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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이어진 촉법소년 공방… 14세 미만도 형사처벌 받을까

촉법소년 연령 하향 찬반 논란

촉법소년에 대한 처벌 문제 등을 다룬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우리 형법 제9조는 “14세 되지 아니한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형사미성년자의 연령을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1953년 제정된 이후 현재까지 변하지 않고 있다.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을 수 있는 이 연령 기준은 14세보다 낮아져야 할까. 10대 초중반 청소년의 범죄들이 사회적으로 공분을 살 때 여론은 그렇다고 답했다. 국회의원 다수, 지난 3월의 대통령선거에 출마했던 후보들, 현재의 법무부가 이 문제에 “그렇다”고 답하고 있다. 하향 조정할 연령은 12세 또는 13세로 거론된다.

다만 형사책임연령의 하향 조정은 범죄의 책임을 사회가 아닌 미성숙한 이의 책임으로 간편히 돌리는 ‘대증요법’이라는 비판도 작지 않다. 특정한 사건들이 여론을 향해 일반화의 오류를 부추길 뿐, 10대 초중반 청소년의 범죄가 저연령화한다는 진단에는 과학적 검증이 결여돼 있다는 반론도 이어진다. 유엔(UN) 아동인권위원회가 형사책임연령을 12세 이하로 설정하고 있는 국가들에는 지속적으로 상향 조정을 권고했고, 이 때문에 국제적 추이는 오히려 형사책임연령 하향이 아닌 상향이라는 점 역시 그간 논의돼 왔다.

법제화 이후 70년을 맞도록 개정되지 않은 기준이 시대상의 변화를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고, 끝내 변화가 이뤄지지 않아온 데에도 이유가 있다는 반론도 맞선다. 왜 유독 ‘14세 되지 아니한 자’의 행위를 벌하지 않는 것인지, 형사처벌이 아닌 보호처분의 목적은 무엇인지 등 형사책임연령을 둘러싼 논쟁은 국가의 법률 기틀을 닦던 1950년대부터 줄곧 제기돼 왔다. 지금 사회 각계가 논박하는 일들은 그때에도 논쟁이 됐던 것들인데, 그만큼 처벌을 받거나 받지 않을 나이를 설정하는 것이 까다로운 일임을 방증한다.

70년 전에도 촉법소년 공방

1953년 6월 26일 국회는 형법안에 대한 독회(법안의 낭독과 토론)를 했다. 엄상섭 법제사법위원장대리가 14세 되지 않은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읽고 “이것이 형사미성년이라고 하는 것”이라 소개했다. 엄 위원장대리는 “다른 나라 입법례를 보면 그때그때 그 사람의 범죄능력을 측정해서 정하는 나라도 있고, 지금 초안에 나온 것 같이 연령적으로 딱 꾸려 가지고 정하는 나라도 있다” “불란서(프랑스) 형법 같은 데에는 결혼을 하면 14세 미만일지라도 범죄능력이 있다는 입법례도 있다”고 했다. 그는 “연령으로 딱 끊어 가지고 하는 이러한 것이 차차 그 명확성이 있기 때문에 14세로 끊는 것이 일반 입법추세가 돼 있다”고 했다.

이때 백남식 의원이 “이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의장으로부터 발언권을 얻어 “우리나라의 실정을 볼 때 거게(거의 대부분)가 지금 범죄에 대한 기능이 상당히 발달돼 있다”고 했다. 이의제기의 요지는 14세 언저리 소년의 소매치기 범죄가 많다는 경험담이었다. 백 의원은 “현재 다액의 피해를 당하고 있는 쓰리(소매치기) 관계는 대개 열두 살, 열세 살, 열네 살이 주가 되고 있다. 그러므로 열네 살로 하면 이 쓰리의 조장이 대단히 많이 될 줄 생각한다. 그러므로 이것을 13세로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본 의원은 주장한다”고 했다. 다만 백 의원의 형사책임연령 하향 주장은 표결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형사책임연령 문제는 2000년대 들어 헌법재판소에서 진지하게 논의된 예가 있다. 2001년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을 돌로 때린 뒤 성폭행했지만 ‘죄가 안 됨’으로 불기소 처분을 받은 사건에서, 피해자 측은 형법 9조의 위헌 여부를 따져 달라고 헌법재판소에 요청했다. 2003년 헌법재판관 모두가 합헌으로 판단해 헌법소원을 기각했지만 당시 전효숙 재판관은 보충의견을 냈다. 전 재판관은 “인간의 정신적·육체적 성장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으며, 범죄의 저연령화·흉폭화 등이 문제되고 있다” “중학교 1~2학년까지의 소년에 해당하는 14세 미만이라는 책임연령은 이제는 현실적으로 높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14세 방화범 보호처분해야 하나”

어린 청소년 틈에서도 중범죄가 발생한다는 문제의식은 결국 처벌이 아닌 보호처분만으로 충분하냐는 의문을 낳아 왔다. 이는 최근의 논의가 아니라 제1대 국회가 소년법안을 다듬을 때에도 거론됐던 내용이다. 이정래 의원은 1950년 국회 본회의에서 소년법안을 독회할 때, 전남 보성 득량 정거장에 쌓인 벼 수천석에 불을 지른 이를 잡았더니 남로당의 지령을 받은 14세 소년으로 밝혀졌다는 사례를 소개했다. 이 의원은 “이러한 소년은 실질적으로 14세인 소년인 까닭에 보호처분을 해 교화적으로 인도해야 될 것이냐, 역시 검사의 손을 거쳐서 재판을 받아야 할 것이냐”고 물었다. 이어 “당연히 이것은 검사의 손을 거쳐서 재판을 받지 않으면 안 된다”고 자답했다.


14세 미만도 기소와 재판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주장 역시 이미 70년 전에 있었고,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때 ‘개과천선’이라는 말로 법 집행의 목적이 제시됐다는 점이다. 이인 법제사법위원장이 1950년 14세 미만의 처벌을 금지하는 소년법안을 독회할 때 “소년이라도 형사처분을 받을, 장래성이 없는 악독한 분자는 애초에 보통 사법재판에 보내 버려서 어른과 같은 처단을 받도록 하자” “소년이라고 해서 그렇게 많이 순량한 것도 아니며 약한 것도 아니다. 성년 이상 악독한 분자가 많다”고 말한 기록이 있다. 이 법사위원장은 “그렇게 돼야 이게 징계 목적을 달할 것이고 개과천선의 목적을 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독회를 이어간 국회는 “14세 이상 20세 미만자에 대해서는 신심(身心)이 박약해서 이것을 보호하기 위해 소년법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현재는 아무리 흉포한 범죄를 저지른 10대 초중반이라 하더라도 공식적으로 ‘악독한 분자’라 칭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미성숙한 청소년을 ‘신심이 박약하다’고 말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비난 가능성이 큰 범죄를 저질렀다면 형사처벌을 해야 개과천선이 된다는 설명, 성장기 청소년의 실수 가능성은 달리 봐야 한다는 주장들은 1950년이나 현재나 그대로 되풀이되고 있다. 과연 보호처분으로는 교화가 불충분한 것인지, 소년과 성인의 구별 없는 엄벌이 개과천선을 달성하는지에 대해서도 법조계와 법학계 구성원들의 시각이 분분하다.

“교사·의사에게도 물어야”

범죄를 처벌하는 형사책임연령은 14세로 그대로지만, 그 사이 소년법을 적용하는 연령은 낮아졌다. 2007년 12월 개정소년법을 통해 소년법상 보호처분 적용대상이 되는 소년의 연령은 ‘12세 이상 14세 미만’에서 ‘10세 이상 14세 미만’으로 그 하한이 낮아진 것이다. 앞서 전 재판관은 2003년 보충의견을 통해 “과거에 비하여 12세 미만의 청소년범죄가 증가하는 추세에 있음에도 국가가 12세 미만의 소년의 범죄행위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방치하는 것은 범죄피해자의 생명·신체에 대한 보호의무를 완전히 저버리고 있는 것”이라고 했었다.

법무부는 14일 ‘촉법소년 연령 기준 현실화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차순길 정책기획단장을 팀장으로 검찰국·범죄예방정책국·인권국·교정본부가 함께 참여한다. TF는 법률 개정안을 신속히 마련하는 한편 전과자 양산 방지, 소년교도소 수용 및 교정 교화 대책, 소년범죄 예방 및 재범 방지 대책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입법화되더라도 강간 강도와 같은 흉포범죄 위주로 형사처벌이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었다. TF는 앞으로 촉법소년들의 범죄가 얼마나 위험한지, 형사책임연령 하향이 범죄 재발을 막는지, 정확한 해외 입법례는 어떠한지 등에 대해 각각의 근거들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법조의 영역을 넘어 각계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일도 필요하다. 1953년 형법이 만들어질 때에도 국회에서는 “14세 미만의 행위를 벌하지 않거나 벌한다는 것을, 법학 전문가가 아니라 오히려 학교 선생님이나 의사가 그 정도를 잘 알 것”이라는 반성이 있었다. 한 원로 법조인은 “현대 한국 사회에서는 예전 사람들이 더욱 어른스러웠다는 말도 있고, 또 동시에 요즘의 아이들은 아이가 아니라는 말도 있다”며 “범죄가 개인의 책임인지 사회의 책임인지 일률적으로 말하는 것은 참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제헌 직후 국회, 2000년대의 헌재, 현재의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도 논의가 분분한 형사책임연령 하향 조정 문제는 공론장에서 더욱 넓고 깊게 다뤄져야 할 사안이라는 것이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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