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재가 中 반도체 키웠다… 초고속 성장 20개 중 19개”

공격 투자로 기업 발전 호재로 작용
작년 총매출 1조 위안… 사상 최대

미국이 중국 반도체 기업에 가한 제재가 중국의 반도체 산업을 성장시켰다는 내용의 블룸버그통신 보도가 21일 중국 포털사이트에 소개돼 있다. 중국 바이두 홈페이지 캡처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기 위해 가한 제재가 오히러 중국 반도체 산업을 빠르게 성장시켰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 정부가 공격적인 투자로 자국 기업을 키우고 반도체 부품을 자급자족한 것이 산업 발전에 호재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자체 집계 결과 지난 4개 분기 동안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반도체 기업 20곳 중 19곳이 중국 업체였다고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8개 업체였던 것과 비교하면 증가폭이 매우 크다.

중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 기반을 둔 반도체 관련 업체의 총 매출은 전년 대비 18% 증가해 사상 최대인 1조 위안(193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기업이 받은 반도체 제조장비 주문은 전년 대비 58% 증가해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 시장이 됐다. 세계 반도체 시장은 약 5500억 달러(710조6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반도체 산업은 미·중 갈등의 핵심 축이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이던 2020년부터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SMIC, 화웨이 산하 반도체 설계 업체 하이실리콘, CCTV 제조업체 하이크비전 등에 미국 장비와 기술 수출을 제한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도 이러한 흐름을 이어받아 반도체 연구·개발·생산에 520억 달러(65조원)를 투자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미 의회는 최근 자국 기업이 중국 등 우려 국가의 특정 분야에 투자할 때 연방정부 심사를 받도록 하는 법안을 초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특정 분야에는 반도체를 비롯해 대용량 배터리, 희토류, 인공지능(AI) 등이 포함됐다.

미국의 제재에 대응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측근인 류허 부총리를 반도체 독립을 추진할 최고 책임자로 임명하고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정부의 공격적인 투자와 ‘바이 차이나’(중국산 제품 구매 독려) 전략에 더해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 전자제품 업체들이 반도체 품귀 현상을 겪고 있어 중국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에도 유리한 상황이다. 미국의 각종 제재가 개별 기업에 타격을 줬을지는 몰라도 중국 반도체 시장의 성장을 가져온 셈이다.

글로벌 리서치 회사 모닝스타의 펠릭스 리 애널리스트는 “반도체를 필요로 하는 업종을 상대로 한 중국 기업의 매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중국 업체의 입지는 계속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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