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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이 이렇게도 다양해? 젊은 작가들의 발랄 변종들

북서울시립미술관 ‘조각 충동’展
17명 작가 전통 개념 전복·확장

신민 작가의 작품 ‘우리의 기도-나는 동료들을 미워하지 않는다 나는 사랑한다 나는 껴안는다 나는 연대한다’.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제공

20∼40대 젊은 작가 17명이 전통적인 조각 개념을 전복하고 확장하는 ‘조각의 변종’을 선보이고 있다. 서울 노원구 동일로 북서울시립미술관에서 하는 ‘조각 충동’에서다. 충동이라는 단어가 암시하듯 전시장에는 MZ세대 특유의 유쾌한 에너지가 넘친다.

정지현 작가는 영국 추상 조각가 헨리 무어 작품의 짝퉁 같은 공공 조각이 넘쳐나는 등 길거리 공공조각의 빤함에 문제제기를 해왔다. 그는 식상한 조각을 골라 다양한 각도에서 알루미늄으로 형을 뜬 뒤 거대한 설치물로 만들었다. 그 결과 그 조각은 자세히 보아야 얼굴 몸통 등을 떠올릴 수 있는 등 빤하지 않은 형체가 됐다.

신민 작가는 종이로 만든 여성 상반신 조각을 뒷모습을 중심으로 여러 점 군상처럼 설치했다. 하나같이 묶은 머리를 망사망에 넣었다. 이는 맥도널드에서 아르바이트한 자신의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작가는 한국에서 서비스직에 종사하는 여성에게 유니폼처럼 강요하는 망사망 머리 스타일을 통해 성차별적 노동환경을 비판한다. 작가는 인체 형상의 틀을 뜬 뒤 겹겹이 종이를 붙여서 형태를 완성하고 종이 표면에 흑연으로 거칠게 드로잉해 이미지를 완성한다. 여기에 사용된 종이는 튀김용 감자를 담는 포대다. 작가는 “값싼 종이에 쉽게 지워지는 흑연을 써서 날림처럼 드로잉했다. 인권 이슈가 소비되듯 쉽게 잊히는 현실을 고발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러 점의 여성 인체 조각을 도열시킴으로써 노동자의 연대 의미도 담았다.

우한나 작가의 '백 위드 유_테이크 유어 셰이프’ 퍼포먼스를 촬영한 영상.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제공

김주리 작가의 작품은 젖은 상태로 유지되는 흙을 사용함으로써 전시장의 거대한 추상형태가 살아 있는 괴물 같은 느낌을 준다. 우한나 작가는 손가락 안구 자궁 꼬리뼈 등 신체 장기를 염두에 두고 만든 패브릭 조각 시리즈를 내놓았는데 관객들이 실제 착용할 수 있게 했다.

만지는 조각도 있다. 김채린의 ‘행동 유도 조각 #2: 들여다보기’는 관람객이 구멍 속으로 머리를 넣거나 손을 넣어 다른 작품을 만져보게 한다. 눈이 아니라 몸이 감상하게 하는 작품이다. 이 밖에 돈선필 최하늘 이동훈 황수연 등도 초대됐다.

전시를 기획한 권혜인 학예사는 “전통적인 조각 개념이 와해된 현시점에서 왜 조각을 하는지, 그 조각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보여주고자 마련한 전시”라고 말했다. 아직도 조각이라고 하면 돌과 나무, 브론즈 등을 써서 구상 혹은 추상의 형태를 떠올리는 ‘꼰대’ 감각의 소유자라면 이번 전시를 관람하는 게 좋다. 8월 15일까지.

손영옥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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