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회분 결제? 조심하세요” 좋은 심리상담 받는 꿀팁[이슈&탐사]

[심리상담 X파일] <7화·끝>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심리상담 관련 자격증이 넘치고 자칭 심리상담사는 더 많다. 이 혼잡한 상담시장에선 누구라도 길을 잃기 십상이다. 심리상담을 돈벌이로 삼는 장사꾼들 속에서 믿을 만한 상담사, 안전한 상담센터를 찾기는 쉽지 않다. 심리상담은 받고 싶은데 엉터리를 만나면 어쩌나 걱정하는 여러분께 시리즈 마지막화인 이 기사가 길잡이가 됐으면 한다.

자격증·상담경력 꼭 보세요

상담사의 전문성을 한두 가지 잣대로 재단하기 어렵다지만 그래도 이 분야에서 통용되는 가장 기본적 기준은 역시 자격증이다. ‘심리’가 들어간 민간자격만 9일 기준 4300개에 달하는 자격의 홍수 속에서 엄격히 관리되는 자격증이 뭔지만 알아도 생존 확률이 충분히 높아진다. 관리가 엄격하다는 건 엉터리가 발 디딜 틈이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럼 어떤 자격증이 철통 관리로 공신력을 인정받을까.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 체계를 갖춘 사설 심리상담센터가 상담사를 채용할 때 주로 보는 자격증을 살펴보면 7가지로 좁혀진다. 국가자격증은 청소년상담사 전문상담교사 정신건강임상심리사 임상심리사 정도다. 민간자격증은 전문상담사(한국상담학회) 상담심리사(한국상담심리학회) 임상심리전문가(한국임상심리학회)다. 상담심리학회와 임상심리학회는 한국심리학회 산하 학회다.


이들 자격증은 대부분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상담이나 심리 관련 과목을 이수하고 졸업한 사람에게 응시자격을 준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발급하는 임상심리사 2급은 전공에 상관없이 학사 학위를 갖고 있으면 된다. 이런 일정한 학력 조건에 1년 이상 실습이나 수련을 받도록 한다는 점(전문상담교사 2급은 예외)도 자격증 보유자의 전문성을 어느 정도 보장한다.

한 예로 서울북부교육지원청 Wee센터(위센터)가 전문상담사 채용을 위해 지난 4월 낸 공고를 보자. 응시 필수자격은 4년제 학사 이상 학위 소지자이면서 6가지 자격증 중 하나 이상 보유하고 있거나 상담학·심리학 관련 석·박사 학위를 딴 사람이어야 한다. 해당 자격증은 전문상담교사 청소년상담사(1·2급) 정신건강임상심리사(1·2급) 임상심리사(1·2급) 전문상담사(1·2급) 상담심리사(1·2급)다.

다음은 상담 경력이 중요하다. 자격증만 있고 실전 경험이 없는 사람은 전문가라고 하기 어렵다. 한 심리상담센터 대표는 “현장 경험이 없으면 특히 위기 상황에서 내담자에게 적절히 대응하는 방법을 모른다”며 “그래서 우리는 자격증을 취득한 지 5년이 넘은 사람 중 상담료를 받고 6개월 이상 상담을 해본 사람을 선발한다”고 말했다. 자격증을 딴 지 10년이 넘었어도 상담 한번 안 해본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화려한 이력에 혹하지 마세요

상담센터를 찾는다면 대표자의 자격을 확인해보는 게 첫 번째 안전장치가 될 수 있다. 상담센터는 세무서에 사업자등록만 하면 누구나 열 수 있기 때문에 번듯한 간판을 내걸었다고 덜컥 믿어서는 곤란하다.

상담학회 관계자는 “TV 출연 이력을 앞세우거나 SNS 등을 이용한 화려한 마케팅으로 상담센터를 홍보하지만 정작 전문성은 갖추지 못한 대표가 운영하는 곳들이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이런 곳은 내담자에게 고액 상담료를 요구하지만 상담의 질은 떨어진다. 당연히 상담 효과도 적거나 없다. 학회 관계자는 “이런 부분을 예방하기 위해 상담센터 대표자와 소속 상담사들이 상담전문가로서 자격을 갖추고 있는지 확인한 뒤 상담을 받는 게 좋다”고 말했다.


제대로 된 상담센터는 대표를 비롯한 소속 상담사의 보유 자격과 관련 학력, 수련 이력 등을 홈페이지에 세세히 올려둔다. 충분한 자격을 갖출수록 자신의 전문성을 증명하기 위해 이를 밝히기 마련이다. 딱히 밝혀둔 자격이나 수련 이력이 빈약하거나 아예 없는 상담사, TV 출연 이력 따위만 줄줄이 늘어놓은 상담사는 아무래도 추천하기 어렵다.

심리상담 분야에서 공신력을 인정받는 상담학회와 상담심리학회는 홈페이지에서 학회 자격증 소지자를 검색할 수 있도록 해놨다. 심리학회 홈페이지에서도 상담심리사 1급 등 ‘최상위 자격 소지자’를 확인할 수 있다. 심리상담센터에 관한 정보가 전무하다면 이곳에서 전문가를 검색해보는 것부터 시작해볼 수 있다.

공공기관을 찾아가는 것도 방법이다. 김희수 상담학회장은 “(상담센터를) 아무데나 가는 것보단 청소년상담복지센터, 건강가정지원센터 같은 공공기관을 찾는 게 안전하다”며 “기본적으로 자격증 소지자들이 근무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상담료가 저렴하거나 무료에 가깝다는 것도 장점이다. 김 회장은 “다만 (상담 프로그램이) 단기 모델이라는 게 약점”이라며 “장기적으로 상담을 받고 싶다면 두 학회 홈페이지에서 전문가를 검색해보는 걸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덤터기 상담료’ 조심하세요

이것저것 따져보고 상담센터를 찾았더라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일은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다. 상담센터 운영에 관해서도 법으로 정해진 기준이나 규제가 없다 보니 상담실 구조부터 상담 프로그램 구성, 내담자 응대 방법, 개인정보 관리, 상담료 책정까지 대부분 운영자 하기 나름이다. 상담도 상담이지만 돈 문제가 자주 분쟁거리가 된다.


가장 흔한 게 과도한 상담료 청구다. 최근엔 상담료로 한 달에 100만원 이상 결제했다는 내담자가 한국상담학회를 찾아와 도움을 요청한 사례가 있었다고 한다. 일주일에 한 번씩 갔다고 하면 상담 한 차례(1회기)에 최소 25만원을 냈다는 얘기다. 하지만 상담 1회기 비용은 보통 20만원을 넘지 않는다. 1급 자격을 가진 전문가가 1회기에 10만~20만원을 받고, 2급 전문가는 5만~10만원을 받는 게 평균이다. 현재 상담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오은영 박사도 상담 1회기에 30만원 정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균보다 비싼 상담료를 요구한다면 의구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본격 상담 전에 상담 유형 등을 결정하기 위한 초기 면담을 접수면접이라고 한다. 이 사람엔 어떤 상담이 필요한지 확인하는 작업이다. 이런 접수면접을 하면서 이런저런 심리검사를 너무 많이 시키는 경우도 조심해야 한다.

서울시내 한 심리상담센터 관계자는 “보통 첫 번째 상담을 하면 내담자의 30~40%가 떨어져 나가는데 심리검사로 한 번에 (문제가) 해소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며 “이렇게 되면 상담을 계속할 수 없게 되니 불필요한 검사를 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어떤 곳은 심리검사 6~8종을 한꺼번에 시켜 몇십만원을 받기도 한다”고 전했다.

상담 초기부터 수십회분 상담료를 결제하도록 하는 경우도 경계해야 한다. 조울증 등 의료적 진단을 받은 경우처럼 심각한 내담자가 아니면 상담 기간은 일반적으로 한 달 단위로 잡는다. 길어야 10회기 정도다. 회당 10만원짜리 상담이라고 하면 100만원 넘는 돈을 한 번에 결제하는 일은 많지 않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한꺼번에 많은 회기의 상담료 결제를 유도하는 곳들이 있다. 이들은 “상태가 심각하니 그대로 두면 큰일 난다”는 식으로 내담자나 보호자의 불안감을 자극한다. 자녀 상담으로 찾아간 부모가 이런 전략에 특히 취약하다.

“다른 상담센터를 갔다가 저희 센터로 오신 분이 있었는데 거기서 100회기를 한 번에 끊으라고 했다더라고요. 일주일에 한 번 상담한다고 하면 2년치를 결제하게 한 거예요.” 조수연 호시담심리상담센터 대표는 “주로 아동상담을 할 때 이런 일이 벌어진다. 부모에게 겁을 주니까 불안해서 결제를 하시더라”며 안타까워했다.

함부로 만지지 않습니다

앞서 5화(“평소 자위 좀 하세요?” 유명 심리상담사가 물었다)에서 문제가 됐던 ‘치료를 빙자한 신체 접촉’도 주의해야 한다.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듯 상담은 기본적으로 신체적 접촉을 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하는 게 좋다.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한 상담사는 “흔히 말하는 몸치료는 몸을 만진다기보다 ‘눈 감고 자유롭게 춤을 춰보세요’ 하는 식으로 몸을 움직여보게 하는 방식”이라며 “‘손을 이렇게 들어보세요’ 하면서 신체 접촉이 있을 순 있는데 그것도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하지 않는다고 배웠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이들을 상담할 때도 함부로 터치하지 않는다”며 “몸치료라고 해서 사람의 몸을 만지는 건 배워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출처=어도비스톡

상담자가 내담자 몸을 주무르는 정도로 만지는 치료는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불가피한 경우라도 상담사가 자기 손으로 직접 내담자를 만져야 하는 건 아니다. 도구를 활용해도 충분한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 상담 시작 전에 내담자에게 신체 접촉 여부와 효과 등에 대해 정확히 안내하고 동의를 반드시 구해야 한다.

“트라우마 치료기법이 되게 다양한데 요즘은 신체 기반 치료를 많이 해요. 몸에 해소되지 않은 긴장을 배출할 수 있게 도와주는. 하지만 특히 성적인 트라우마가 있는 경우엔 신체 접촉에 대해선 굉장히 민감해서 동성 간에도 가능하면 (손으로) 터치를 하지는 않아요. 꼭 필요한 상황이라도 ‘여기를 볼펜으로 치겠습니다’ ‘손도 괜찮으시겠어요? 아니면 볼펜으로 할까요?’ 이런 정도로 굉장히 조심스럽게 접근하고요.”(심민영 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사업부장)

문제의 원인을 내담자에게 돌리는 상담사도 피해야 한다. 이른바 ‘네 탓 상담’이다. 이슈&탐사팀이 확인한 사례 중에는 성폭력 피해로 고통을 호소하는 내담자에게 “당신한테 성적 매력이 있어서 그런 일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한 사례가 있었다(‘네 탓 상담’에 죽음까지 생각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명백한 2차 가해로 본다. 내담자가 자신을 탓하게 만드는 ‘가스라이팅’(억압적 심리 조작)이라고 볼 수도 있다. 가스라이팅은 정신적 학대의 한 유형이다.

상담윤리는 교육만으로 채워지지 않는다

“(한국상담학회나 한국상담심리학회) 회원들은 자격증 취득 후에도 자격 유지를 위해 필수적으로 연 1회 이상 윤리교육을 수강하도록 하고 있어요. 하지만 지금은 법적 규제가 없기 때문에 심리상담사의 윤리 위반 문제는 개별 소송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어요. 이때 학회 윤리강령이 참고가 될 순 있지만 결과는 법원 판단에 달려 있어요.”

한 학회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한 뒤 “결국 심리상담사가 상담윤리와 전문성에 위배되는 행동을 하는 경우(를 효과적으로 제재하려면) 강제성을 갖는 규제가 필요한데 그건 법적 제도 마련을 통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슈&탐사팀 강창욱 이동환 정진영 박장군 기자 issue@kmib.co.kr

※‘우리만 몰랐던 상담시장 X파일’ 시리즈는 국민일보 홈페이지 이슈&탐사 코너(www.kmib.co.kr/issue)에서 모두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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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욱 기자 kcw@kmib.co.kr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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