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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눈치보랴, 외인 주주 신경쓰랴… 금융지주 회장의 딜레마

금리 장사 제동에 실적 악화 불가피
정책 기조 따르면 회장 연임 차질
은행 중심 수익 구조도 한계


한국은행의 기준 금리 인상에 맞춰 크게 치솟던 시중 금리가 꺾였다. 수익 추구가 지나치다는 금융당국 경고에 시중은행들이 잠시 대출 금리 인상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국인 주주 비중이 절대적인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가 이런 기조를 이어나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특히 내년 회장 임기 만료를 앞두고 실적을 끌어올려야 하는 KB·신한금융은 외국인 주주 눈치를 살펴야 할 상황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4일 4대 시중은행 고정(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4.750~6.515%다. 일주일 전인 지난 17일(4.330~7.140%) 대비 금리 상단이 0.625%포인트나 하락했다. 하락 폭은 같은 기간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기준 금리인 은행채 5년물 금리 하락분(0.199%포인트)의 3배 이상이다.

4대 시중은행이 대출 금리를 일제히 낮춘 것은 금융당국 경고 때문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20일 은행장들과 간담회를 열고 “금리는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되고 있지만 상승기에는 예대(예금-대출) 금리 차이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어 은행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간담회 직후 시중은행들은 서둘러 금리를 내렸지만 이를 바라보는 금융당국 시각은 여전히 비판적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2년여 동안 은행들은 ‘금리 장사’로 사상 최대 순익을 얻기만 했다”면서 “이제는 사회 환원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그러나 화답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우리금융을 제외한 나머지 3대 금융지주의 외국인 주주 지분율은 모두 70% 안팎으로 절대적이다. 외국인 주주들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실적이다. 예대 마진 축소 등 금융당국 정책 기조를 따를 경우 실적 악화는 불가피하다.

특히 내년에는 올해 취임한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3개 금융지주사 회장 임기가 종료된다. 이들에게 올해 실적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실제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에게 자리를 넘겨주고 지난 3월 퇴임한 김정태 전 회장은 당기순이익 1조 클럽 재가입(2016년), 2조 돌파(2017년)를 이끌며 4연임에 성공한 바 있다. 2012년부터 올해까지 10년간 하나금융을 이끌었다. 3연임 중인 윤종규 KB금융 회장도 취임 당시(2014년) 1조4000억원 수준이던 순익을 2016년 2조원, 2017년 3조원까지 끌어올린 공로를 인정받았다.

지주사 전체 수익의 절반 이상을 은행이 차지하는 구조도 금융지주사들이 마냥 금융당국 말에 고분고분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최근 신한금융이 신한금융투자 사옥 매각을 추진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사옥 매각가는 6400억원인데 이중 3000억원가량이 일회성 순익으로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사옥이라도 팔아 실적을 높여야 하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과 외국인 주주 모두에게 밉보여서는 안되는 지주사 회장들에게 시련이 다가온 셈”이라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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