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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GTX는 죄가 없다

남혁상 사회2부장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1주일도 남지 않았다.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장 중 절반이 넘는 8곳은 이번 선거에서 무조건 새 인물로 채워진다. 이번 선거는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22일 만에 치러진다. 3월 대통령선거는 역대 대선 중 가장 적은 표 차이로 승부가 갈렸다. 여당과 야당 싸움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여야가 사활을 건 총력전을 벌이다 보니 이번 선거가 지방 일꾼을 뽑는 선거인지 대선의 연장선인지 헷갈릴 정도다. 후보들 공약을 살펴보면 그런 심증은 더욱 굳어진다.

지자체장 후보들이 쏟아내는 선심성 공약은 이번에도 빠지지 않는다. 대표적인 게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공약이다. 대통령직인수위는 얼마 전 윤석열정부 국정과제로 GTX A·B·C 및 서부권 광역급행철도(D노선)를 차질 없이 추진하고 신규 노선 확대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대선 공약이었던 A·B·C 노선 연장은 차질 없는 추진으로 톤다운됐고, E·F 노선은 신설 대신 검토로 바뀌었다. 그런데 여야 경기지사 후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GTX A·B·C 노선 연장, D·E·F 노선 신설을 공약한다. 한 후보는 경기도 동서남북을 직선으로 뚫어 노선을 연장하는 GTX 플러스 프로젝트를 내놓았다. 다른 후보도 E·F 노선 신설, 기존 A·C 노선의 평택 연결을 약속했다.

GTX 신설은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사업성과 수요 예측이 면밀하게 검토되지 않았고, 지난해 4차 철도망 구축 계획까지 확정돼 노선 추가 신설이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경기도뿐만이 아니다. 한 강원지사 후보는 GTX A는 원주까지, B는 춘천까지 연장하겠다고 공약했다. 다른 후보도 B 노선을 춘천까지 연장하겠다고 했다. 정부가 구체적이고 입체적인 계획을 세워 청사진을 만들어야 할 사안인데, 지자체장 후보들이 저마다 먼저 노선 연장 또는 신설을 기정사실화한 셈이다.

공항 역시 예외가 아니다. 지금 전국 선거구 곳곳에선 공항 신설 공약이 쏟아진다. 특히 4월 문재인정부 국무회의에서 2035년 개항 계획이 의결되고, 예비타당성조사까지 면제된 가덕도신공항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다시 등장했다. 공항을 건립해 얻는 편익이 비용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탓에 많은 비판을 받았는데도, 여야 부산시장 후보들은 모두 한술 더 떠 공항 개항을 6년이나 앞당기겠다고 한다. 2030년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해선 신공항이 먼저 세워져야 한다는 이상한 논리다.

이런 와중에 충북지사 후보들 사이에선 공약 표절 논쟁까지 벌어졌다. 한 후보가 모든 신생아에게 5년간 월 70만원의 양육수당을 지급하겠다고 하자, 다른 후보가 신생아에게 월 100만원의 양육수당을 60개월간 주겠다고 한 것이다. 두 후보는 농민수당, 어르신 생신축하금(또는 감사효도비) 등 비슷한 공약을 계속 베꼈다는 논란을 이어가고 있다.

곳곳에선 노년층과 청소년에 대한 버스 무료 탑승 공약도 등장했다. 교통 약자의 이동권 보장이라는 측면은 좋게 봐줄 만도 하다. 문제는 열악한 재정자립도다. 구체적 재원 없는 공약은 무책임한 약속이다. GTX, 공항 등 인프라는 지역 주민들에게 큰 혜택이자 지역 발전의 원동력이다. 그 자체로는 축복받을 일인데, 자칫 장밋빛 미래를 보여줬다 실현되지 않는다면 주민들의 상실감 또한 클 수밖에 없다. 교통 인프라는 죄가 없는데, 이를 정략적으로 이용한다면 후보들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다.

지방선거는 지역 주민이 온전히 지역의 일꾼을 뽑는 행사다.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고색창연한 표현은 차치하고라도 지방선거는 지방선거답게 치러져야 한다. 후보들은 지역을 어떻게 살릴지 비전과 정책으로 승부해야 한다. 유권자들도 후보들 공약을 꼼꼼하게 살펴보기 바란다.

남혁상 사회2부장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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