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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령의 시대… 권력의 폐쇄성 벗어던진 尹

출근길에 기자실 직접 찾아 아침마다 약식 회견
의지의 문제… 변화 이어갈지 관심

국민일보DB·게티이미지뱅크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시작된 ‘용산 시대’의 가장 눈에 띄는 변화로 대통령의 ‘도어스테핑’(door stepping·약식 회견)이 꼽힌다. 윤 대통령은 용산 집무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현안에 대해 직접 설명하는 것을 피하지 않고 있다. 행정부 수반이 출근길에 국민적 관심사와 관련해 간단한 질의응답을 하는 모습은 그간 미국·일본 등 해외에서만 볼 수 있었던 풍경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용산으로 집무실을 옮기며 “청와대의 폐쇄성에서 벗어나 국민과 소통하면서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받들고자 (이전을) 약속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제 윤 대통령이 출근할 시간에 수십명의 기자들이 대통령실 청사 정문에 몰려드는 것은 낯선 풍경이 아니다. 또 청사 1층에 마련된 기자실인 ‘국민소통관’(가칭)에는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등이 수시로 내려와 브리핑을 갖고 있다.

취임 후 20일간 9차례 도어스테핑

윤 대통령은 취임 이튿날인 지난달 11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1층에서 취재진이 첫 출근 소감을 묻자 “어제 첫 출근하기는 했는데”라며 “이제 다 1층에 입주했어요? 책상도 다 마련하고? 잘 부탁합니다”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첫 도어스테핑이었다.

이날 ‘작심 발언’도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취임사에 ‘통합’ 메시지가 빠졌다는 언론 지적에 대해 “취임사에 통합 이야기가 빠졌다고 지적하는 분들이 있는데, (통합은) 너무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라며 “정치 과정 자체가 통합의 과정”이라고 답했다. 이에 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보도 논조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해명할 줄은 몰랐다”며 “당황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윤 대통령은 그다음 날인 12일에도 도어스테핑을 갖고 ‘인사청문 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장관 후보자를 임명할 계획이 있는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글쎄 오늘은 일부만”이라고 짧게 답했다.

5월 23일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취임 이후 20일 동안 총 9차례 도어스테핑을 가졌다. 8차례는 용산 대통령실에서, 1차례는 시정연설이 진행된 국회(지난달 16일)에서 이뤄졌다. 오전에 지방을 방문하거나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참석하는 등의 특별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도어스테핑을 거의 거르지 않은 것이다.

시간은 비록 2분 내외로 짧지만, 기자들과 자주 대면하며 질문을 받는다는 것 자체는 의미가 있다. 질문 내용은 장관 인선, 국무총리 인준 표결, 한·미 정상회담 등으로 다양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3일 “대통령이 기회가 될 때마다 직접 얘기하는 게 좋다”며 “국민은 장관이든 수석이든 전문가가 말하는 정답을 듣고 싶은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어느 정도 인식과 의지를 갖고 있는지 더 알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취임 사흘 만에 기자실 방문
13일 윤 대통령이 청사 1층 기자실을 처음 방문해 출입기자들과 인사하는 모습.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 대통령은 취임 사흘 만인 지난달 13일 청사 1층에 마련된 기자실을 직접 찾았다. 윤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앞으로 수석비서관들이 자기가 맡고 있는 일에 대해 현안이 생기면 여기 와서 소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실제로 참모들에게 이 같은 지시를 내렸다.

윤 대통령의 기조에 맞춰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언론과의 소통에 신경을 쓰고 있다. 지난달 11일 최영범 홍보수석이 기자실을 찾아 인사 겸 브리핑을 한 데 이어, 한·미 정상회담이 있던 지난달 21일에는 김성한 국가안보실장과 김태효 안보실 1차장이 기자실을 방문했다. 대통령실 각 부서에서 기자실을 방문한 횟수는 지난날 10일부터 30일까지 모두 합쳐 10차례로 집계됐다. 이는 대통령실 대변인 브리핑을 제외한 수치다.

21일 청사 지하 1층 대강당에서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대통령실 지하 1층에서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에 출입기자들의 참석이 전면 허용된 것도 이전과 달라진 풍경이다. 이는 대통령실 건물 내에 기자실이 마련된 것과 무관치 않다.

청와대 시절에는 출입기자 중에서 정상회담 기자회견에 참석할 소수의 기자가 선별됐고, 이들만 회견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별도 건물로 분리된 춘추관(기자실)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시 기자들의 청와대 경내 출입은 보안을 이유로 원칙적으로 금지됐다. 그래서 대통령의 얼굴을 직접 보는 경우는 드물었다. 당시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우리는 청와대 출입기자가 아니라 춘추관 출입기자”라는 자조 섞인 농담을 하곤 했다.

‘직접 소통’ 계속 이어질까
브리핑룸 단상에 올라 기자들과 질의응답하는 윤 대통령.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5월 10일 취임사에서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 주요 사안은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4월 25일 퇴임 기념 출입기자단 초청 간담회를 포함해 임기 내 기자회견은 8차례에 불과했다.

한 야권 관계자는 “문 전 대통령은 직접 소통에 대한 의지가 강했으나, 언론이 인사 문제 등을 이유로 각을 세우자 직접 소통의 의지가 점차 사라졌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도 취임 초에만 반짝했다가 사라질 수 있다. 민감하고 불편한 현안이 계속 등장하면 윤 대통령이 기자들과 만남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국회의장단을 접견했을 때 박병석 의장이 “(도어스테핑에서) 예상 밖의 질문이 나오면 어떻게 하느냐”고 묻자 “그냥 지나간다”고 답했다. 농담조로 오간 문답이었지만 기자단 안팎에서는 “벌써부터 저러면 곤란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정말 국민이 궁금해하는 부분이나 언론에 비판받는 부분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묻고 답하는 직설적인 대화가 과연 이뤄질 수 있느냐가 문제”라며 “이 부분에 대해선 아직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도어스테핑에선 사실 심층적인 대화는 이뤄지지 않는다”면서 “대통령이 취임 한 달 내로 공식 기자간담회를 통해 언론과 만남을 갖게 된다면 이는 많은 변화를 시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동성 이상헌 기자 the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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