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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이른 더위 급성 뇌경색 주의보… 적절한 수분섭취 중요

[영 파워 닥터] 이진수 아주대병원 신경과 교수

땀 흘리며 혈전이 혈관 막아 발생
실내외 온도차… 체온변화도 조심
특히 혈관 질환자 물 자주 마셔야
젊은층 '혈관 박리 뇌경색' 경계를

아주대병원 신경과 이진수 교수가 뇌 모형을 활용해 뇌졸중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교수는 “특히 급성 뇌경색의 후유증을 최소화하려면 초기에 적절한 판단과 신속한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때이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 때 주의할 질환이 뇌졸중, 그 중에서도 뇌경색이다. 뇌졸중은 추운 겨울에 흔히 발생하는 걸로 알려져 있지만 여름에도 자주 발생한다. 겨울에는 갑작스러운 기온 저하로 혈관이 수축해 혈압이 오르고 이로 인해 혈류 속도가 빨라지면서 혈관이 터지는 뇌출혈이 많다. 이에 비해 여름철에는 급성 뇌경색 위험이 높아진다. 무더위로 땀을 많이 흘리고 활동량이 늘면 몸 속 수분이 급격히 줄며 혈액 점도가 높아져 혈전(피떡)이 생기고 이게 혈관을 막아 뇌경색을 일으킬 수 있다. 또 실내 냉방으로 체온이 떨어진 상태에서 기온이 높은 바깥으로 나가거나 찬물 목욕을 오래하다가 갑자기 외부로 나올 경우에도 급격한 체온 변화로 인해 혈액 흐름이 정체되면서 혈전이 생길 수 있다.

아주대병원 신경과 이진수(48) 교수는 27일 “뇌경색 발생 빈도는 계절별로 큰 차이가 있지 않다”며 “뇌혈관 혹은 목동맥 협착이 심한 사람의 경우 특히 여름철 땀이 많이 난 상태에서 수분 섭취를 잘 하지 못하게 되면 탈수 현상에 의해 뇌허혈(뇌에 혈액이 잘 안 감)을 유발해 뇌경색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평소 이런 혈관 위험을 진단받은 사람은 요즘처럼 더운 날씨에 탈수되지 않도록 하고 적절한 수분 섭취로 예방 노력이 필요하다.

이 교수는 “수분 섭취의 적정량은 하루 2~3ℓ라고 규정할 필요없이 일반적 간격에 따라 소변량이 충분히 나온다면 탈수되지 않은 상태로 본다. 하지만 방광이나 요관 등에 특별한 문제가 없는데도 평소보다 소변량이 너무 적거나 요의를 느끼지 못한다면 탈수를 의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신경질환 중 특히 급성 뇌경색 진단과 치료에 매진해 온 젊은 의사다. 매년 3~5편의 관련 연구 논문을 발표하고 국내외 학계 강의에 초청돼 치료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심근경색의 원인이 대부분(95% 이상) 동맥경화인 반면 뇌경색의 원인은 동맥경화뿐 아니라 심인성 색전증, 소혈관질환, 혈관 박리, 모야모야병, 말기 암 혈전증 등 다양하다. 2019년 국제학술지(Journal of Stroke) 논문에 따르면 한국인의 뇌경색 원인은 동맥경화가 30~35%로 가장 흔하고 심인성 색전증(20~25%), 소혈관질환(15~20%) 등 순이었다.

심인성 색전증은 심방세동(불규칙한 심장박동)에 의해 생긴 심장의 혈전이 혈액을 타고 흘러가 뇌혈관을 막는 것이다. 심방세동 환자는 정상인에 비해 뇌경색 위험이 4~5배 높다. 큰 뇌혈관에서 뻗어나간 미세혈관의 변성으로 오는 소혈관질환은 팔다리 마비를 일으킨다. 40~50대 등 젊은 연령에서는 골프 등 스포츠 활동 중 ‘혈관 박리’에 의한 뇌경색을 경계해야 한다. 척추뼈 안에는 뇌로 연결되는 동맥이 지나는데, 척추 동맥의 특성상 골프를 칠 때 고개를 심하게 뒤틀면 혈관 안쪽 벽이 찢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신경과 병동 입원자의 70%가 뇌졸중 환자인데, 그 중 1~2명은 혈관 박리에 의한 뇌경색 환자들이고 젊은층이 많다”며 “박리가 심한 경우 뇌출혈까지 초래될 수 있다”고 했다. 카이로프랙틱이나 도수 치료, 요가 등에 의해 목이 잘못 꺾이면서 혈관 박리성 뇌경색이 올 수도 있다. 이밖에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특정 동맥이 점점 좁아지는 희귀질환인 모야모야병은 10~30대 등 매우 젊은층에서의 뇌경색이나 뇌출혈을 일으킨다. 말기 암 환자들은 혈액 응고 반응에 의해 생긴 혈전으로 뇌경색을 겪을 수 있다.

이 교수는 급성 뇌경색 증상에 대해 ‘갑자기 몸 한쪽에 이상이 온다’는 의미의 3S(Sudden·Side·Symptom)를 꼭 기억하라고 당부했다. 그는 “뇌혈관은 막혀야 증상이 생기기 때문에 갑자기 발생한다. 또 대부분은 좌우 뇌에 공급하는 두 혈관 중 하나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90% 이상 한쪽으로 증상이 나타난다. 한쪽 얼굴·팔, 팔·다리, 얼굴·팔·다리 마비가 흔하다”고 했다. 이어 “한쪽 팔이 들리지 않아 젓가락질이 안되거나 ‘이~’하고 웃을 때 한쪽 입꼬리가 올라가지 않거나 팔다리에 힘이 빠지는 등 증상이 있으면 의심해야 한다. 말이 어눌해지거나 실어증, 복시(두개로 보임), 빙글 도는 느낌, 균형감이 떨어져 보행장애가 있을 때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뇌혈관은 막히면 5분만 지나도 중심부에서 신경세포가 죽기 시작하고 한번 손상되면 재생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손상 범위와 후유증이 커진다. 따라서 급성 뇌경색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119를 통해 뇌졸중센터가 있는 의료기관으로 최대한 빨리 가는 게 중요하다.

뇌졸중 대응의 관건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급성 뇌경색의 경우 혈전을 녹이는 정맥 주사제를 증상 발생 후 3시간 혹은 4시간 반까지는 투여해 막힌 혈관 뚫어줘야 한다. 또 굵은 혈관이 막혔을 때 시도하는 ‘동맥 혈전제거술’은 6시간 이내(주변 혈관 측부 순환이 좋을 경우 24시간)에 시작돼야 한다.

이 교수는 “막힌 뇌혈관에 도움을 주는 측부 순환의 정도는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치료에 대한 시간적 기준인 ‘골든타임’도 다르다. 측부 순환이 좋지 못하면 그 기준도 더 짧아지고 자칫 치료 기회를 놓치거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치료받아도 예후가 안 좋아지기 때문에 어떻게든 빨리 병원에 도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예전엔 굵은 뇌혈관에 폐색이 발생하면 20% 정도만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했는데, 최근에는 혈전제거술을 통해 50% 이상 타인 도움없이 정상생활이 가능하게 됐다”고 말했다.

글·사진=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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