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사설

[사설] 해명도 납득 안 되는 초유의 치안감 인사 번복

경찰 고위직 인사가 공지되고 2시간여 만에 무더기로 번복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소규모 조직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 국가기관에서 벌어졌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가 행정안전부의 경찰 지휘·통제 강화 권고안을 발표해 경찰 중립성 훼손 논란이 달아오른 민감한 시기에 벌어진 일이라 더더욱 어이없다. 경찰은 이견 조율이 미흡해서 빚어진 단순 실수였다고 해명했지만 어물쩍 넘길 사안이 아니다. 경위를 철저히 조사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관련자들에게 엄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대통령실, 행안부, 경찰 관계자들의 해명에도 이번 사태는 쉬이 납득이 되지 않는다. 경찰청은 21일 오후 7시14분쯤 28명의 치안감 승진·전보 인사를 발표하고 내부망에 올렸다. 그러고는 오후 9시31분쯤 국가수사본부 수사국장 등 7개 보직의 인사를 수정해 다시 공지했다. 경찰청의 해명은 오락가락했다. 애초에는 경찰청 실무자가 실수로 최종안이 아닌 (협의 과정에 있던) 중간본을 올렸다가 뒤늦게 오류를 발견했다고 했으나 나중에 행안부에서 잘못된 인사 명단을 보내온 것이라고 번복했다. 행안부와 경찰의 인사 시스템이 실무자의 단순 실수를 걸러내지 못할 정도로 엉망이란 말인가.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22일 “경찰청이 희한하게 대통령 결재 나기 전에 자체적으로 먼저 공지해서 이 사달이 났다”고 했다. 사실이라면 ‘희한하다’란 말로 넘길 게 아니다. 인사권자의 결재도 받지 않고 인사를 단행하는 것은 중대한 기강 문란일뿐더러 법적 유효성 논란까지 부를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결재한 시간은 오후 10시인데 수정안이 발표되고 30분이 지난 뒤였다. 대통령실, 행안부, 경찰청이 조율한 최종안을 결재 전 발표하는 게 관행이었다고 경찰은 해명했는데 황당한 관행이다. 사태의 전모를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