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확산 조짐… 스스로 증상 인지 어려워 토착화될 수도

이틀 새 싱가포르·韓 확진 잇따라
전통적 증상과 달라 검역 어려워
잠복기 20여일 자발적 검사 중요

22일 인천시 동구 인천의료원에서 의료진이 국가지정 음압 치료 병동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원숭이두창이 아시아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파 속도 자체는 빠르지 않지만 제때 검사를 기대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 우려를 모은다. 비록 초기지만 일각에선 토착화 가능성도 제기한다.

아시아는 유럽·미주 중심의 원숭이두창 유행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었다. 22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아시아에선 모두 5개국 27명의 원숭이두창 확진 사례가 보고됐다. 세계적으로 52개국에서 3127명 나온 데 비하면 아직은 소수다.

이 같은 양상은 최근 달라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확진자가 나온 아시아 국가 중 중동 3개국을 제외한 싱가포르와 한국의 사례가 이틀 새 잇따랐다. 두 경우 모두 유럽발 항공편을 매개로 확진자 유입이 이뤄졌다.

전파 속도 자체는 코로나19를 비롯한 호흡기 바이러스보다 현격히 떨어지지만, 전문가들은 원숭이두창을 검역 단계에서 걸러내기 만만치 않다고 우려한다. 최근 보고되는 임상적 양상이 전통적인 원숭이두창 증상과 차이가 있다는 취지다.

실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 14일 홈페이지를 통해 자국 내 원숭이두창 유행의 특성을 보고했다. CDC는 전통적인 원숭이두창 환자에선 머리나 구강 부근에서 발진이 시작해 전신으로 확산되는 반면 최근 보고된 환자의 상당수는 그렇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발진이 성기·항문 등 점막 조직에 국소적으로 나타나고 얼굴이나 팔다리에선 관측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잠복기 또는 무증상 감염기에 발현되는 것으로 알려졌던 발열, 두통, 몸살도 아예 없거나 발진 이후에 관측됐다고도 했다.

이 같은 양상이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유전적 변이의 산물이라면 방역은 까다로워진다. 환자가 스스로 증상을 인지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성적 접촉이 주된 감염경로로 지목돼 자발적인 검사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설상가상의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종적으론 수두로 판명되긴 했지만 지난 20일 국내에 들어온 뒤 21일 의사환자(의심자)로 신고된 외국인 A씨 또한 검역 단계에선 걸러지지 않았다. 임숙영 중앙방역대책본부 상황총괄단장은 “통과 당시에는 검역관이 발견하기 힘든 부위에 병변이 있었던 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검사가 어려워지면 유행이 더 오래, 꾸준히 이어질 수 있다. 지역사회 토착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탁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성 매개 감염의 형태로 계속 지역사회에서 유행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발적인 검사·예방이 중요하다”며 “성기나 항문 주변에 발진이 생겼다면 의료기관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는 편이 좋다”고 조언했다.

원숭이두창 잠복기는 길게는 21일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방역 당국은 성적 접촉자나 동거인 등의 고위험 접촉자를 21일간 격리한다. 치명률은 3~6% 수준이다. 다만 WHO는 올해 들어 지난 15일까지 보고된 2103건의 확진 사례 중 사망자는 1명이었다고 밝혔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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