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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이후 거의 사라진 ‘목사 신학자’… 잃어버린 소임 되살려야

백금산의 책꽂이 <1>
목사 신학자/제럴드 히스탄드, 토드 윌슨 지음/김남국 옮김

백금산 목사는 신학교 밖에서 유명한 신학자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1998년 설립한 출판사 부흥과개혁사를 통해 장 칼뱅, 조나단 에드워즈, 로이드 존스 등의 저서를 포함해 개혁 신학의 토대가 되는 신학 서적 680여권을 출간했다. '평생아카데미'라는 대안 신학교를 세웠고 평생 공부하는 목회자 독서 모임인 '평공목'을 만들었다. 부흥과개혁사에서 펴낸 평공목 필수도서 10권을 소개한다.

필리프 드 샹파뉴의 17세기 유화 '성 아우구스티누스'. 교회 3대 신학자로 꼽히는 아우구스티누스는 목사 신학자로서 '고백록'과 '신국론'을 비롯해 수많은 책을 목회하는 동안 저술했다.

아우구스티누스(4~5세기), 토마스 아퀴나스(13세기), 장 칼뱅(16세기)은 교회의 3대 신학자로 꼽힌다. 아퀴나스는 대학 교수로서 교수 신학자였다. 아우구스티누스와 칼뱅은 교회의 목사로서 목사 신학자였다. 초대교회 신학의 완성자이자 중세 1000년 신학의 기초를 놓은 아우구스티누스는 76세에 죽기까지 약 40년 동안 지역교회에서 목회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유명한 ‘고백록’과 ‘신국론’을 비롯해 성경주석과 설교, 교리적 저서들 외에도 보통 목사들이 한평생 읽어도 다 읽지 못할 만큼의 책을 모두 목회하는 동안 썼다. 종교개혁의 선구자 루터와 츠빙글리의 뒤를 이은 칼뱅도 27세에 제네바 교회의 목사가 돼 약 30년 동안 목회를 했다. 일주일에 평균 20회 정도의 설교를 하면서 ‘기독교 강요’라는 조직신학서를 23년간 계속 증보했고 수많은 신학논문 등을 남겼다. 아우구스티누스와 칼뱅은 교회사에서 수많은 목사신학자 가운데 대표적 사례일 뿐이다.


‘목사 신학자’의 저자들은 초대교회부터 18세기까지 5개의 주요 교회 역사 기간으로 나누었다. 교회에서 사역한 성직 신학자와 수도원, 대학 등에서 사역한 비성직 신학자들의 비율을 연구했다. 사도적 교부에서 콘스탄티누스까지(30~300년), 콘스탄티누스에서 수도원까지(300~600년), 수도원에서 대학까지(600~1200년), 대학에서 종교개혁까지(1200~1500년), 종교개혁에서 계몽주의까지(1500~1750년) 조사한 결과 처음 1200년 동안에는 목사 신학자가 아주 많았고, 18세기 계몽주의 직전까지는 약간 감소하기는 했지만 대체로 탄탄하게 유지됐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나 18세기 이후 유럽에서는 주로 계몽주의의 영향으로, 북미에서는 미국혁명과 18세기 영적각성운동 등의 여파로 목사 신학자의 개념이 급속도로 쇠퇴해 거의 사멸할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고 한다.

저자들의 말처럼 오늘날 현대 교회에서 목사 신학자는 희귀종이다. 목사와 신학자는 분리돼 있기 때문이다. 목사는 교회에서, 신학자는 신학교에서 사역한다. 목사는 목회를, 신학자는 신학을 한다. 이렇게 목사와 신학자, 교회와 신학교, 목회와 신학이 분리됨으로써 교회와 신학교 안에 치명적인 질병이 생기게 됐다. 저자들은 교회는 신학적 빈혈증에 걸렸고, 신학은 교회적 빈혈증에 걸렸다고 표현한다.

목사란 누구이며, 목사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이제 우리는 목사의 정체성에 대해 다시 한번 진지하게 물어야 할 때가 됐다. 2006년 미국에서 목사 신학자 센터를 공동으로 설립한 히스탄드와 윌슨이 공저한 이 책은 우리 시대에 목사 신학자의 회복을 주장한다. 목사 신학자를 지역교회적 목사 신학자, 대중적인 목사 신학자, 보편교회적인 목사 신학자 등 3가지 유형으로 구분한다.

첫째, 지역교회적 목사 신학자는 한 지역교회를 담당하는 목사들이 신학자로서 교회 성도들에게 성경을 가르치고 신학을 가르친다는 의미다. 이런 지역교회 신학자로서 목사의 사역 범위는 지역교회의 성도들이다. 둘째, 대중적인 목사 신학자는 자신의 교회 성도뿐 아니라 동료 목회자와 다른 교회 성도들을 위해 신학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책도 쓰고 강의도 하는 목사들을 말한다. 셋째, 보편교회적 목사 신학자는 신학교에서 가르치는 교수 신학자와 같은 수준에서 전문적인 신학자로서의 소양을 가지고 보편 교회를 대상으로 사역하는 목사를 말한다.

이 책은 보편교회적 목사 신학자의 회복에 더욱 강조점이 있다. 그러나 필자는 보편교회적 목사 신학자만이 아니라 대중적인 목사 신학자와 지역교회적 목사 신학자들이 한국교회에 더욱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고 내가 대중적 목사 신학자의 범주에 속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출판 사역을 통해 수많은 기독교 양서를 소개하고, 만화 조직신학 시리즈 집필을 통해 한국교회에 교리 공부의 대중화가 이루어지기를 바랐다. 평생 신학 공부를 지향하는 ‘평생아카데미’와 ‘평공목’ 독서클럽을 통해 지역교회 목사 신학자들을 길러내는 사역 등이 대중적 목사 신학자로서의 사역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이 책을 읽는 모든 목회자도 각자 자신에게 주어진 목사 신학자로서의 소명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평소 교회를 섬기는 모든 목회자는 자신이 신학자요, 자신이 목양하는 성도들은 신학생이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설교를 제외하고 최소한 일주일에 한 번의 성경공부를 통해 성경 66권을 1권당 3개월씩 10년에 걸쳐 다 가르치고 목회를 그만둘 생각을 하자고 제안한다. 목사의 가장 중요한 자화상과 초상화는 목사 신학자여야 한다. 이 책의 제안처럼 이제 우리 모두 잃어버린 목사 신학자의 비전을 회복해야 할 때다.

<약력> △고려대 교육학과와 총신대 신학대학원(MDiv, ThM) △부흥과개혁사 설립 △평생아카데미 대표 △독서클럽 ‘평공목’ 운영 △예수가족교회 담임

백금산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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