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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만 기준으로 한 임금피크제는 무효”

대법 “고령자고용 차별금지 위반”
노조 협의·동의 얻어도 효력 없어
도입 목적·업무량 감소 등 따져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뉴시스

합리적 이유 없이 정년을 앞둔 직원들의 나이만을 기준으로 임금을 깎는 성과연급제(임금피크제)는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이 임금피크제 내용의 정당성 관련 판단을 내놓은 건 처음이다. 대법원은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임금 삭감의 폭, 업무량 감소 여부 등 임금피크제 효력 유무를 판단할 가이드라인도 최초 제시했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26일 퇴직자 A씨가 자신이 재직했던 B연구원을 상대로 낸 임금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B연구원은 2009년 1월 노조와 합의를 통해 55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한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정년(61세)을 동일하게 유지하는 대신 55세 이상 근로자의 임금을 삭감하기로 한 것이다. 2011년부터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이 된 A씨는 2014년 9월 명예퇴직 때까지 삭감된 급여를 받았다. 그는 부당한 임금 차별을 주장하며 2014년 덜 받은 임금 등 1억8000여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정당한 이유 없이 연령만을 이유로 임금을 차별하는 임금피크제는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고령자고용법상 차별 금지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연구원 측은 노조와 장기간 협의를 거친 뒤 동의를 얻어 임금피크제를 도입했지만, 대법원은 그 내용이 고령자고용법에 어긋난 이상 무효라고 결론냈다.

B연구원이 연령을 이유로 급여를 삭감한 데 ‘합리적 이유’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대법원은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사측의 인건비 부담 완화 등 경영 성과 제고를 목적으로 도입된 것”이라며 “55세 이상 직원들만을 대상으로 한 임금 삭감 조치를 정당화할 만한 사유라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실제로 재판 과정에서 B연구원이 제출한 자료를 보면 51~55세 직원들의 실적 달성률은 55세 이상 직원들에 비해 낮았다. 대법원은 “임금피크제를 전후해 A씨에게 부여된 목표 수준이나 업무의 내용에 차이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 효력은 개별 사안마다 달리 판단될 수 있다. 대법원은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정당성과 필요성, 임금 삭감에 준하는 업무량 감소 여부 등을 판단 기준으로 제시했다. 실질적 임금 삭감의 폭이나 기간, 임금피크제를 통해 감액된 재원이 제도 도입 당시 노사가 합의한 목적을 위해 사용됐는지 여부 등도 고려 대상이라는 게 대법원 설명이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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