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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시평] 기업 거버넌스 개선은 준법 경영에서

김희진 법무법인 대륙아주 외국변호사


전 세계 기업들이 주목하는 ESG 경영은 친환경(Environment), 사회적 책임(Social), 거버넌스(Governance)를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꾀하는 것이다. 이 중 거버넌스는 경영 통제에 관한 시스템이다. 투명한 기업 운영, 지배구조, 의사결정 체계, 내부 통제 등을 아우르는 포괄적 개념이다. 기업 거버넌스가 이같이 포괄적 개념인 만큼 거버넌스를 개선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꾀하기 위한 상세한 지표를 설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기업 지배구조나 경영 통제 등의 기본이 되는 바탕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은 어떨까. ‘컴플라이언스’ 얘기다.

컴플라이언스(compliance)란 쉽게 얘기하자면 ‘준법 경영’이다. 법과 규칙, 사내 규정, 가이드라인 등을 준수하는 경영 활동으로, 기업의 모든 활동과 의사결정 과정에서 이를 절차적·실체적으로 준수해 리스크를 선제 차단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준수 기준 확립, 준수 여부 확인, 주기적 점검, 점검 결과 재반영을 통해 기업을 개선하는 일련의 연속적인 순환 과정이다. 즉 기업이 확립해 놓은 준법 기준의 테두리 안에서 구성원 모두가 업무를 수행하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성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컴플라이언스 개념이 처음 도입됐다. 2000년에는 준법감시인 제도(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가 신설됐고, 2011년엔 상장회사를 대상으로 하는 준법지원인 제도(상법)도 만들어졌다. 하지만 국내에서의 컴플라이언스 제도에 대한 인식은 단순히 일부 금융회사 또는 상장회사들이 지켜야 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측면이 있다. 컴플라이언스는 이들만 지켜야 하는 또는 이들만 지킬 수 있는 특별한 기준이 아니다. 컴플라이언스는 업계나 규모를 불문하고 기업 경영의 가장 기초가 되는 바탕이다.

컴플라이언스 제도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먼저 기업에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파악하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준수해야 하는 기준을 세워야 한다. 단순히 부정부패방지법, 개인정보보호법 등에 한정되지 않는다. 기업 활동 과정에서 준수해야 하는 모든 법령이 그 대상이 된다. 기업 운영의 기초가 되는 상법부터 재무, 정보보호, 지식재산권, 근로, 안전, 환경 관련 법령 등이 모두 해당한다. 이를 바탕으로 기업이 지켜야 하는 기준을 상세히 규정하고 이에 대한 체크리스트를 만든다. 이 체크리스트를 바탕으로 6개월이든 1년이든 정기적으로 점검한다. 점검 결과에 대해서는 수험생이 오답 노트를 통해 틀린 문제를 복습하는 것처럼 재발 방지를 위해 회사의 체계에 반영한다. 이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한다. 체크리스트 역시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업데이트한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 자회사가 있다면 역시 현지 법을 기준으로 체크리스트를 마련하고 정기적으로 점검한다.

이처럼 컴플라이언스의 핵심은 기업과 임직원 전체가 준수해야 하는 공통의 기준을 확립하고, 임직원 스스로 이를 인지하고 준수하며 끊임없이 점검함으로써 기업 체질과 문화에 준법 DNA를 심는 작업인 것이다. 간혹 회사 내 감사 기능과 컴플라이언스를 혼동하는 경우가 있다. 감사와 컴플라이언스의 다른 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감사는 법령이나 내규 미준수의 경우를 적발하고 처벌하는 사후적 조치라면 컴플라이언스는 리스크를 스스로 점검하고 기업 시스템을 보완해 사전에 예방하는 조치다. 거버넌스를 개선하고자 하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할 때는 언제나 그 기본으로 돌아가 컴플라이언스에서 시작해 보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김희진 법무법인 대륙아주 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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