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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 공간이라는 ‘구명보트’ 제공… 각자 작지만 강한 공동체 이뤄

공유 예배당 사역 펼치는 어시스트 미션 대표 김학범 목사

김학범 어시스트 미션 대표가 지난 23일 경기도 김포 엔학고레 코워십 스테이션에서 작지만 강한 ‘강소형교회’의 장점을 소개하고 있다.

어시스트 미션(대표 김학범 목사)은 코로나19 직전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공유 예배당을 소개한 주인공이다. 공유 예배당은 한 공간을 여러 교회가 시간을 나눠 사용하는 방식의 예배공간이다. 예배당을 빌려 목회하는 미국 이민교회 사례가 대표적인데, 규모가 작거나 개척하는 교회에 유리한 모델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단순히 공간만 공유하는 걸 넘어 작지만 강한 사역을 하는 ‘강소형교회’ 태동의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에는 공유 예배당 사역이 위기 속 대안 사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김학범 목사를 지난 23일 경기도 김포 엔학고레 코워십 스테이션에서 만났다. 그는 2020년 3월 경기도 김포한강신도시 상가에 ‘르호봇 코워십 스테이션’을 세우고 6개 교회 초청을 시작으로 모두 세 개의 코워십 스테이션을 세웠다. 이곳은 어시스트 미션이 2020년 12월에 세운 두 번째 공유 예배당이다. 세 개의 코워십 스테이션 안에는 20개 교회와 4개 단체가 둥지를 틀었다.

2020년 3월 르호봇 코워십 스테이션에서 김포명성교회가 예배 드리는 모습. 어시스트 미션 제공

김포명성교회를 개척한 뒤 20여년 동안 목회하던 김 목사는 2019년 11월 돌연 ‘공유 목회’를 하겠다고 교인들에게 선포했다. 이를 위해 교회 매각을 허락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 목사는 “사실 황당한 제안이었는데 교인들이 이해해줬고 한 달 만에 교회가 팔리면서 공유 예배당 설립이 급물살을 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재산과 소유를 팔아 각 사람의 필요를 따라 나눠 주며(행 2:45)’라는 말씀을 따라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 공유 예배당은 198㎡(약 60평) 규모에 나무로 내장을 마감했다. 넓지 않은 공간에는 사무실과 자모실, 40여 명이 앉을 수 있는 예배실까지 마련돼 짜임새 있다. 칸막이와 3.3㎡(1평) 크기의 기도실은 공간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가변형으로 설치했다.

이 예배당은 물론이고 모든 코워십 스테이션이 비슷한 느낌으로 내장 공사를 해 통일감을 더했다. 무엇보다 어시스트 미션이 만든 예배당은 요즘 교회 추세에 맞춰 세련미를 강조했다.

예배당마다 내장 공사에만 1억원 가까운 예산을 투입했다. 개척교회가 단독으로 투입하기 어려운 금액이지만 어시스트 미션의 투자로 여러 교회가 좋은 공간에서 예배드릴 수 있게 된 셈이다.

김 목사는 “어시스트 미션이 지향하는 목회는 구명보트를 제공하는 데 있다”면서 “예배 공간을 마련하지 못해 선뜻 목회를 시작하지 못하는 목회자들에게 생명을 살리는 구명보트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코워십 스테이션 아래 모인 작은 교회들은 생존을 넘어 작지만 강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면서 “과일 가게를 운영하며 목회를 하는 튼튼한 이중직 목회자나 청년 소그룹 사역에 특화된 교회 등이 공유 예배당 안에서 성장하며 새로운 목회 모델을 만들고 있다”고 소개했다.

전통적인 목회를 하던 김 목사는 교회가 가진 모든 재산을 팔아 새로운 사역에 투입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목회론을 실천한 셈이다. 동기가 궁금했다.

김 목사는 “대항해시대, 바다의 끝이라고 생각한 그곳을 넘어서야 새로운 바다를 볼 수 있었다. 그것처럼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먼 곳까지 생각의 너비를 연장했고 그 자리에서 공유 예배당을 시작할 수 있었다”면서 “교인들에게도 이런 비전을 자세히 설명했고 설득하면서 공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공유 예배당 사역이 계속 확산하기를 바랐다. 그동안 세운 코워십 스테이션도 차례로 각 스테이션에서 예배 드리는 교회들에 이양할 예정이다. 이미 르호봇·엔학고레 코워십 스테이션 이양은 마무리 지었고 나머지 한 개 스테이션도 연내에 넘겨줄 예정이다. 이양은 공유 예배당 운동 확산의 출발점과도 같다.

김 목사는 코로나를 겪으며 한국교회는 규모를 떠나 함께 예배드리는 공동체가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템플’로 불리는 성전의 개념은 점차 희박해지고 예배 드리는 공간을 의미하는 ‘채플’로 전환되는 시기가 바로 지금”이라면서 “여러 조직이 합쳐져 큰 조직이 되는 기존의 교회보다는 함께 예배 드리는 30명 이하의 공동체가 힘을 얻을 게 분명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그런 면에서 어시스트 미션이 지향하는 공유 예배당과 작지만 강한 공동체가 미래 목회의 대안이 될 것”이라면서 “도심의 작은 교회들이 무너지면 결국 큰 교회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데 공유 예배당 사역이 교회의 뿌리를 든든히 세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20년 넘게 김포에서 전통교회 목회를 이어온 김 목사는 그동안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다가 교회 재산을 팔아 작은 교회를 위한 울타리를 만든 뒤 여러 교회와 언론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새로운 목회 대안으로도 부상했다. 김 목사는 “코로나로 급변하는 목회 환경 속에서 작지만 알찬 교회에 희망이 있는 이유”라고 밝혔다.

김포=글·사진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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