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장애돌봄 무게’ 나눌 수 없을까

잇따르는 장애인 가족 비극 실태 연구 속 현실 살펴보니


“솔직히 많이 두려웠어요. 어느 순간 저도 모르게 충동적으로 그런 일을 저지를지 모르겠다 싶었어요. 삶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간신히 눌러가며 버티는 순간이 하루에도 몇 번인지….”

발달장애인 딸을 8년째 키우고 있는 홍현주(가명·46)씨는 최근 잇따라 보도된 장애인과 장애인 가족의 ‘살해 후 극단적 선택’ 소식을 접하며 가슴을 부여잡았다고 했다. 이 같은 참극은 2년 새 수도권을 비롯해 충북 전남 제주 등에서 11건이나 발생했다.


서울시복지재단이 지난달 25일 발표한 ‘고위험 장애인가족 지원방안 연구’에 따르면 가족돌봄자 3명 중 1명(35%)은 극단적인 선택을 떠올리거나 시도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돌봄자들은 ‘양육 및 돌봄’(46%) ‘정신적 건강’(23.5%) ‘생계 곤란’(18.8%) 등의 문제를 겪고 있었고, ‘돌봄 스트레스’(75.5%) ‘우울·불안’(66.5%)으로 정신적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였다. 가족돌봄자란 장애인 가족을 돌보며 생활하는 직계 가족을 말한다.


신은정 생명존중희망재단 교육연구본부장은 2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장애인 가족돌봄자의 경우 심리적 체력적 탈진을 겪으면서 대인관계가 소원해지고 정신 건강에 문제가 생기는데 코로나 기간 문제 상황이 누적돼 어려움이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비장애인이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와 함께 빠르게 일상을 회복하는 반면, 복지 사각지대를 위한 대면 지원 서비스가 회복되는 속도는 더뎌 장애인은 물론 가족돌봄자들까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용구(한남장애인심리센터장) 목사는 “장애로 인한 어려움을 장애인 가족이나 당사자 책임으로 돌리는 사회 기조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연구 조사에서 응답자 3명 중 2명(67.2%)은 ‘지인 등과 자주 연락을 하지 않거나 만나지 않는다’, 2명 중 1명(50.8%)은 ‘주변에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없다’고 답했다. 가족구조적으로 취약한 배경을 안은 채 돌봄 건강 재정 우울감 등 복합적인 문제를 중첩적으로 겪고 있지만, 외부와의 교류 부족으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이는 현실을 보여준다. 장애인과 가족돌봄자 지원을 위한 정책 과제로 ‘지역주민을 활용한 서포터즈 운영’ 방안이 모색되는 이유다.

조성돈 기독교자살예방센터 라이프호프 대표는 로버트 퍼트넘 하버드대 교수가 제시한 ‘사회적 자본’ 개념을 들어 교회 역할을 제시했다. 조 대표는 “수평적 문화의 네트워크와 신뢰감이 협력적 활동을 촉진해 ‘사회적 자본’을 만들고 이는 사회 구성원 간의 끈끈함을 만든다”며 “우리 사회 그 어떤 조직보다 촘촘하게 지역사회에 형성돼 있는 교회가 공동체 의식을 갖고 이웃의 위기상황 지원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서포터즈 역할을 훌륭히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회가 선교·복지적 측면에서 지역 내 주민센터와 적극적으로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게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 목사는 “장애 유형에 따라 반찬 청소도움 교육서비스 등 필요한 내용이 모두 다른 만큼 교회가 주민센터와 협력해 교회의 자원을 활용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조언했다. 김현승 서울시복지재단 정책연구실 연구위원은 “고위험군 장애 가족 중 상당수가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 사항, 연금시스템 등을 모르고 있다”며 “교회가 주민센터와 연계해 정보를 연결하는 역할을 해준다면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최기영 신지호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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