 이래 그대로다. 보험료율을 대폭 올리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보험료율 인상으로 가입자 탈퇴가 줄을 이으면 국민연금 제도를 유지하기가 그만큼 힘들어진다.

개혁을 위한 장치는 이미 마련돼 있다. 국민연금은 5년마다 ‘재정계산’으로 자가진단을 해왔다. 기금이 언제 소진될지 예측하고 제도에 반영하는 절차다. 정부는 4차 재정계산이 있던 2018년에도 연금개혁을 시도했다. 그러나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며 재검토를 지시했고, 이후 진척되지 못했다. 5차 재정계산은 내년이다.

시한폭탄 앞 선택지는


2018년 재정계산에 따르면 현행 제도 유지 시 국민연금 기금은 2057년에 바닥날 것으로 전망된다. 당시 합계출산율 0.977이 지난해 0.810까지 떨어져 고갈 시점은 더욱 앞당겨졌을 확률이 높다. 2020년 기획재정부는 국민연금이 2041년이면 적자로 전환한다고 예상했다. 문자 그대로 ‘시한폭탄’, 그것도 매번 심지가 짧아지는 시한폭탄이다.

결국 내는 돈(보험료율)과 받는 돈(소득대체율)을 어떻게 조정할지, 돈을 받기 시작하는 시기(수급개시연령)를 얼마나 늦출지, 나아가 타 연금과 어떻게 연계할지가 연금개혁의 핵심이다. 2018년 재정계산 당시 검토된 두 개편안 중 첫째 안은 소득대체율을 45%로, 보험료율은 2031년까지 12%로 올렸다. 둘째 안은 소득대체율을 50%로, 보험료율은 2035년까지 13%로 인상했다. 두 경우 실질소득대체율은 전보다 2.1~4.1% 포인트 올라간다. 재정고갈 시기도 4~5년 늦춰졌다.

보다 큰 폭의 개편안이 제안된 적도 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2020년 내놓은 개편 시나리오에 따르면 2041년까지 보험료율을 18%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45%로, 수급개시연령을 2044년까지 66~67세로 늦추는 것으로 가정하자 고갈시점이 2080년까지 밀렸다. 그러나 수급개시연령만 늦춘 시나리오에서는 고갈시점이 기존보다 2~3년 늦춰지는 데 그쳤다.

기초연금의 딜레마

윤석열정부의 연금개혁 청사진에서 국민연금만큼이나 중요한 건 ‘기초연금’이다. 기초연금은 세금을 재원으로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에 지급한다. 국민연금에 가입 못한 노령빈곤층을 고려한 보완책이다. 윤 대통령은 현행 월 30만원인 기초연금을 40만원으로 올린다고 공약했다. 국정과제에도 포함했다.

기초연금 인상은 당장 노인빈곤율을 개선하지만 치러야 할 대가가 크다. 김상호 광주과학기술원 교수가 지난 19일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공약대로 기초연금 인상 시 재정 부담은 2060년 193조원에서 236조원으로 급증한다. 노령층의 사회기여도를 고려해 대부분에게 주는 ‘복지수당’과 빈곤 개선을 위한 ‘기초보장제도’로서의 성격을 다 챙기다보니 적용 범위가 넓어 예산 증가폭도 크다.

정창률 단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2007년 기초연금(당시 기초노령연금법) 도입 때는 적용대상인 소득 하위 70% 노령층 소득이 전체적으로 굉장히 낮았다. 그러나 지금은 (최하위 소득수준이 올라) 하위 70%가 중위소득의 100%에 육박한다”며 효율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연금개혁을 하며 기초연금을 고친다면 수급 대상을 손볼 여지도 있다.

노인빈곤과 재정 고갈 사이

국내 노인빈곤 문제는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노인빈곤율은 2020년 기준 38.9%로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2~3배 수준이다. 현재 국민연금의 소득 분배 개선 효과가 크지 않은 게 중요한 이유다.

국민연금은 현시점 기준 만 59세까지 돈을 내고 연금수령 나이인 만 62세에 가입기간이 10년 이상이어야 돈을 온전히 받지만 현 가입자 중 그 비율은 절반 수준이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만 18~59세 중 40.6%인 1305만명이 국민연금 적용을 받지 않는다. 구인회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국민연금은 취약층을 배제한 복지정책처럼 작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접근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 교수는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중 택하는 식으로는 해결이 어렵다”며 “정부가 먼저 목표 실질소득대체율을 제시하고, 달성을 위해 국민연금이 가장 중요하니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을 올린다고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출범이 예고된) ‘공적연금개혁위원회’에 공적연금 관련 부처가 모두 들어와 구조를 짜고 세부 임무를 재정계산 때 나눠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효석 송경모 기자, 세종=권민지 기자 prome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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