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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에게 삶을 즐길 권리를 되찾아 줍시다”

[책과 길] 최재천의 공부
최재천 안희경 지음, 김영사, 304쪽, 1만6500원

자연과학계의 석학이자 베스트셀러 작가, 한 해 수천 회 강연 요청을 받는 명사인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최 교수는 새 책 ‘최재천의 공부’에서 자신이 타고난 수재가 아니었다고 밝힌다. 간신히 미국 유학을 갔고, 박사학위를 받는 데도 11년이나 걸렸다고 한다. 그는 “좋아하는 일을 찾아 열심히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김영사 제공

‘통섭의 과학자’ 최재천(68) 이화여대 석좌교수와 재미 저널리스트 안희경씨의 대담집이다. 최 교수는 “10여년 전부터 꼭 쓰고 싶었던 책”이라며 공부와 교육에 대한 생각을 작심한 듯 풀어놓는다.

그는 “이 땅에서 자식을 기르는 부모들을 모두 불러모아 함께 촛불을 들고 싶다”는 얘기부터 시작한다. 그가 촛불집회를 열고 선창하겠다는 구호는 ‘우리 모두 이 순간부터 우리 아이들에게 삶을 즐길 권리를 되찾아줍시다’이다. “우리 모두 이 순간부터 우리 아이들을 입시학원에 보내지 맙시다” “우리 모두 이 순간부터 정상적인 가족생활을 누립시다” 같은 구호도 외치고 싶다고 했다.


최 교수는 아이들을 공부로만 몰아가는 한국 사회의 현실을 인권 침해라는 측면에서 비판한다. “인생의 첫 5분의 1을 다가올 인생을 위해 희생하며 사는 게 인권 차원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묻는다. 그러면서 “저는 어른들이 그들의 삶을 유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학생으로 사는 기간도 인간답게 살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고 그가 공부와 교육의 가치를 경시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지금의 한국을 만든 건 교육의 힘이라고 믿는다. 다만 공부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고 본다. 대학과 취업에 맞춰진 조급하고 억압적인 공부 말고 좋아하는 일을 찾아 계속 성장하는 삶을 위한 공부를 얘기한다.

최 교수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 교수를 지냈으며, 귀국 후 서울대 교수를 거쳐 이화여대에서 석좌교수를 맡고 있다. 누구나 인정하는 자연과학계의 석학이자 베스트셀러 작가, 한 해 수천 회 강연 요청을 받는 명사다. 하지만 그는 이 책에서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자신의 이력을 소개한다. 서울대에서는 당시 자연대 꼴찌 학과였던 동물학과에 다녔고, 미국 유학도 간신히 주립대로 갔다. 남들이 5년 걸리는 박사학위를 받는 데 11년이 걸렸다. 그는 ‘전국 1등’ 수재가 아니었다. 성실하거나 집중력이 좋은 편도 못 됐다고 한다.

최 교수는 “좋아하는 일을 찾아 열심히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여기에 그의 공부론이 압축돼 있다. 그는 “우리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악착같이 찾아야 합니다”라고 말한다. 좀 늦는 건 상관없다. “‘이거다’ 싶으면 그때 전력으로 내달리면 됩니다.” 부모들을 향해서도 “기성세대는 감지하지 못하는 신호를 아이들은 감지하고 있습니다”라며 “아이가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이유를 묻지 말고 무조건 도와주”라고 조언한다.

경험을 주저하고 실패를 두려워하며 안전한 스펙 쌓기에 매달리는 젊은 세대를 향해서 그는 딴짓을 하고 실패를 하고 도전하는 게 진짜 공부라고 역설한다. “젊은 친구들, 너무 두려워하지 말자. 어차피 조금은 엉성한 구조로 가는 게 낫다. 이런 것에 덤벼들고 저런 것에 덤벼들면, 이쪽은 엉성해도 저쪽에서 깊게 공부하다 보면, 나중에는 이쪽과 저쪽이 얼추 만나더라.”

공부에서 독서와 글쓰기, 말하기를 강조하는 것도 인상적이다. 그는 “독서는 일이어야만 합니다. 독서는 빡세게 하는 겁니다”라고 말했고, “저는 글쓰기가 매우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나라 교육의 가장 약한 지점은 토론”이라며 “우리나라 교육이 미국 교육에 비해 결정적으로 모자라는 부분이 바로, 학생들이 자기 의견을 정리하고 발표하는 훈련을 거의 못 받고 정규 교육 과정을 빠져나간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오후 6시 이후와 주말에는 외부 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혼자서 생각하고 조사하고 읽는 시간이 가장 중요합니다.” 최 교수는 나이를 많이 먹어도 성장하고 도전하는 삶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그 비결은 물론 공부에 있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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